제주도에 처음 왔던 2004년도.
내 눈에 가장 제주도스러운 풍경은 귤밭과 화산돌담과 야자수와 삼나무였다.
귤나무 아래에 테이블을 놓고 차를 마시며 혼자서 좋아서 희희낙락 하였다.
귤나무 숲에 둘러 싸여서 초록의 공기를 마시는게 좋았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맘껏 즐기는게 좋았다.
하루 중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귤나무 아래에서 작은 의자를 놓고 혼자 즐겼다.(놀멍, 쉬멍, 일하멍...)
내가 즐기던 지상천국이었다.
그 후...생계를 해결하려고 넘치는 노동을 하게 되자
그런 사치를 부리기가 어려웠다.
노동이 내 몸에 익숙하게 배는 동안 짬짬이 내가 좋아하는 꽃으로 나를 달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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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나무 숲에서 마시는 차.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
그런 풍경을 만들어 볼까...생각하다가
나의 잉여에너지가 고갈되자 마음을 접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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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갑자기 고호마을 프리마켓을 하게되어
특별한 아이템이 없는 나는 꽃과 반디귤쥬스를 들고 나갔다.
꽃을 좋아하니 내가 키운 꽃을 팔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팔려고보니 구색이 안 맞았다.
그래서 꽃집에 가서 몇가지를 샀다.
원가에 팔거나 내안목값이라며 1000원을 붙이기도 하였다.
어차피 수익을 원해서는 아니었으니 안 팔리면 내가 심으면 될 일이었다.
나는 팔리면 더 좋고 안팔려도 좋다며 프리마켓을 했는데 벌써 4번을 했다.
(나는 벌지도 못하면서 사느라고 외려 적자가 되었지만 즐거웠다.)
처음에는 그림도 나가서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 들리면 소통도 하고
차도 대접할 요량이었지만, 사람들이 오니 정신이 없어서
그림은 그리지를 못하였다.
이제부터는 처음에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가 볼 생각이다.
혼자서라도...즐기면서...
사람들이 와서 차를 마시며(꽃차코너가 있음) 김밥도 먹고 하기에
내가 귤밭에다가 대충 탁자를 놓았다.
전선감았던 탁자를 남편이 가지고 와서 놓고
의자도 몇개 놓고(당근마켓에서 나눔 받음)
거기서 김밥도 차도 드시라 하였다.
소풍 나온것처럼 여유있게 즐기시라고 하였다.
귤밭 언저리에 여기저기 심어놓은 꽃모종(주로 삽목한 아이들)이 꽃밭인 듯, 풀밭인 듯 하다.
풀을 키우는 유기농 귤밭이라 한편 어수선 하지만 자연스럽기도 한...
귤밭카페가 저절로 되었다.
인공적인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귤나무 숲속 카페가 저절로 되었다.
(갑자기 급조한 것이라 이제부터 다듬어 나가야겠다)
얼결에 귤밭카페가 되자, 내 머릿속에서 또 생각이 내달린다.
우리 반디회원님들, 귤꽃 피는 계절에 오시면 들려가시라고 해야겠다.
귤나무 아래서 귤꽃 향기 마음껏 마시면서 소풍을 즐기시라고 해야겠다.
이제 귤꽃이 필 것이고, 수국이 필 것이고, 칸나가 필 것이고...
귤나무는 늘 푸르게 싱싱하게 귤을 키울 것이고...
나는 바빠서 내 할일을 하고
우리 회원님들께 귤밭에서 맘껏 자연을 즐기실 기회를 드리고픈 생각이 떠올랐다.
토, 일 주말에는 개방하려고 한다.
반디회원님들께서는 제주도에 오시면
반디농장 귤밭카페(야외)에서 싱그러운 귤향기 맡으면서 힐링하고 가셔요.
마음 같아서는 한끼 대접하고 싶지만...제가 기력이 딸려서
오셔서 라면을 끓여서 드시거나...ㅎㅎ.....간단한 식사...는 직접 하셔도 되구요.ㅎㅎ...
밥만 해서 들나물 비빔밥 해 드셔도 되어요.
(저는 이제 대접 받고 싶지, 대접하는 건 기운이 딸려서 못해요.ㅎㅎ)
차는 반디유기농 귤쥬스나...청귤차...진피차...커피 등. 제가 먹는게 있어요.(모든게 다 있네...ㅎㅎ...)
드디어.....
그냥 막.....
별로 꾸미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유기농귤밭스럽게
반디농장귤나무숲카페를 주말에 엽니다~~~~~(우중, 태풍,폭염 등 날씨는 제외)
그대를 만나고 싶어서 대문을 빼꼼히 열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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