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따는 우리들에겐 가는 해와 오는 해. 요일과 날짜도 모르고
오직 귤따는 날과 귤 못따는 날 두가지 날뿐인 날들이었습니다.
11월 20일 시작된 귤따기가 12월 20일 한달 후 결산해보니
귤을 딴 날이 열흘이 채 못 될 정도로 눈 비가 오는 겨울이었어서
올겨울은 귤농부들에겐 최악의 겨울이 되었습니다.
주변을 살펴 보아도 아예 손 놓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손도 못댄 귤밭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지난 주간은 내내 날이 좋아서 막바지 귤따기에 박차를 가하여
초벌상품 귤따기는 한차례 끝냈고, 모두 다 따내리는
2차 귤따기를 그저께부터 사랑밭부터 시작 하였습니다.
몇번이나 마음 내려 놓는 연습을 한지라
최악의 경우 이제부터 귤이 언다고해도 절반 이상은 건진 상태라
마음 편히 먹고 새해를 맞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날 좋은 날 쉴수는 없는지라 내리 열흘을 귤따기 하고보니
모두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다가 몸이 곤하니
감정들도 울퉁불퉁 짜증을 내기 시작하여서
진두지휘를 해야하는 저는 마음이 노심초사하여
급기야는 제가 먼저 몸살이 밀려 왔습니다.
귤을 못따서 애간장 끓이고, 택배에 신경 쓰고,
일손 부족해서 마음 졸이고,노약자 초보자를
정예부대로 거듭나게 하여 일을 끌고 가자니 힘은 두배로 들어서
"이제 귤농부 접고 싶다"는 생각까지 밀려올 정도였습니다.
작은 농장 하나 경영 하는데도 이리 힘드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경영자들의 애환과 노고를 헤아릴 것 같았습니다.^^
올해는 비가 와서 귤을 못 따는 것도 애 닯았지만
내내 비가 오는지라 육지에서 귤 따러 오신 분들이 모두 돌아 가는 바람에
일손이 없어서도 더더욱 비상이 걸린 제주도였다 합니다.
지금이라도 일손을 구해서 모두 따내리고 싶어 하지만
그나마 있는 제주도 일손들도 이제는 막바지 귤따기에 매달리느니
감자밭이나 무우밭에 가면 두세달 일을 할 수 있다하여
그리로 투입되어 여전히 일손 구하기가 어려우니
지친 우리 일꾼들 (큰아주버님, 큰언니,회원님으로 체험일꾼 하시는 함박웃음님,나,
간간히 투입되는 둘째) 이 죽으나 사나 동고동락으로
일을 마쳐야 할 운명에 놓였습니다.
그러저러 1월 한달을 다 보낼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천만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귤이 얼지 않았고
귤맛이 좋다는 것입니다.
믿음밭은 얼지 않는 지역인지라 안심하고
1월 중순에 싱싱한 것으로 따서 5차귤 내보낼 것이고
지금 따는 사랑밭 귤은 탱글탱글 싱싱하고 맛도 좋아서
4차귤도 맛있고 상싱한 귤로 내보낼 수 있어서 어려움 중에도 감사합니다.
1월 들어서 날씨가 안 좋은 예보라 12월 마지막 날임에도 쉬지않고
열흘째 휴식없이 귤따는 중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지쳐서 말이 없어요)
올해 귤은 막상 따보니 너무 너무 많은 거예요.
(좋아야 할 상황이지만 따기 힘들어서 좋지 않은 상황)
갑자기 10시 30분 경 소나기가 마구 쏟아지는 겁니다.
조금 내리면 참고 해보려고 "여러분 동요하지 마세요~" 하며
귤을 따는데 기어이 소나기가 와르르 쏟아져서 도저히
귤을 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쉬라고 배려 하는군~ "하며 철수 하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콧바람도 쐴겸 교래리 토종닭 특구에 가서 점심도 먹고
트럭 타고 제주도 반 일주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
8시 출근하여 (다른 집은 7시 출근) 차 한잔 마시고 귤따는 바구니를 들고 귤따러 갑니다.
딱 일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철수...
이 겨울 이러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5.16도로를 지나며 나목들의 아름다움에 감탄 합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회오리 우박이 휘몰아쳐서
시야를 가려서 남편이 트럭을 몰면서 벌벌 떨었습니다.^^
간신히 위험지구를 빠져 나왔습니다.
참으로 제주도 날씨는 동서남북 날씨가 변화무쌍하고 다릅니다.
조심조심 사려니 숲 입구 삼나무 길을 통과하고~
드디어...
교래리 토종닭 특구에 도착
S가든에서 토종닭 백숙을 먹었습니다.
그동안 지쳤던 몸을 회복시켜줄만큼 맛있고 푸짐했습니다.
먼저 닭 가슴살로 샤브샤브를 해서 먹고...
그 다음에 쫄깃한 토종닭 한마리를 3명씩 나누어 먹었어요.
충분히 큰 닭이었습니다.
우리팀 6명이라 두마리 시켜서 배를 두드리며 먹었습니다.
하하하...
절대 남기는 법이 없는...깨끗이 먹었습니다.
일을 하면 밥맛이 좋고 소화도 잘 됩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녹두죽까지 깨끗히 해 치웠습니다.
"아이구~ 배야~ " 배를 두드리며 갑자기 기세가 폭팔해져서
성산 일출봉을 오르자고 제가 꼬드겼습니다.
토종닭 덕분에 역발산 기개세~하니
성산 일출봉에 올라서 내년에는 더욱더 힘차게 보내자고
결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70대 어르신(큰 아주버님과 큰언니)들도 덩달아 정신없이
반디열차에 동승하여 아픈것 슬픈것 다 이겨내고 진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나오자 말자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자
저의 기개가 꼬리를 감추고 성산 일출봉은 밑에서 쳐다만 보자~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신입사원(^^) 귤따기 새내기가 된 함박웃음님은
원래 한달 예정으로 귤따기 농부 지원했는데
올겨울 상황이 안 좋아서 두달째 체류하며 귤따기 멤버로
정예부대로 거듭났습니다.어려운 처지를 헤아려서
함께 해주는 함박 웃음님께도 감사하고 큰아주버님과 큰언니께도 감사합니다.
교래리에서 성산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달리는데
창밖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차분한 색감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제주도는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보물섬입니다.
선흘리를 지나서 송당마을을 지나서 차만 타고 지나가도
절로 힐링이 되었습니다.
이맘때는 귤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한번도 이쪽으로 오지 못했는데
겨울풍경이 이리도 멋질 줄이야...
이어서 왕대박 풍경들을 만났습니다.
멀리서 보니 하얀산이 보여서 뭐지?
하니까 함박웃음님이 <용눈이 오름>이라고 하네요.
사진작가들에게 최고의 소재가 되어 주는 그 용눈이 오름.
오름의 능선이 예술적이라 용눈이 오름을 주제로 하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저도 언젠가 한번은 용눈이 오름에 취해 보겠다고 벼르기만 한지가 수년째~
언젠가는 용눈이 오름을 올라서 사진을 찍어 보리라~
별로 성능이 좋지못한(공짜폰에 홀릭되어) 핸드폰으로
그 멋진 오름의 위상만 훼손할까 싶지만
"이 기사~차 세워~ "하며 핸드폰을 마구 눌러 댔습니다.
바람세기가 육중한 아지매도 날라가게 할 판이지만
내가 언제 이 시기에 이곳을 지나갈까 싶어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차 길에서 찍은 거라 용눈이 오름을 1/100 도 표현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으면서 장송곡 같은 음악이 윙윙 부는 바람에
섞여서 흘러 나왔습니다.
음산한 장송곡이 아닌 장엄하고 엄숙한 장송곡같은...
봄 여름 가을의 화사한 색감도 좋지만
마른 갈대로 덮인 차분한 다갈색 파스텔톤의 겨울색이
내 안의 잠자고 있는 작가욕구를 자극했습니다.
휴식에 들어간 생명을 품고 있는 잠자는 듯한 대지가
더욱 장엄해 보입니다. 간간히 방풍림 삼나무와
초록색 무우밭, 당근밭이 단조로운 색감을 조화롭게 해 주었습니다.
용눈이 오름 맞은편 오름은 초록무우밭과 짙은 녹색나무로
색감이 반대색입니다.
겨울의 용눈이 오름
최고의 사진 소재가 틀림없습니다.
이 겨울 가기전에...꼭 다시 한번 와서 용눈이 오름에 올라 보고 싶네요.
성능 좋은 카메라와 사진 기술을 가졌다면 가히 작품이 나올 풍경입니다.
오름의 능선을 한번 보아 주세요.
차길에서만 찍은 것인데 다양한 방면에서 찍으면
환상적인 사진이 나올 풍경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환상풍경을 만났습니다.
유채꽃이 벌써 핀...
봄 풍경을 만난 겁니다.
와우~ 와우~ 와우~~
열심히 일한 그대여~ 즐기라~하고
하늘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신 겁니다.
한겨울 한라산을 지나와서, 늦가을빛 용눈이 오름을 지나서
새봄이 활짝 핀 유채밭을 만나고...
그리고...
또 장관의 풍경을 만났습니다.
종달리 해변을 지나서 성산포로 가는 길에 만난 철새 도래지~
성산포의 바다바람은 가히 태풍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멋진 풍경을 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겨울 바다색도 아름다왔지만 마른 풀잎이 내는 밝은 노랑갈빛이
조화를 이루어서 풍경 자체가 예술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귤밭에만 매달려서 한번도 이쪽으로 못 왔다가
최고의 풍경을 한번에 두루두루 만났습니다.
멀리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며 트럭을 몰고 가는데
나는 오늘 운전기사가 아니라서 더욱더 맘껏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히야~~~멋지다~~~
감탄사 연발입니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내 감성에도 감사합니다.
한달간의 피로가 다 날아 갔습니다.
어디를 보느냐?
무엇을 보느냐?
에 따라 기분과 상황은 늘 달라지곤 합니다.
꼬진 핸드폰으로도 이런 풍경이 나오니
성능좋고 기술좋은 카메라쟁이들은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겠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느낌이 나옵니다.
사진으로 보아도 가슴이 뛰네요.
이 멋진 풍경에 철새들까지 한풍경 합니다.
성능 좋은 줌 카메라가...또 아쉽습니다.
이런 장탄식 한지가 몇년째인데...여전히 같은 타령만 하고 있네요.^^
왜? 카메라기술과 사진 배울 시간이 안나서라고 변명하면
너무나 비겁한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새해에는 제대로 사진 배워봐~ 하는 욕구를 용솟음 치게 하는
그런 멋진 풍경입니다~
나도 가끔...사진작가가 될 소지가 10%는 있는 것 같은데..하는 착각 들게 하는 것은
사실 아무데나 들이대도 사진이 잘 나오는 명풍경 때문이지요.
한치도 아닌,
오징어도 아닌
준치라고 하는
오징어 닮은 아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해변 풍경도
한 작품 하네요.
이 준치 그냥 지나갈 수 없지...
한마리 3000원 하길래 좀 비싸네~하며 두마리만 하려는데
얼른 4말리 만원 준다고 하니까 네마리 사서 우적우적...
맛은 오징어만 못하지만 이 풍경에 일조하는 마음으로...
여기서 핸드폰은 방전되어 더이상 풍경을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섭지코지 앞바다에서는 바람 많은 날 윈드서핑 하느라고
멋진 풍경이 있었지만 못 담아도 억울치 않게 멋진 풍경들을 만났습니다.
비가 와서 떠난 한나절 여행이 충만한 힐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망년회는 최고의 망년회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
우리 가족들 영화 한편 땡기기로 하였습니다.
국제시장에 어르신들이 관심 보이므로
국제시장 보고 경제적인 외식 하고...
오랫만에...
몸과 마음을 달래고...
또 힘내서 남은 귤 따기에 매진 하려고 합니다.
아자~~~힘내서 달려가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 하시고...
모두 모두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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