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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가지 많은 나무

by 농부김영란 2015. 12. 5.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었다.

그리 많은 가지도 아니건만

수험생이 둘이나 되는 집이어서

특별히 해주는 것은 없어도 소소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가을이었다.

막내 예인이가 수시로 원서를 넣어야해서 9월부터 계속 신경 쓰였고

두번째 임고 준비를 하는 예슬이가 9월부터 고시원에서 나와서

집에 와서 있는지라  별 도움도 못주는 에미는

마음이 늘상 분주한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에미가 신경이 쓰이는 일은

아이들이 시험때까지 매진 할 수 있도록

건강을 세심히 돌보는 일이라 마음은 나도 긴장 되었다.

위로 두 아이가 우리집 형편에 맞추어서 국립대를 가 주었기에

그동안 돈에 크게 부대끼지 않아서 농사를 짓는데

중심을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농사를 지어보니 간신히 인건비가 나올까말까 하여서

아이들 학비로 가정경제가 휘청거리면 마음이 많이 부대낄 것 같아서

우리 형편에 맞는 학교를 찾아서 간 것은 잘했던 것 같다.

 

올 2월에 교원대를 졸업한 예슬이는 임고 재수생이다.

임고 합격이 "로또 대박이라느니

단번에 진골로 신분상승 한다느니(남자는 6두품이고 여자는 진골이라네^^)

금수저가 된다느니~"할만큼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 가는 일이 되었다.

비장한 각오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임해도

그 벽을 뛰어넘기가 힘든 시절인데 아직도 철없는 온실 안 화초같은 아이가

무슨 그런 비장함이 나올까~ 에미 마음만 비장해 있었다.^^

처절한 심정으로 와신상담 해도 어려운 길이 되 버린 임용고시.

그 시험을 열흘 앞두고 예슬이는 도서관을 가다가 신호등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옆차에 가려 사람을 못 본 트럭과 부딯히고 말았다.

울먹이며 병원에서 전화를 한 아이 전화를 받고 달려 가는 길은

생각이 정지되어 성모송 첫귀절만 수없이 되뇌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니 다행이 아이는 큰 외상은 없이

경찰과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119로 실려 온 아이는 그사이 CT촬영등 검사를 마치고

머리와 팔꿈치를 치료 받고 큰 골절등은 이상이 없으나

놀란 몸과 부딯힌 머리가 어떤 휴유증이 올지는 관찰하며 치료해야 한단다.

아이는 너무나 놀라서 계속 울먹이고 있었고

주류배달을 하던 건장한 젊은이 둘이 죄송하다며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이가 일단 말을 하고 있고 겉보기에 큰 외상이 없어서

나도 순간 안도가 되었다.

피를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찰과상과 머리 타박상 정도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사 "임고시험이 다음주인데 이게 무슨 일이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사다마인가?

불행 중 다행인 상황인데

그 와중에도 임고시험이 눈 앞이라 걱정이 되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라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는데

모든 것은 보험 회사와 상의를 하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에 부딯혀서

100% 상대방 과실이라 모든 비용은 보험사에서 해준다하나

다음날부터 휴유증이 있어서 이 병원 저병원 다니느라고 시간 낭비와

치료제로 먹는 약때문에 계속 졸려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고

정신적으로 놀라서 입은 피해는 계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며칠간이라도 입원 치료 하라는데 독실은 자부담인데다가

그나마 없어서 집에서 통원 치료 하느라고 나는 매일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녔다.

안 돌아가던 목과 허리와 어깨 통증 등은 많이 호전 되었다.

큰 시험을 앞두고 벌어진 일에 놀라서 혼비백산 하였지만

천우신조로...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위로했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있었어서 나뒹굴면서 부딯힌 머리와 팔이

가방이 완충 역활을 해주었는지 큰 사고는 면할 수 있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물리치료와 한의원 침 뜸 약을 먹으니 많이 좋아졌지만

아이의 마지막 시험준비는 안타깝게도 집중을 못하였다.

 

제주도에는 올해 예슬이 과목은 한명도 안 뽑아서 부득이

경기도로 지원하고 시험전날 뱅기표를 끊었는데

그저께 기상이 악화되어서 눈과 강풍이 불어 택배는 전면 중단이라

하루전날 오려다가 날씨 안 좋아서 발 묶이면 낭패날 일이라

서둘러서 하루전전날 상경을 했다.

이럴때는 제주도 사는 것이 남들보다 훨씬 더 나쁜 환경이다.

폭우, 폭설,안개, 강풍, 태풍등으로 언제 비행기가 발이 묶일지 모른다.

집에서 오후 3시에 나왔는데 서울 큰집에는 9시 넘어서 들어갔다

녹초가 되어서 큰집에 도착하니 악전고투가 생각났다.

그래도 하루 더 일찍 상경한 것은 여러가지로 잘한 일이었다.

아이에게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하며

시험장에 들여 보내놓고 숙소로 돌아와서 밀린 글을 쓰고 있다.

기도 기도 기도...

기도밖에 부모가 할 일이 없네~^^

 

 

 

 

 

 

 

 

 

 

 

 

 

 

치료중에도 강의를 들으며...

나쁜 일은 다 액땜하고 시험때는 은총만 내려 주세요~.

 

 

 

 

 

강풍과 눈으로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밤 늦게 도착하여 내려다 본 서울 야경.

서울야경은 보석가루를 뿌려 놓은 듯 아름다왔다.

 

나는 아이들 일때문에 제주도를 벗어나본다.^^

일로도 바쁘지만 아이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를 거치는 구간이라서

나는 매일 정신이 들락날락하며 바쁘다~를 달고 산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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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막내 예인이 수시면접으로 서울을 왔었다.

막내의 특권으로 국립대 아니라도 보내 주기로 하였다.^^

위로 두아이가 졸업을 하게 되니 여차하면 언니들 도움이라도 받아도 되고...

7살때 제주도로 이사온 막내가 다시 한양으로 입성하고 싶어하는데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라서 적당한 대학으로 지원했다.

6곳을 지원 했는데 한곳은 혹시나하고 아주 상향, 또 한곳은 상향

두곳은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그리고 두곳은 안정권으로 수시 원서를 넣었다.

처음으로 발표한 학교가 가능성이 있는 두학교였는데

동시에 1차가 붙고 면접날도 같은 날이었다.

1차만 붙어도 일단 2/3는 떨쳐낸거라서 기뻐했지만

3배수를 뽑았어서 다시 3명 중 1명으로 간택을 받는 면접은 아주 중요 하였다.

1차 붙은 학교가 한 학교는 오전 면접이고, 한 학교는 오후 면접이라서

총알택시까지 수배해놓고  오전 학교 끝내고 오후 학교로 날아갈 예정이었는데

오전학교에 도착해보니 접수번호는 앞 번호였는데 면접번호는 맨 뒤라서 12시 30분에 끝났다.

오후 면접학교 입실은 12시 30분까지고...

이를 어쩌나...어쩔수없이 한 학교는 그냥 포기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벌써 오전 학교에 입실했으니 너무나 아쉽지만 오후학교는

면접도 못 보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오전 학교에 면접을 나름 잘 본것 같다하여

우린 시험 보러 온 사람들같지 않게 희희낙락하며

다음날 서울투어도 하고 소풍 간것처럼 즐겁게 보내고 내려 왔다.

하향지원이 두개 있으니 안되면 그곳은 되겠지~그런식의

초긍정 마인드가 아이와 에미가 동시에 있어서 수험생같지 않게 보냈는데

수능 전에 막내는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 학교였는데

아이가 가고 싶어하고 면접때 가보니 녹지공간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나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이 끌려서 잘 되었다 하였다.

당장에는 잘 몰랐는데...먼 훗날 보면 항상 은총이 함께 하였다는 생각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의 편한 마인드가 되어

"너만 행복하면 된다"는 식으로 합격전에도 평화로왔는데 최종합격까지 통보받자

막내는 그날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인간이 되었다.^^

남들은 수능도 안쳐서 초긴장 상태인데 한 학교가 붙고나니

나머지는 붙으면 더 좋고 안 붙어도 괜찮아~ 하는 식이 되었다.

심지어 고르는데 골머리 안 아프게 안 붙어도 좋아~ 이러니

간절함도 없이 행운만 바랬던 상향의 두학교는 불합격 했어도

막내는...이미 대학생이 된 기분으로 룰루랄라 중이다.

 

기쁨 막내는 또 한번 편안한 기쁨을 주었다.

최고를 지향하지는 않기에 우리에게 맞는 곳을 택하니

그저 감사하고 족하다.

모닝차가 나에게 너무나 맞고 행복하듯이

누가 벤츠를 거저 주어도 불편할 것 같은 마인드인지라

내 수준에 맞는 것이 편하고 좋다.

2015년으로 나는 길었던 고3엄마를 졸업하게 된다.

그사이 남들처럼 특별히 애 쓴 것은 없으나

초저녁 잠이 많은 내가 내려앉는 눈꺼풀을 치켜 뜨면서

아이들을 픽업하던 것과 12시까지 아이들이 돌아 오기를 기다리며

깊은 잠을 자지 못했는데 이제는 잠이 쏟아질 때 그냥 자면 될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

또 다른 바람들이 늘상 불겠지만

늘 그랬듯이...다 잘될거야~하며

엄마의 기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련도 또 다른 은총을 예비하는 도구였기에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시련도 분명히 은총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련을 통해서 단단해지고, 내공이 생기고

작은 시련에는 의연해지고

평범한 매일이 축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하니

시련에도 하늘의 큰 뜻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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