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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지천명에 찾은 행복론

by 농부김영란 2012. 10. 26.

 

 

아침에 예지를 등교시켜 주고 학교에서 가까운 신효동 <믿음>밭에 들려서

예쁜 꽃들을 감상하고 돌아 옵니다.

요즘 한창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귤도 하루가 다르게 색이 나고 있습니다.

봄 여름 애간장 녹이던 농사지만 이 가을이 되면

마음 시름 다 내려놓고 결실의 계절에 누리는 마음의 풍요를 즐깁니다.

 

꽃씨 뿌리고 짬짬이 들려서 돌봐주던 꽃들이 피기 시작해도

한번도 맘 놓고 이곳에 가서 차 한잔 즐길 수 없었는데

그나마 요즘에야 조금 누려 볼 수가 있으니

이 귀한 시간을 저는 아이 등교를 핑계로 달려가서

조각보 잇듯이 마음에 채워두려 합니다.

늘 종종걸음 치며 살면서도 삭막한 서걱거림을 견딜 수가 없어서

채송화 씨 뿌려놓고 들여다보고, 지니아도 언제 꽃 필지 목빼고 기다려 보고

유홍초가 가을이 되어서야 인사하기 시작해도 그 날을 기다리며 꽃씨 뿌리고 가꾸었지요.

세이지도 이맘 때 피라고 순 질러주어서 꽃 피기를 늦추고

그래서 이 가을에 화사하게 맞추어 피는 예쁜 꽃들을 봐주어야

그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기에 내 맘 가득히

행복 에너지를 꽉꽉 채워두고 있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 이제사,

나에게 맞는 행복이 뭔지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했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었는지?

나 다운게 무엇인지...

걷돌며 보낸 세월동안 나를 잊어 버려서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조차 제대로 몰랐었습니다.

 

 

 

 

세상의 잣대에 맞추어서 질세라 질주하던 젊은 날이 가고

인생의 오후에 들어서서도 마음은 급하고 할 일은 많고...

지금도 여전히 사는데 골몰하긴 하지만

어느 순간...나는 하나씩 내려 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려니 부대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한잔의 차를 마셔도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마시면 그 자체가 행복이거늘...

 

 

 

 

 

 

사는데 필요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아도 되는 것을

넓은 평수의 집 하나 장만 하는데 한세월 다 보내 버렸고...

미리 걱정 안해도 될 미래를 위해 노심초사 했었습니다.

 

 

 

 

 

 

 

 

나는 이제 버버리코트도, 루이뷔통 가방도, 벤츠도...

누가 거저 준다고해도 어울리지도 않고

간수하랴 불편하기만 할 것 같아서 사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더구나 보석은 더욱 어울리지도 않고

도둑 들까 걱정만 늘것 같아서  부담스러울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작은 꽃들이고

씨 뿌리면 나서 잘 자라주는 야채들이고

일년내내 귤밭에서 땀 흘리며 썬크림도 잘 안바르는 내 맨 얼굴과 몸빼차림으로

어디든 활보할 수 있는 자유로움입니다.

 

 

 

 

작은 행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나에게 맞는 즐거움이고, 충만이고

나의 색깔임을 알게 되어

내 나이가 좋아졌습니다.

 

 

 

 

가꾸고 돌본 것들도 예쁘고

 저 혼자 피고 지는 들꽃들도 예쁘고

파란 하늘도 이쁘고, 비 오면 비가 와서 감사하고...

노동이 힘들어도 일 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서 감사하고

자연스런 것들에 내 맘이 편안해진 것이 참 좋습니다.

 

 

 

 

 

 

 

 

그렇게 맘 졸이게 하던 태풍이 와서

온 귤밭을 다 헤집어 놓고 갔어도

남아 있는 귤이 더 많구나 하고 안도 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이가 주는 평안이었고 비움이었습니다.

 

 

 

 

 

아직도 다 비워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 맞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없는 것, 멀리 있는 것을 탐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누릴 수 있는 것,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땀 흘려 얻은 댓가가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이론이 아닌 몸소 깨닫게 되어 감사합니다.

 

 

 

 

 

 

 

누가 옆에서  돈으로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을 나이가 되었고

내 것이 아닌 것은 흔한 돌맹이보다 못한 것임도 알게 되었지요.

미혹하지 않고, 들뜨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이들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어

그 이상 감사한 일이 없습니다.

내게 가진 것 중에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제 자리를 찾아 가게 되는 것은 어느 부모나 바라는 소망이겠지요.

첫째와 둘째가 첫번째 관문인 대학교를 소망하던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꿈을 더 높게 잡았다면 만족 못했을 것이지만

내 형편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여 소망한 학교이기에

둘째 예지가 수시로 합격한 것은 요즘 들어서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나이롱 신자이면서도...절실한 소망때문에 성당을 찾아서 기도 했더랬지요.

그 기도를 들어 주셨나 봅니다.

우리집 돌튼이 예지 이야기는 따로 장문을 쓰려고 합니다.

부모 되기의 어려움을 가르켜 준 예지가...그래도 수시 합격하여 효도를 해주었습니다.

내게 맞는 옷을 찾을 수 있게 해 준 내 나이가 주는 평화입니다.

 

 

 

 

 

 

믹스 커피 한잔에도 그리 감사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예쁜 꽃들이 나를 충만하게 해주지만

그 중에서 가장 최고로 뿌듯하게 해주는 아이들은 단연코 귤들입니다.

쉬고있는 나무가 절반이지만 유기농으로 가면서 수확량은 점점 줄어 가지만

그러나 저러나 저는 귤나무가 가장 기특하고 가장 어여쁩니다.

그 매섭던 태풍에도 매달려 있던 장한 금순이 귤들을 만나시거든 꼭 쓰다듬어 주시고

그 눈물겨운 투혼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그를 사랑해주면 그는 나에게 건강으로 보답을 해줍니다.

 

 

 

 

 

아주 느리게...달팽이 걸음으로

몇년에 걸쳐서 하나씩 하나씩 장만하고 있어요.

내 감성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나서

앞으로도 작은 행복을 만들며 채울 것입니다.

돈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내 행복을 채워주는 일이라

내가 만들어 가는 그림에 함께 가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늘 안부편지 띄웁니다.

건강한 가족이 띄우는 <희망 편지>가 누군가에게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공사 벌인 것은 마음이 곪아 터지고나서야 평안 해졌습니다.

기대가 무너지고...화가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내 맘 편하자고 좋은 쪽으로 생각 하기로 했습니다.

소소한 뒷마무리가 많지만

최소한의 마무리만 대충 해놓고 나중에 꼼꼼히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훗날 생각하면 이것도 다~~~ 교훈이 되겠지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냐 하나~하는 것을 남을 통해서 다시 배우네요.

 

 

 

 

 

 

 이 없으면 잇몸으로도 살아낼 수가 있으니

이까이꺼~하면...또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요.

 

맘 하나 뒤집으니 맘이 편해지는 것을...터득하게 되어

만사 긍정 마인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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