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밭 큰일들(전정 파쇄) 끝나고
소독 예초 귤밭 관리는 남편농부에게 일임하고...
전...선언 했어요.
꽃밭에 매진 하겠다고...
지난해 이사와 손목수술로 방치한 꿈밭 꽃길이 올해 더이상 방치하면
꽃밭을 포기하고 정글로 변할거같아서 장마전까지 다시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낮달맞이도 한 줌 얻어와 번식 시켰고
겹물망초도 한줌 얻어와서 하나하나 번식 시켰는데
몇년 지나니 가득히 번식한 것을 보니
꽃길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거의 대부분의 꽃을 삽목하거나 한 줌 얻어와서 번식 시켜서 더 애틋하고 정이 가지요.)
몇년동안 만성피로로 마음이 주춤거려서 꿈꾸기를 포기하다가...
내 남은 삶...아직도 창창한데...꿈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게 뭐였지?
참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갱년기터널 지나면서 웬일인지...모든 의욕이 실종 되고 표류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지친 탓일까~~
그동안 너무 진을 뺀거 같아.
골병 든거 같아.
슬프려고 해.
여기저기 고장나고, 모든 기능은 노화되고
정신마저 흐리멍텅해지는 거 같아서 슬퍼지려고 해.
내 안에서 징징거리고, 의기소침하고,나약해져서
응석을 부리는 내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다독이는 시간을 몇년 보냈어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어도,전쟁에는 이겼는데 부상투성이의 노장의 군인같은 기분.
태풍을 이겨내었지만 휘어지고 가지 찢어진 나무같은 느낌.
이 기분 뭐지?
아이들이 다 떠나서 빈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는걸까?
철들고 나서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되었는데
왜 표류하는 느낌이 들지?
그 누구에게도 위로 받을 나이가 아니건만
누구에게라도 위로 받고 싶고, 기대고 싶고, 응석 부리고 싶고,징징대고 싶고...
몸과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그렇게 내게도 갱년기 증후군이 파도 치고 있었습니다.
노년기로 접어들어서 기운을 빼는 과정일까?
그렇게 마음 서성이며 몇년을 보냈어요.
그리고 올해...
저는 다시 꿈에게 손짓 했어요.
내가 지속적으로 위로 받고, 지치지 않고 몰입했던 대상이 꽃과 식물이었기에
남은 삶,제대로 꽃과 놀아 보자.
그리하여 호미와 낫을 들었어요.
꿈밭 꽃길을 다시 정비 하기로....
포크레인 장비로 땅을 고르고
눈에 확 띄는 꽃들로 씨 뿌리면 단시간에도
시선을 확 끄는 꽃밭을 만들 수도 있지만
나는 일일이 다, 내 손으로 만들고
하나하나 번식 시키고, 길러내고...
그런 과정이 나를 충만하게 하고 스스로 만족하게 하기에
또 그렇게 내 식으로 나아가 봅니다.
남편이 10년이 지나니 이제 홀로서기 할 정도가 되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선언 했어요.
꿈밭 꽃길 만든 과정을 기록해 둡니다.
세월이 켜켜이 쌓여야 자연스런 작품이 되기에
(5월 30일 자궁근종 수술하기로 예정 했다가 할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가을로 연기하고...실은 자연치유 되기를 바라며...^^)
하루종일 풀 뽑으면서 내가 나에게 하는 말...
이 미친 열정을 어찌 할거나~~~
꽃에 미쳐서 정말 다행이야~^^
한 줌 얻어와 키운, 낮달맞이와 겹물망초가 이만큼 번식
안개 낀 날
흐리고 안개 낀 날.
밝은 날.
지인이 왔다.
풀 뽑읍시다~^^
친구가 왔다.
호미를 쥐여 주었다.^^
풀 뽑아내고 겹 물망초 모종 옮겨 심고...
뿌리 내릴때까지 매일 물 주고...
작은 의자에 앉아 풀 뽑다가
비닐 한장 깔고 퍼질러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풀 뽑기~
머리카락같은 작은 풀 뽑는데 하루 2m정도밖에 진도가 안나간다.
달팽이의 하루를 곱씹으며...
대문 가까이 왔다.
끝이 보인다.
시작이 반...
아이구...대머리 사진 올리는 용기(?), 만용,배짱...낮가죽 두꺼워진 나이.^^
지인이 위문차 커피와 케익 들고 오셨다.
나를 만나려거든...이렇게 오시라고...에궁...
(난 이제 욕도 잘 할 수 있어~~~욕쟁이 할머니 될거얌)
천성적으로 나는 기르기를 좋아하나부다.
귤나무 아래에다가 삽목해서 옮겨 심는다.
지난해 삽목한 아이들을 햇볕 아래서 다시 튼실히 크라고 옮기고...
빈공간을 다 채우려니...
내 하루는 늘...바쁠 수 밖에...
누가 하라고 시켰냐고요~~~~
주변에 인동꽃 향기가 진동하니 한컷.
늠름하고 멋스러운 당귀꽃.
(한 눈에 튀는 아이보다 은근히 멋진 아이들을 좋아한다)
귤이 화 낸다.
내가 주인공이라고...
그럼 그럼...
너가 주인공이고말고...
그사이 귤이 녹두알만하게 자랐다.
봄도 너무 바쁘다.
아플사이, 병원 갈 사이가 안난다.
이러면서 다 이겨낼거야~~~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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