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다 욕구가 가라앉기 전에 마구 써야겠다.
내가 원체 고도 근시여서 눈알이 뱅뱅 도는 안경을 쓰고 다녔지만
그마저 눈이 노안으로 진행하면서는 근거리 원거리가 침침해져서
컴에 앉으면 눈이 집중이 안되니, 글도 이내 산만해져서
수다빨이 오르지를 않았다.
필 받지않는 글을 쓰니 내가 써놓고도 맘에 안 들었다.
내 글이 글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경쟁력 있는 수다빨을 보여준다며
그동안 종횡무진 무소불위로 써댔지만
어느날 부터는 김빠진 맥주, 바람 빠지는 풍선같이 재미가 없었다.
왜? 나답지 않게...
누구 시선 의식하지 말고 꼴리는대로 써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사방의 눈동자가 의식되어서
나답게 지르는 것을 잊어 버렸다.
나는 인간이 모자라서인지 하루는 화가 났다가
하루는 슬펐다가,하루는 평화로왔다가,하루는 감사했다가 하루는 안 감사했다가
쉰 셋이나 먹은 여자가 맘 하나 못 다스려서 내맘 가지고 지지고 볶는데
누구는 일년내내 어찌 그리도 군자연스러운지 부럽다못해 짜증이 울긋불긋해진다.
남편 흉 좀 볼라치면,복에 겨워서 깨춤을 주네~~싶은 반응이 느껴지면
"그대는 365일 늘 그렇게 맘 잘 다스려 집디까?" 비결을 묻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내가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 유치스러운데 그대는 어찌 그리도 의연한가?
그러다가도 나도 맘 다스리면...제법 군자연스러워지고 의젓해질 때가 가끔 있다.
그래도 지금 세상에 내가 태어나서 내 맘 내키는대로 지르고 사니
이 복마저 못 깨달으면 안되겠지.(조선 시대나 북한에서 안 태어난 걸 감사하며...)
어떤 사람이 듬직하게 생긴(외관상) 남편을 보고 나더러 참 좋겠다고 했다.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서 우물쭈물 하다가
"하느님은 공평해요.겉이 듬직하니 안은 여리게 만드셨으니..."
"내가 왜 이렇게 억척스러워졌겠어요?" 속으로 우물 우물거렸다.
남편에게 슬며시 기대고 싶어 그동안 못부린 응석 좀 부려볼라치면
남편이 늘 먼저 드러 누우니 "애닯다 내 팔자~"하며
내 맘 내가 다스릴수밖에 없는 신세라며
그동안 종종 한탄도 했는데...
그래도 이제는 담담하게 바라봐 지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서 딱 좋아진 한가지다.
오히려 남편에게 측은지심도 슬며시 생기는 것을 보니
이래서 한평생 지지고 볶으며 살게 되나부다.
나는 기대며 살 팔자가 아님을 깨닫고 체념해야
평화가 온다는 것을 늘 자각한다.
그래도...나도...종종...내가 애닯을 때가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응석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미 그 나이는 한참이나 지나 버리고
내 앞에는 돌봐야 할 아이들과
명퇴하여 돌아온 남편과 ,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사명감과,
누가 봐도 이 시대의 어른 반열에 들어선 나이인데
누구에게 응석 부린단 말인가?
친한 친구가 암에 걸렸단다.
미주알 고주알 우리는 수다도 많이 떨었는데 친구는 이제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하나~" 친구가 그랬다.
우리 나이 그런 나이다.
일일이 다 얘기하지 않아도
나는 너가 하고 싶은 말을 헤아릴 수가 있다,
다 감당하려다가 넘쳐 버리면 몸이 탈이 나는 나이 이다.
너가 짊어진 무게가 나보다 더 무거웠구나~
나도 말 문이 막혀 버렸다.
예인이가 1학기 때는 혼자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 줬는데
2학기부터는 동네 가까운 친구들을 모아서 카풀을 하여
이번주에는 내 당번이 되어 학교 데려다 주고 믿음밭으로 왔다.
귤밭 일도 많지만 아이때문에라도
늘 붙박이로 살아야 하는 내가 맘 잘 다스리고 살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옆에다가 만들어 둘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꽃씨도 뿌리고, 꽃밭도 가꾸어 늘 나를 달랜다.
일년에 하나씩 수리하여 반디농장 힐링캠프도 어느정도 구색을 갖췄다.
다락방에는 얼마전에 인터넷선도 연결하여서
노트북 싸들고 와서 여기서 글 쓰니 수다빨이 원기를 회복 하였다.
"이이상 뭘 더 바래~"
요즘 웬지 모르게 자꾸만 옆구리가 시린터라
나를 스스로 달래려고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내 인생에 지금이 최고의 날이 분명한데
왜 내가 휘청거리지~ 싶었다.
넘치지 않으려고 몸이 스스로 조절하는거야~
내가 꿈꾸는 반디농장 힐링캠프는
마음은 쉬고 몸은 진한 노동으로 치유 하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노동하여 인간 본연의 삶을 찾는 것이다.
몸은 곤하고 정신은 맑아지는 길.
살다가 많이 힘들었지?
가슴에 쌓인거 많아도 풀어낼 길이 없었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갑자기 방향을 잃었니?
한 일주일만 푹 쉬었으면...
그러면 날 찾길 바래~~~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힘들다고,슬프다고 하면
연민은 생겨도 국민은 불안해진다.
어찌 슬픈 일, 아픈 일이 없으랴~~
하지만 대통령은 아파서도 안되고,슬퍼서도 안된다.
감정이 있어도 없는 듯, 흔들리지 말아야 국민이 안심한다.
그렇듯...나도...반디농장 주인으로서
내 감정은 없는 듯 다스려야 내 주변 사람들이 안심한다.
나다운 것은 씩씩한 것.
오늘부터 날으는 수퍼우먼 울트라 캡숑으로 돌아간다.
다시 비장해진다.
내 감정은 지친 그대가 오면 동병상련으로 풀어 낼거야~~~
그대를 기다리며...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능대박 귤나무 (0) | 2013.10.31 |
---|---|
시댁식구들과의 2박3일 동행 (0) | 2013.10.28 |
스마트폰 (0) | 2013.10.21 |
가을 텃밭은 초토화~ (0) | 2013.10.20 |
반디농장 <힐링캠프1> (0) | 201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