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인생을 뒤돌아보며 추억하기 위해, 나의 작은 발자욱도 기록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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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19 09: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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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행복한 상과 선물을 주려고 생각해본다..." 두서없는 글을 매주 엉킨 실타래 풀어내듯 하다 보니, 글제목만 생각하는데도 일주일 내내... 가끔 머리가 지진이 날 때가 있다. 매일의 일상이, 그날이 그날같이 비슷하게 반복되다보니 농부의 시계가 한계가 있어서 글감 정하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영혼을 쥐어짠다. 간신히 글이라고 뽑아내서 마감시간을 넘기고 몰래 건네고 나면(담당자가 아직 안 일어나셨으리라 하며 새벽에^^) 내 몸의 진액을 쥐어짜낸 듯 몇 시간을 몽롱하게 보낸다. 기초가 없는 사람이 글 쓴다고 용을 쓰는 증상인데, ‘이런 나의 글을 누가 봐주실까?’ 하고 살짝 의문이 간다. 공감해 주실까?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동병상련 위로를 조금이라도 받으셨으면... 노인들은 한 권의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라는데, 나도 인생경험이 다양해 구구절절 할 말이 많지만...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연습을 많이 해야지~ 영롱하고 반짝이는 시간들이 하루에 얼마나 내게 머무는지도 모르게, 지리한 일상의 반복이기도 한 매일의 나날. ‘일주일이 너무 빨리 가네~’ 하고 자조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일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색다른 이벤트가 있었다. 제주국제감귤박람회에서 우리 반디농장이 친환경부분 은상을 받았다. 자랑질 같아서 글감으로 쓸까 망설이다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로 했다. 몸은 무거운데 입은 가벼워서 실은 벌써 동네방네 홍보했다.4년째 은상을 받았다고. 올해는 전 부문에서 대상과 금상은 1명씩 주고, 타이백귤, 조생귤, 극조생귤, 친환경귤로 나눠 각 분야별로 은상, 동상을 주는데, 우리는 친환경 부분에서 은상을 탔다. 타이백이라는 신기술로 재배한 귤들이 당도가 월등히 높아서 대상, 금상과 다른 분야에서도 수상자가 됐지만, 친환경 부분은 타이백을 할 수 없으므로 오직 자연이 주는 혜택과 농부의 땀으로 결실한 친환경 귤이 으뜸이라고 나는 소리 높여서 외친다.(언제나 자뻑^^) 상장과 상패만 주면 아쉬운데 상금까지 현금으로 주니 나의 속물근성이 요동을 치며 즐거워했다. 장관상은 큰상인데도 부상으로 시계 하나만 주니 “정부 예산은 다 어디로 가고 상금도 없단 말인가?” 하는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역시나 현금상금은 위력이 있었다. 자랑질한 대가로 주변에 한턱을 내야지~ ‘상이란 역시 좋구나~’. 큰돈은 아니어도 즐거움을 부상으로 얻고 나니 또 다른 깨달음이 상을 따라왔다. 이런 즐거움을 내 주변에도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만들어서 상과 상금을 주는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데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행복한 상과 선물을 주려고 생각해본다. “왜 내가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 내 친구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마다 장학금을 보내왔었다. 농부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면서 아이들 셋 모두 입학금에 보태라며 장학금을 줘서 받았는데, 내가 대인배 친구에게서도 큰 감동을 받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선한 영향력이 또 다른 파도를 만들어서 나를 조용히 움직였다. ‘김영란상’. 상을 주는 사람이 되면 신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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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12 1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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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건강한 길을 찾아
17년을 헤쳐 나왔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긴 장마로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올려놓아 주시고, 들판에 햇빛을 가득히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이 찌도록 도와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해 주시고, 무거운 귤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채워 주소서...”
3개월간의 긴 장마를 끝내고 10월 햇살이 눈부신 가을이 되자,
나는 릴케의 시 ‘가을날’을 각색해서 읊조리며 귤맛이 달아지기를 염원했다.
과일은 기호품이라 맛이 없으면 판매에 큰 지장이 초래되는지라, 긴 장마는 또 다른 재앙 요인이었다.
나부터 입맛이 너무 업그레이드돼 있어서
미세한 차이까지도 감지해 ‘맛이 있느니, 없느니’ 타박하며 까탈을 부리는지라,
소비자의 기호를 탓할 수가 없다.
아무리 유기농이 몸에 좋다고 외쳐도 입에서 맛있다고, 들이부으라고 유혹을 해야 먹지,
과일을 약처럼 먹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가을 햇살을 찬양하며 은총을 부어주시라고 저절로 기도가 나온다.
농부가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어서 가을에 알찬 결실을 얻는 염원과,
그 결실을 제값을 받고 판매를 해야만 생계유지를 할 수 있기에 상품성이 떨어지면 아득해진다.
긴긴 장마에 노심초사했지만 다행이 10월 햇살이 보약이 돼서 귤맛은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미 주변에는 귤색이 노랗게 나자 일찍 출하하면 좋은 값을 받기에 수확하느라 분주하지만,
나는 밥이 알맞게 뜸이 들어야 최적의 맛을 내는 것처럼 귤맛이 깊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이 거의 파장하려고 할 때에 출하를 시작하는 바보 농부.
아무리 빨리 달라고 보채도 들은 척도 안하고 기다리는 바보 농부.
나무에서 완숙됐다고 사인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고지식한 바보 농부.
나무에서 익을 때까지 기다리느라고 수십 번을 골라서 따 내리는 바보 농부.
그렇게 따 내리면 인건비가 3배 이상 드는 데도 원칙을 고수하는 바보 농부.
그러다가 몇 번이나 얼려서 손해를 감수했어도 여전히 그 길로 가는 바보 농부.
해마다 기상이 달라서 공산품처럼 일정하지는 못하지만, 그해 상황으로는 최선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바보 농부.
아직도 1%밖에 안 된다는 유기농 귤농부 바보 농부 김영란.
유기농 10년 하고 빚밖에 안 남았다며 유기농 접은 농부를 봤어도,
전량 직거래로 정면 돌파한 단순 무식한 바보 농부.
모두가 좌향좌 할 때 혼자서 우향우 할 수 있는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무지, 오기, 신념, 믿음, 미련... 그 무엇도 나를 표현하기 적절치는 않다.
그냥 멋모르고 들어선 유기농부의 길을 돌아서 갈 수도, 포기하기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은 길이지만 옳은 길이라는 신념으로
힘들어도 건강한 길을 찾아 17년을 헤쳐 나왔다.
가시밭길이었지만 나는 꽃밭을 만들면서 걸어왔다. 농부가 돼서 나답게 살게 됐다.
이제 결실의 계절, 나에게 무한 응원으로 힘을 주셨던 회원님들께
최선을 다해 농사지은 유기농귤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보내드릴 것이다.
나는 완전무장하고 임무완성하려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드디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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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우리들의 미래■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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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05 09: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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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도식 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해야..." 78세인 큰언니는 나와 주변 사람들이 다 치매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본인은 치매가 아니라고 도리질한다. 본인도 치매가 아니길 바라겠지만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는 몸과 마음이 아득할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치매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친구 시어머니는 90세가 넘었고, 치매 진단을 받아서 집으로 도우미가 와서 집안 살림도 돕고 대화도 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말한다. 역시 병은 널리 알려야 한다더니 몰랐던 제도를 알게 됐다. 큰언니의 치매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대비하려고 나는 요즘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큰언니에게 외아들 조카가 있지만 늦은 결혼에 이제 돌이 된 아들과 연년생인 딸 아빠가 돼 육아만 해도 정신이 없는 처지라서, 큰언니가 치매가 온다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감당할 여유가 없을게 뻔하다. 조카는 고3때 엄마가 쓰러져 2년이나 병원에 입원해 인생의 나침반이 크게 바뀐 힘든 경험이 있었기에, 행복한 새출발 앞에 엄마의 치매가또 발목을 잡을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처지를 잘 알고, 가장 가까운 친척인 나는 내가 큰언니의 보호자가 돼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피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노인 문제는 우리들의 미래 자화상이기도 하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의 말년을 큰언니가 많이 감당했기에 그 빚갚음을 이번에는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어깨 무거운 중압감이 밀려온다. 100세 시대는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재앙적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 같다. 현재 치매환자를 돌보는 친구 왈 “치매는 환자 본인은 행복하고, 옆에 있는 사람은 몹시 힘든 병”이라고 말한다. 암은 본인도 힘들고 옆사람도 힘들지만, 치매는 먹는 것도 잘 먹고, 잘 자기도 해서, 본인은 세상과 자신을 잊고 행복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많아서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듣게 하는 가장 힘든 노인성 질환에 속한다고 한다. 내 곁의 두 노인, 80세에 동해안 해파랑길 대장정에 나선 마중물 언니와 78세 큰언니를 비교해 보면, 2살이나 적은 큰언니는 벌써 치매가 진행 중이고, 마중물 언니는 몸도 마음도 여전히 청년이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생활습관에 큰 차이가 있다. 마중물 언니는 젊은 사람들과 독서모임도 활발히 하고, 신문을 읽고,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긴다. 매일 규칙적으로 수영을 하고, 뜰을 가꾸는데도 하루 몇 시간씩 노동을 한다. 19살 차이인 나와도 전혀 세대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요긴한 생활 정보를 마중물 언니를 통해서 들을 때가 많다. 반면, 큰언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고, 신문은 보지만 쓰지는 않는다. 운동도 하지 않고, 건강을 위한 식사가 아닌 편식을 한다. 대화가 한정적이고, 시대를 따라가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두 언니의 생활 태도가 확연히 다른 것을 보고, 나도 노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방향을 잡게 된다. 긴 노년의 시간들이 잉여의 시간이 돼 무위도식 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해야 할 것이다. 나도 살아있는 동안 부지런한 농부로 살고, 거기에 그림을 끼어 넣어서 내 삶을 나태하지 않게 채색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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