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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귀한 손님

by 농부김영란 2015. 12. 14.

 

 

 

주변 사람들이 요즘 귤이 안 팔린다고 걱정이 많다.

수확기에 비는 계속 오고

귤은 안 팔린다고들 한 걱정을 했다.

 

나도 예전같이 않게 주문이 들어 오질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었다.

경기탓인가?

우리는 유기농 회원제로 하기에 귤 적게 달리는 해는 아예 일반 판매를 안하는데

적극 홍보를 안해선지 회원수도 많이 줄었고

일반판매도 회원외에는 안 파는 줄 알고 주문을 안하시는 것 같다.

이 블로그와 카스 외에는 따로 홍보를 안하는 이유는

10년을 유기농 귤만 생산한 농부가 이젠 따로 홍보할 필요가 있나하는 자존심 때문인데

 세상 인심은 나와 같지는 않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유기농귤은 가치를 아는 분들만이 주문을 하는 편인데

나는 몇년째 가격을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가고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유기농귤농사를 할 수 있겠다는 선에서 가격을 책정 했는데

시중 귤 가격이 싸면 상대적으로 비싸게 보이기도 하고

시중 귤 가격이 비싸면 오히려 유기농귤값이 더 저렴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귤이 많이 달려도 적게 달려도 같은 값에 하는 이유는

유기농 귤은 가치를 아는 분들만이 선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관행귤이 화학비료 덕분에 가지가 찢어지게 달려도

유기농 귤은 그 반의 반만 달려도 왕대박 느낌이 드는데

사람들이 단순비교로 가격비교를 한다.

쉽고 돈 잘 버는 농사였다면 왜 사람들이 안하겠는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없이 짓는 유기농 농사는

농사를 잘 아는 분들조차 손사레를 치면서 안 짓고

유기농 하다가 망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데

나는 왕초보가 10년을 유기농귤 한가지만 가지고 버티어 왔으니

자존감과 뚝심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 없는 길이었다.

 

소비자의 까탈스런 입맛을 맞추기 위해 온갖 과학적인 방법이 동원 되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먹거리는 자연에 가까울수록 몸에 좋은 것인데

사람들이  얕은 맛에 길 들여져서 병원만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성찰하지 못하는 것 같다.

 

며칠사이에 두건의 단체주문이 취소 되고

일반 주문이 잘 들어 오지 않자

나도 은근히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지고 있었다.

팔지 못하는 농산물을 생산한 농부는 2차적 재앙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잘 지어놓은 농사를 기후때문에 망치고, 팔지못해 상심하게 되면

업을 접을까~하는 맘까지 들게 된다.

나는 그런 저런 고비를 다 넘기고 10년을 넘긴 것 자체를 스스로 의미부여한다.

 

2차귤을 발송하고 보니 귤이 많아서

어떻게 홍보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귤을 사러 오시겠다는 분이 전화를 하셨다.

그런데 오신 분들이 스님들이셨다.

맑은 기운이 온 몸에서 번져 나와서 절로 마음이 합장하는 심정이었다.

예민한 스님께서 농약치고 화학비료를 친 농산물은

드시면 금방 느끼는데 우리 귤은 깨끗한 맛이라고 하였다.

"어머나~ 스님, 제가 그렇게 느끼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저는 농약을 많이 친 귤을 먹으면 혀가 아리고 꼬이거든요."

내가 느끼는 것을 말씀해 주신 스님이 반가와서

나는 스님께 자꾸 자꾸 귤을 까 드렸다.

 

큰스님 한분과 수행스님 두분이 오셨는데

종교를 떠나서 어찌나 반가운 맘이 드는지

그것은 맑고 선한 기운 때문인 것 같았다.

선물귤까지 꾸러미로 주문해 주시고

팔다가 못 팔면 전화를 주시라고까지 하셨다.

팔다가 못 팔면 전화를 하라는 말씀에...

"어머나, 내 속마음을 읽으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에 갑자기 맘이 환해져서 웬지 찌뿌둥둥 했던 기분이 일시에 좋아졌다.

 

스님들이 가시면서 두권의 책까지 주고 가셨다.

귀한 인연이 바람처럼 다녀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린 배꽃잎 같은 스님들을 뵙고 나서

긴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내 안에서 늘 피안의 세계를 동경하고 살아서일까? 

 

 

 

 

 

 

 

 

 

 

 

 

 

 

 

 

 

 

 

 

 

 

 

 

 

 

 

 

 

 

 

 

스님께서 반디농장을 홍보해 주신다고 <홍서원>홈피에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희의 노력을 이쁘게 봐주시고 힘을 내라고 큰 격려를 해주셔서

앞으로도 잘 살아 가겠습니다.

http://borisim.net/313

 

 

 

 

 

올해는 은행잎이 너무나 곱게 물들었다.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단풍이나 은행잎이 육지처럼

화사하게 물들지를 않아서 눈길이 그다지 가지 않았는데

올해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서 절로 눈이 간다.

집은 허름한데 멋진 은행나무가 곱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은행나무째 저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먹고 일하러 가다가 저 멀리에 장엄한 은행나무를 발견하고

일도 팽개치고 달려가서 거닐었다.

수백년을 살아낸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서 장관이었다.

귤 따주러 온 7학년2반 큰 언니는 은행나무잎 이불을 깔고 드러 누웠다.

 

긴세월 잘 살아낸 사람과 나무는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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