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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성신문

개엄마(금복이 엄마)

by 농부김영란 2021. 10. 16.

라이프

개엄마■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1)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10.15  09:40:29  

 



"어쩌다 보니 개엄마가 돼 
삶이 더 분주해졌지만
그들도 사랑과 충성을 보였다"





가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요즘, 난 개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열흘 전쯤, 개가족 일가가 우리 귤농장에 진을 치고,
귤밭 주인인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농장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개, 엄마개, 강아지 4마리까지, 개가족 6마리가 처음에는 길가에서 왔다갔다 하더니, 아예 둥지를 틀었다.
멀지 않은 곳의 개 기르는 사람이 개 3 마리를 풀어놔서,
동네 사람들이 개떼들이 몰려다닌다고 아우성을 하며 유기견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고,
여전히 길을 활보하며 위협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개가족 일가까지 가세해 9마리 개가 길을 가득 메우게 되니, 입이 딱 벌어졌다.

이웃집에는 기르던 고양이 새끼가 두 마리나 개떼들에게 희생됐고,
닭도 물어 죽여서, 개 주인한테 묶어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마이동풍이었다.
세상에 이런 강심장이 있나 싶게 들은 척도 안 한다.
유기견센터에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한다고 해도
“우리 개는 인식표를 내장하고 있어서 잡혀가도 찾을 수 있다.”고 대답하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마당에 개가족이 우리 농장에 둥지를 틀었으니,
나도 참으로 난감하고, 이웃들은 신고하라고 아우성이었다.
개가족 일가의 행색을 살펴보니 얼마 전까지도 주인에게 식사를 제공받았을 법하게 초췌하지는 않고,
제법 큰 강아지들은 통통했다.
아빠개 엄마개도 그리 굶주려 보이지 않은 걸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고,
수컷까지 와서 둥지를 트니까 한꺼번에 쫓아내지 않았나 싶었다.

삽시간에 개농장으로 변했는데도 철모르는 강아지들이 대문 밖으로 내다보는 풍경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20년째 개를 기르고, 지금도 두 마리의 개엄마인 나는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개아빠와 개엄마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더이상 개를 기를 형편이 안 돼 할 수 없이 유기견센터에 신고를 했다.
‘부디 선한 주인을 만나서 남은 생을 잘 살기를...’

신고를 하고 내가 외출을 한 사이에 포획단이 와서 개가족을 데려갔는데,
그 중 새끼 한 마리가 도망쳐서 남게 됐다.
개사료를 멀찌감치 두니 먹지를 않아서 우유를 주니 엄마젖 맛인지 먹었다.
다음날은 고깃국에 밥을 말아서 갖다 주니 먹었지만
내 근처에서 맴돌기는 하는데 가족이 잡혀가는 걸 봐서인지 절대로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저 아이를 어찌할꼬...”

집에서 기르는 개 홍복이(강아지 때 제발로 걸어 들어온 아이)와
너무나 번잡해서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뀐 닥스훈트 온이를 둘째가 입양해서 키우다가
감당을 못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사람 손주는 안겨주지 않고 개 손주를 안겨주다니...” 하면서도 정서불안인 온이를 맘껏 뛰놀게 하며 키우니,
지금은 집지킴이로서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다. 개손주 온이는 내 팔베개를 하고 잔다.

20년 전에 이웃이 줘서 키운 흰둥이와 얼룩이까지 하면 개와의 인연도 만만치 않은데...
개아들, 개딸, 개손주까지... 나는 어쩌다 보니 개엄마가 돼 삶이 더 분주해졌지만,
그들 또한 사랑과 충성을 보여줬다.

개를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들에게 “너, 다음 생에 개로 태어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개가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면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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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개가족 일가(아빠개. 엄마개. 강아지4마리)가 길에 돌아 다니더니

 

 

 

 

대문앞에 진을 치더니

 

 

 

대문안에 들어와서 반디농장 접수했다며...

대문안에서 아빠개가 으르렁~

 

 

 

다음날은 창고앞 현관문앞에 온가족이 자리잡고

내가 출근하자 대문을 막고서 자기가 주인이라고 으르렁...

세상 모르는 강아지들은 신이 났다.

아이구...이게 도대체 뭔일이여~~~

 

 

 

 

 

 

 

 

 동네 주민들이 신고하라고 아우성을 치고

(이웃에서 풀어놓은개 3마리까지 가세하여 완전 개판이 된지라)

나도 6마리나 키울 상황은 도저히 아니라서

정 생기기 전에 빨리 신고해서 주인 찾아줘야겠다 싶어서

맘이 짠 했지만 유기견 센터에 신고를 했다.

내가 외출한 사이에  포획단이 와서 개가족을 데려가고...

강아지 한마리가 도망쳐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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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강아지...

 

경계심이 많아서 절대로 가까이 오지 않고

아빠 엄마 형제를 찾아서 구슬피 우는 소리가 가슴을 에였다.

아이구...애를 어떻허나~

유기견 센터에서는 잡히면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절대로 가까이는 오지 않고 다른데 가지도 않았다.

집에도 두마리나 개를 키우고 있는 나는 개가족 6마리를 도저히 거둘 수가 없어서

유기견 센터에 데려가라고 했지만 며칠동안 마음이 안 좋았는데

강아지 한마리까지 남겨져서 때아닌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첫날은 멀찌감치서 물과 사료를 주었는데

한나절 지나서 가보니 배가 고파서인지 조금 먹었다.

경계심을 풀지 않고 가까이는 절대로 안왔다.

 

 

 

 

 

다음날 농장에 가보니 강아지가 있었다.

집에서 고깃국에 밥을 말고 우유를 챙겨서 나무밑 은신처를 만들어서

그 아래 밥과 우유를 두었더니 먹었다.

아직 엄마젖에 익숙해서인지 우유를 잘 먹었다.

밥을 먹고나자 허기도 면하고 경계심도 살짝 풀렸는지 나무 아래서 잠을 잤다.

 

 

 

 

사방이 가려진 곳에 편히 쉬라고

그 아래에 물과 밥을 주었다.

밥을 주고 멀리서 대화를 하는 나를 애처러이 쳐다보았지만

절대로 곁을 주지는 않았다.

이때만해도...내 마음은 설왕설래...

마음 단단히 먹고 잡히면 유기견 센터로 데려가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있는 홍복이와 온이만 해도 벅찬데 또 개 인연은 맺고 싶지 않았다.

 

 

 

 

저 눈빛 좀 봐~~

아흑~~~

 

 

 

 

다음날은 밥을 주는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경계심이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아무리 불러도 엄마 아빠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가는지.....

"인생이나, 견생이나, 결국은 혼자여~ 우짜노~~~"

나는 감정이입이 되어서 마음이 계속 아렸다.

"야~ 나도 인생이 고달퍼~ 새로운 고민을 만들어야겠니?

저기 이웃에 가서 개 없는 집 가서 꼬리 치고 드나들며 주인을 만들어 봐라~"

강아지가 알아 듣든 말든 이야기를 해줬다.

"부잣집 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제는 너가 너의 생을 개척해야 해~

나는 돌볼게 너무 많아~"

 

그런데 강아지는 이제 고아가 되어서

나를 엄마로 삼기로 했는지

내가 풀밭이 된 꽃밭을 정리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놀았다.

"아이구~ 얘야~ 정든다...제발 딴 곳을 찾아봐라~~"

 

 

 

야구르트병을 장난감 삼아서 내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꽃씨를 뿌려놓은 화분을 다 파헤치고 들어앉았지만

나는 내버려 두었다. 아~ 내 꽃씨...싶었지만

모처럼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는 강아지를 위해 꽃씨를 포기했다.

어느덧...강아지는 내 맘속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저녁에 퇴근 할 때

남겨진 강아지는 나를 배웅하듯...

 

 

 

 

 

 

 

그리고 다음날 와보니 강아지가 없었다.

그새, 정도 들고 강아지가 걱정된 나는 주변을 돌아 다니며 찾아 보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주변의 큰 개에게 당하지나 않았나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불러도 오지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좋은 곳으로 찾아갔나부다고 안심 하기로 했다.

어치피 기르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는데 옛집을 찾아 갔거나

마음에 드는 곳을 정해서 살곳을 찾았다면 다행이다 싶었다.

며칠동안 유기견 가족때문에 가슴앓이 했는데 근심을 덜었다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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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개사건을 잊으려 할 즈음...

아침에 농장에 출근해 보니...

강아지가 와 있었다.

"아이구...얘야~ 어디 갔다가 또 왔니?"

나는 반가움 반, 애처러움 반이  범벅이 되어서 반색을 했는데

그새 더 꼬질해지고 초췌해지고, 엉덩이쪽을 자꾸 핱는 것을 보니

상처가 난 듯 했지만 내 가까이는 오지 않았다.

나는 우유를 잘 먹었던 강아지를 보고 우유를 사러 달려 갔다.

"다시 오다니...이를 어째~~~"

이미 내 맘에 이 아이를 키워주기로 작심한 것 같다.

"묶지는 않고 밥은 챙겨 줄게, 집도 장만 해줄게,

동가숙 서가식 하든...그건 너가 정하렴.

서로 적당한 자유를 누리자.."

 

 

 

 

 보슬비가 살짝 내리기에

비를 피하고 바람도 막은 임시집을 큰 종이상자로 만들었다.

위는 비늘로 싸고...우선은 여기서 살고

차차 집도 장만해줄게~~~

 

 

 

 

"이게 내 집이예요?" 하며 한번 들어가 보기는 했지만

저녁에는 내가 퇴근을 해서 여기서 자는지는 모르겠다.

 

 

 

며칠째 멀리 가지 않고 농장안에 있다가

내가 출근하면 나타난다.

나는 홍복이 동생 금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직도 손 좀 줘봐~ 해도 가까이 오지는 않지만

나를 보면 꼬리를 치고 내가 가는 곳을 따라 다닌다.

이제 나는 금복이 엄마가 된 것 같다.

내가 "금복아, 가자~" 하면 나를 쫒아 온다.

어제는 내가 퇴근 할 때 차를 따라 오려고 해서 쫒았는데 마음이 아렸다.

"집에는 두마리나 너의 이복형들이 있는데

성질 사나운 온이가 너를 절대로 가만히 안 둘거야.

넌 여기서 농장 지킴이 하면서 살면 내가 밥 챙겨 줄게~~~

그리고...서로 자유롭게 살자"

 

 

아~~~~

나도 홀가분해져야 하는데

개 개 개 엄마까지....뻐근해지네......

 

 

 

 

 

 

 

 

 

 

 

 

 

 

 

 

 

 

 

 

 

금복이 형아들

홍복이와 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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