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비가 온다는 예보에 휴일없이 내쳐 일했다.
농사의 90%이상이 몸으로 부딫히는 노동일이라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면 몸이 부대끼기 일쑤인데
일 많은 봄날 미룰수도 없고,누군가 대신해 줄 일도 아니기에
몸을 달래며 하나씩 끝낼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며 달려왔다.
전정 30년 경력 전문가를 모시고 남편과 내가 밭 하나에 이틀씩 6일동안 끝냈다.
지금까지 누구의 손도 빌지않고 내가 돌보아 왔던 호근동(희망밭)은 남겨두고
기쁨밭, 믿음밭,사랑밭 4500평을 일주일만에 전정을 끝냈고
밭마다 하루는 자른 가지를 끌어내고, 하루는 파쇄를 하고,
그리고 6월초에 퇴비를 하려던 것을 수세를 고려하여
하루에 두밭씩 유기질 비료까지...어제까지 숨차게 달렸다.
이제 희망밭 하나만 전정하면 봄 대장정의 달리기가 어느정도 마감된다.
물론 아직도 액비영양제 엽면시비와 보르도액 소독,텃밭등등 일이 많지만
큰 일은 거의 끝나가는 셈이다.
그동안 한 일을 남의 손을 빌렸다면 수백만원의 품삯이 들어갔을 터인데
남편과 둘이서 그 비용을 번 셈이다. 결국 농사는 내 인건비를 버는 일인 셈이다.
지난주는 명색이 고3엄마라 예지가 학습관을 신청하여
12시에 오겠다하여 12시에 데릴러 가려고 초저녁에 잠깐 눈 붙이고
12시에 예지를 데리러 갔는데 수면주기가 바뀌어서 새벽4시까지 잠을 못들고
6시면 일어나서 아침밥을 해먹이다가보니 피로가 쌓여서 어찌나 몸이 피곤한지...
고3엄마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어제까지 유기질 비료까지 주고나니 비오는 날이면 천근같던 몸이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오늘은 몸도 마음도 가볍다.
오늘은 비 핑계로 휴일이기도 하지만 천연염색교육과 식품가공 교육이 있어서
오늘은 모처럼의 외출과 빈 머리를 채우는 날이기도 하다.
사부님의 사사를 받아가며 전정을 배우는 초보농부
그래도 제 맘대로 마구 달릴려고 해서 내가 수없이 제동을 걸었다.
전정 해 놓은 것을 보면...아주 씨원하게~~~잔가지 하나 안남기고 깨끗이~~
내가 미처서 팔딱 뛸 뻔했다.겁없는 4학년 농부,아니,아니,아니되오~
우하하하...천하무적 김영란(^^)
긴 톱과 전정가위를 허리에 차고 다니니까 나무 심던 아저씨가 이순신 장군이 생각 난단다.ㅎㅎ...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중학생 농부(나) 초등생농부에게 가라사대
전정의 기본원칙부터 알아야 하느니.
먼저 나무부터 보는법을 익히라고 형이상학적인 강의를 한다.
나무와 마주하여 낯색부터 살펴보고 나무가 전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 못하는 나무의 말을 듣는 법부터 익히라고...
.
전정하여 바닥에 잘라놓은 가지
약전정을 한다고 했는데도 이 정도이다.
잘라놓은 가지를 줏어내는 것도 기어다니며 하다시피하니까
중노동 못지않게 버거운 일이었다.
남편은 청소,정리에 결벽증(^^)이 있다시피해서 작은 가지 하나 남기지 않고 말끔히
콘테이너 박스에 줏어담아서 치우는데 나는 소똥구리가 소똥 굴리듯이
몰아가며, 굴려가면서 하는데 일의 속도와 양은 비슷했다.
아무리 많은 일도 시작이 반이다.
깔끔~
므흣~~~ (^-----^)
일하다가 하늘 한번 쳐다보고...
지난해 봄에 아무래도 파쇄기를 하나 사야 할 것 같아서
할부로 산 파쇄기덕분에 남편은 파쇄의 달인이 되어 가고 있다.
세 밭 전정한 것을 파쇄까지 하고나서
비오기전에 유기질비료를 한번 주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수세가 좀 약한 세밭에다가 조금씩 자주 영양 공급을 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남편이 4학년 농부가 되면서 조금 더 능동적이고 책임감이 생긴 것이 보인다.
내 소원은 남편이 생산을 책임지고...
나는...꽃이나 가꾸면서(^^) 닐리리맘보 노래를 부르는 배짱이가 되고 싶지만
내 꿈은 꿈으로만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나는 싫다하면서도 일중독에, 일개미 습성을 떨칠 수가 없는
흙과 나무와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전생에도 농부였을 것 같다.
귤나무에 요즘 달아놓은 해충 포획기이다.
기술원 박사님이 요즘 연구중인 볼록총체벌레에 관하여
관찰 기록하여서 일지를 작성하여 기록을 보내 드리고 있는데
앞으로 이 벌레가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한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를 않고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
사진을 확대하니 작게 보이는데 파리 두마리 위에
살색으로 타원형인 작은것 세마리가 볼록총채벌레이다.
그나저나 친환경농사는 살충제를 쓸 수 없으니
그 어떤 벌레들이 와도 눈도 깜짝 않을만큼 튼튼한 귤나무를 만들어 주는게 최선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그렇게 훨훨 날아 가고픈 봄날이어도
나는 천성이 홀씨를 날려보내는 민들레 뿌리같은 사람이다.
발아래...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가족을 이룬 콩제비꽃이
일하면서 지칠때마다 내게 청량제 구실을 해준다.
자갈밭이라 수세가 안좋은 줄 알았다.
이번에 <희망밭>일부가 하천부지로 100여평정도 수용 되어서
귤나무를 뽑아내고 포크레인이 흙을 걷어내고나니 드러난
거대한 암반석 덩어리...그 위에 1m도 안되는 흙이 덮여 있었다.
그동안 귤나무들이 그 암반석 위에서 자라고 있었다.
나무 수세는 안 좋아도 귤맛이 특별히 싱싱하고 탱글탱글한 것이
다른 무엇인가가 작용한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는데
혹시나 돌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나 특별한 무엇이 있는지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거대한 암반석이 깔려있는 것을 보고 귤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 생명력이 품어내는 단단한 삶의 의지가 특별한 귤맛을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반석 위에 흙이 1m가 채 되지 않았다.
퇴비주다가 말고 행운의 네잎 클로버 찾기
10분도 안되어서 4개나 발견했다.
와~~~왕대박 예감이다~~~^^
귤나무,삼나무,풀꽃,풀벌레,하늘,바람,돌,햇살,흙,지렁이,뱀...
내눈에는 온갖 볼거리가 귤밭에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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