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 노릇 사람 노릇
■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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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13 10:03:12 |
"아이들은 좋은 것보다 나쁜 걸 세제곱해 본받는다 결국 아이들이 스승이다" 40대 끝자락에 만난 박완서님의 책 <어른 노릇 사람 노릇>은 ‘내 나이에 맞게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했던 책이었다. 이제 60대, 누가 봐도 어른의 나이가 됐으니 어른 노릇을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 노릇도 어른 노릇도 성찰해 보면, 언제나 스스로 흡족한 대답을 못하니 늘 나는 미완의 결핍인격체가 아니었나 싶다. 보수세대의 마지막 주자인 나는(나는 아랫세대보다는 윗세대의 정서에 더 가깝다) 세상의 변화에도 둔감한 편이고, 타인과의 관계형성도 느린 편이어서 소처럼 늘 되새김질을 하면서 뒤늦게 깨닫곤 한다. 날아가는 변화의 시대에 거북이걸음으로라도 따라가려는 노력은 윗세대에게서 배운 끈기와 투지를 학습한 것인데, 살아보니 중요한 유산을 물려받은 것 같다. 자본을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정신을 물려받은 것이 부모님 세대로부터 받은 귀한 자산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 나를 비롯해 이 시대의 리더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신지주가 무너지고, 도덕도, 가치관도 흔들려서 과연 어르신다운지 살펴보게 된다. 우선 나부터 돌아봐도 아이들에게 모범답안의 부모였는지 반성해 본다. 사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내 모습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투영되는지를 모르고 산 세월이었는데, 아이들에게서 보여지는 잘못된 습관들이 나를 보고 학습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지난주에 21개월 만에 아이들 집에 다녀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에 육지를 나가지 않고, 아이들만 몇 번 우리집에 다녀갔다. 나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서 제주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세 아이가 모두 미성년은 벗어났으나 엄마가 보기엔 늘 아기라서, 우리의 부모가 우리에게 그랬듯이 소소한 일까지 염려하는 말들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아이들 집에 가서 엄마밥을 해먹이려고 가방이 미어터지게 싸는 것을 보고, 남편은 핀잔을 준다. 실은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텃밭 가지, 오이, 밑반찬 등등, 건강식이라고 잔뜩 싼 음식들인데, 남편 말이 맞는 말이지만 엄마가 들고 온 보따리가 보물단지라는 것을 아이들이 먼 훗날 내 나이가 돼서야 알게 될 것이다. 큰아이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게 돼서 혹시라도 과민반응이 나타나면 곁에 있어주려고 상경했는데, 엄마가 사랑표현을 먹는 것으로 하다 보니 과잉섭취가 돼서 모두가 지나치게 우량해져 버린 불상사가 생겼는데도 나는 여전히 먹는 것으로 사랑표현을 하는 구식엄마다. 며칠 있는 동안 나도 쉬면서 그림도 그려볼까 하고 도구들도 넣었다. 그런데 아이들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정리해주고, 청소하고, 음식하고... 내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보면 “누굴 닮아서 그러나~” 했다가도 돌아보면 내 모습이 투영되니, 부모 노릇 어른 노릇이 중요하단 걸 깨닫는다. 내 나쁜 습관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을 보고 “좋은 것 좀 본받아라” 하지만 언제나 나쁜 점을 세제곱해 본받아서 나를 놀라게 한다. 결국 아이들이 스승이다. 균형있게 잘 사는 게 어렵다. 펼쳐보지도 못했던 그림도구들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꺼내놓고 맨드라미 한 송이를 그리면서 “내 탓이요~”를 곱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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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귤(풋귤)시대
한달 전 쯤 기술센터 소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어떤 분이 청귤(풋귤) 교육을 하는데 내가 청귤(풋귤)을 잘 아는 것 같아서
나를 추천하셨다고 전화를 할거라고 하셨다.
그 어떤 분은 나는 잘 몰랐으나 남편은 알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잘 알려진 지명도 있는 분이셨다.
명함을 주시는데 지역사회에서 리더 역활을 많이 하시고
지금도 전국 마이스터 연합회 회장님이라고 하셨다.
어르신도 몇 년 전에 친환경농사를 하려고 했으나 정책이 전혀 지원해주지 않고,
고생만 많고 수익은 적은 친환경 농사를 포기 하셨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나는 처음 뵈었지만 갑자기 의기 충만하여서
“ 몇 년 전에 저를 만나셨더라면 포기하시지 않으셨을텐데~”
하며 나의 장황(^^)한 유기농사 철학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유기농사에만은 조신하지 않은 나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친환경 농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이렇게 코로나 시대를 겪고 나서도 우리가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농사를 짓는
자각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일이 난다“
“우리 아이들에게 수십억 재산을 물려주려고 수익 많은 농사만 지향할게 아니라,
사람이 살만한 지구 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나는 유기농신이 강림한 듯 열변을 토했다.
우리 회원님 중에 내가 유기농 귤에 대해서 광신도처럼 말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반디유기농교를 창설한 교주”라며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유기농사를 만나는 이들에게 설파하고 있다.
나의 광신적인 설교를 들은 어르신은 내 말을 제지한 남편을 바라보며
“이선생, 고생 많은 유기농사 때려 치고, 수익 많은 하우스 농사 짓고
골프도 다니고 해야지~“하며 농담을 던졌다.
나는 어르신이 이미 10%는 전염되었음을 간파하며 또 손사레를 쳤다.
“이렇게 청정 자연에서 땀 흘려서 일하면 골프도 외제차도 하나도 안부러워요.”하며
반디유기농교 교주답게 소신을 외쳐댔다.
주제가 청귤(풋귤)인데 친환경농사 말만 나오면 나는 유관순언니 후예답게
결의로 뭉쳐서 열변을 토한다. “반디유기농교 만세~”
아무도 못 말리는 교주임에 틀림없다.
어르신은 논산에서 만난 마이스터가 홍삼에 청귤 엑기스를 첨가해서
인기있는 기능성 상품을 개발한 소리를 듣고서, 청귤(풋귤)의 가치를 새삼 깨달으셔서
제주도 마이스터들과 청년농부들에게 청귤활용교육을 하려고 하시고
기술센터장님과 의논 후 나를 소개 받으신 것이다.
“요리는 예술” 이 말에 혹하여 요리학교에 가서 한 때 요리사로 눈썹을 휘날린 적이 있는 나는
농부가 되어서도 내가 가진 식재료로 어떤 건강식단을 만드나 실험을 해왔다.
식감이 살아있는 김치, 일주일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 불고기 양념 등등
맛도 일품에 항산화 성분까지 풍부한 식재료가 청귤(풋귤)이다.
암환자도 찾는 청피차 등 건강식재료인 청귤은,
귤이 익기 전 8월 한달 수확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식재료라며
나는 청귤예찬을 멈출 수가 없다.
바야흐로 청귤(풋귤) 시절이 되었다.
“1%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슬로건처럼
의식 있는 소비자는 건강과 맛과 기쁨을 맛보게 해 줄 청귤을 알아볼 것이다.
겨울 귤보다 더 야무진 청귤 수확철이 드디어 왔다.
(윗글은 홍보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아웃됐지만
나는 산고를 겪고 쓴 글이라서 여기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