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이사 와서 가장 이색적이었던 풍경은
하늘로 치솟은 방풍림 삼나무와 밭마다 둘러친 화산암 돌담이었습니다.
바람 많고, 돌 많은 삼다도라 불리는 대표적인 풍경이었지요.
거기에 여자까지 많은 삼다도.
(제주도는 여신의 섬이기도 해요)
바람 피해를 막기위해 귤밭둘레에 심었던 삼나무를
요즘은 일조권을 방해하여 귤맛을 떨어 뜨린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이 되어서 점차 베어 없애기도 하지만
저희 귤밭 가장자리에는 삼나무들을 그냥 살려 두었습니다.
햇볕을 적게 본 귤들이 늦게 익고 귤맛을 떨어지게도 하지만
저는 익는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따기에 삼나무 있는 쪽은
늦게 수확하여 연중 일조량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리도 멋있는 나무를 한순간에 베어낸다는 것이
몹시 안타까와서이기도 하고 하늘로 쭉쭉 뻗은 삼나무를 바라보노라면
그 시원함이 가슴을 뚫어 주기 때문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제주도다운 풍경이
삼나무와 귤나무와 돌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즈막하게 지은 제주도 전통가옥 돌집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가장 제주도적이며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
반디농장 귤밭마다 삼나무가 둘러쳐 있습니다.
귤밭 주인이 이리도 삼나무 예찬론자이니 일부러는 심지 않아도
있는 나무는 베어내지 않습니다.
더구나 삼나무는 습도가 높은 제주도에서는 집안을 삼나무로 벽을 만들면
습도 조절을 하여 곰팡이가 피지않게 하니
제주도에서의 삼나무는 최고의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믿음밭을 구입할 때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이
헐어 터졌지만 작은 방한칸 돌집이 있다는 것과
옆밭에 난 오소록한 돌담을 끼고 도는 올레길과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 오솔길이었습니다.
요며칠동안 귤말랭이 가공실을 지어 볼려고 궁리를 하다가
삼나무 조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로 한 장본인 삼나무.
그 삼나무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붕위로도 한참이나 뻗은 삼나무
아파트 5층 높이는 되지 싶습니다.
마음 여유, 시간 여유 있는 날
저 삼나무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립니다.
나무잎새 사이로 바람결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고
온갖 새들이 둥지를 틀고 하루종일 노래하는 소리도 듣습니다.
귤밭은 주인공이 단연코 귤나무이지만
귤밭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조연중에는
삼나무도 한몫 하지요.
다락방 창문으로 넘나드는 지붕에 고추를 말리기도 하고
바람 잘 통하는 지붕에 누워서
멋진 삼나무를 감상 하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호사를 부리며 저의 감성을 달래주곤 하지요.
귤밭 한켠에 작게 마련해 놓은 꽃밭에 사철 번갈아가며 피는
키 낮은 꽃들도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요.
무지하게 덥고 갈증나는 삼복 무더위를 잠시라도 잊어 봅니다.
돌담과 삼나무...
이 경관이 가려질까봐 말랭이 가공실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나니
이런 감성의 제가 여태 잘 살아온 것이 스스로 신기합니다.^^
등이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채송화씨 받겠다고
쉬는 시간에 뙤약볕 아래에 쪼구리고 앉은,
덩치는 하마같은 50대 아줌마가
감성은 여전히 17세 소녀입니다.
이젠 채송화 맨드라미, 봉선화...
어릴때 보던 그런 소박한 꽃들이 정겹습니다.
돌담도 전문가가 공 들여 쌓은 력셔리 돌담보다도
그냥 울퉁불퉁 쌓은 시골 돌담이 정겹습니다.
돌담길과 삼나무와 귤나무가 다 있는 곳.
믿음밭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입니다.
봄내...언젠가 만날 그대를 위해
온갖 야채 다 심어 놓았던 야채밭을 며칠전에 갈아 엎었지요.
노린재가 다닥다닥 붙어서 고추는 말라 비틀어지고
진딧물로 누렇게 뜬 가지도 이제는 끝물이라
가을 감자나 김장배추라도 몇 포기 심어 볼까하고
마당텃밭을 비웠습니다.
이런 야채들을 심는 것보다도 뽐나게 잔디를 깔면
한결 정돈되어 보이고 정원다울텐데...
잔디를 깔아서 감물 염색천을 말려볼까도 궁리중이고요.
대문 입구에는 녹나무인지(정확히 모름)
키 큰 나무가 하늘 향해 쑥쑥 자라고 있지요.
삼나무, 녹나무, 귤나무 모두 사철 푸른 나무들이라
사계절 모두 눈이 싱그럽습니다.
대문 옆의 나무는 몇년사이 두배로 컸습니다.
작년부터 회춘을 했는지 다시 새순을 마구 내면서 왕성하게 자라고 있어요.
요즘같은 무더위에 골목입구를 그늘지게 해주어서
그늘의 고마움을 알게 해주더라구요.
귤밭옆에 난 이 어여쁜 돌담길이
저를 설레게도 하지요.
녹나무(?)가 뿌려주는 적당한 낙엽도 운치있고...
(누군가는 치워야 할 청소 대상이지만 내게는 운치있는 낙엽)
울퉁불퉁 자연스런 돌담도 운치있습니다.
취나물도 먹고 꽃도 보고...
반가운 풀잠자리가 많이 번식 하였네요.
요즘 여름순 나서 진딧물이 다시 극성을 부리지만
풀잠자리들이 부화하여 진딧물을 먹어주고 있습니다.
제가 연미복 신사라고 부르지요.
여름순이 이렇게 충들의 습격을 받아서
얼룩얼룩하지만 그래도 이겨내는 잎들이 광합성 작용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어 내니까 너무 안달하지는 않지요.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늘
의연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은 덥다고 아우성이지만
귤나무와 식물들은 결실을 위해 쉬지않고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릴때 이 맨드라미로 기지떡(술떡)에 꽃수를 놓아서
먹기도 하였지요.그 향수 그리워서 심어 보았네요.
서양 백일홍 지니아는 백일정도 피고 지는지라
초겨울까지 꽃밭을 지켜주는 앙징맞은 꽃이랍니다.
뒤에 천일홍 몇 포기도 심어 놓았어요.
저는 점점 키 작고 소박한 꽃을 좋아합니다.
지니아와 채송화
수련사이에 몇포기 심어놓은 돌미나리가 꽃을 피웠어요.
수련 심은 통은 새들이 와서 물 먹고 가는 옹달샘
수련, 어리연,미나리,개구리밥 동동
더덕꽃 청사초롱
난타나...작은 화분 하나 사와서 심었더니
쑥쑥 커서 꽃을 계속 피우는데
색깔이 오색빛이네요.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랍니다.
창가로 뻗어나간 줄기식물.(이름 잘 몰라요^^)
일부러 안 심었는데도 예쁘게 자리 잡아서
꽃처럼 봐주고 있어요.
언젠가 바닷가에 가서 예쁜 몽돌들을 주워 와서
깨진 단지 항아리에 담아 놨어요.
50대 아줌마가 짬 날때는 이런 짓 하며
혼자서도 잘 놀고 있답니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인생이 늘 고달픈 사람.
밭일만해도 태산인데...
그래도 종종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짓 하며 살아야
숨을 쉴수가 있어요.
숨 막히게 무덥고 한달내내 열대야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땀띠가 나서 온 몸이 따끔거리지만
그래도 일을 하고나서 마시는 시원한 물과
가끔 불어주는 바람결에 실려오는 가을의 느낌이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고 속살거리네요.
이맘때는 절대로 놀러 오시라고 권하지 못하겠어요.ㅎㅎ...
내 몸 건사하기도 벅찬 계절인데
이때가 휴가철이라니요.
막바지 더위에 건강 잘 추스리시구요.
제주도는 가뭄까지 겹쳐서 애간장 녹이는 날씨랍니다.
비소식 없는 날이라 귤밭에 물까지 주어야 할 판이랍니다.
점점 걱정되는 이상 기온.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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