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희귤을 지금까지 나무에서 완숙된, 꼭지가 노랗게 익은 것만 골라서
따서 내보내다가보니 12월 들어서면서 이렇게 눈 맞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도 서귀포는 워낙 따뜻한 지역이라서 눈이 와도 하루이틀이면 다 녹고
겉이 살짝 얼었어도 며칠만 햇볕을 쏘이면 다시 회복하는 것을 관찰한 후
3년전서부터는 상품귤까지 일부러(^^) 눈을 맞히는 용감무쌍한 시도를 했었지요.
남들은 눈을 맞힐까봐 11월 중순부터 서둘러서 다 따내리는데
저희집 귤은 겨우내내 나무에서 따서 내 보냈었지요.
이렇게 눈을 맞히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하긴 저도 마찬가지라
나무에게 "굳세어라 금순아!"하고 마구 마구 응원했지요.
그 굳센 <금순이 귤>은 맛도 더 좋아지고 제 생각엔 시련을 이겨내면서
면역성분도 증가 시켜서 우리몸에 더욱 좋은 귤이 된다고 생각 했읍니다.
학계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외부시련을 많이 받을수록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유용미생물이
나무주변에 훨씬 더 많이 모여 들었다는 통계도 있었기에
저는 더욱더 제 생각을 확신 할 수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1월 들어서면서 더욱 혹한이 몰아치면서 제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했지만
귤나무의 강인함을 믿고 나무에 귤을 달아 두었었지요.
눈을 이고 며칠을 견뎌내는 강인함을 보고
저는 금순이보다 더 강한 금순이 언니라고 생각하여 <관순이 귤>이라고 작명하였어요.
관순이 귤이라고 읽다가보니 유관순 언니가 생각이 났고 그래서 <유 관순 귤>이라고 이름 붙였지요.
그동안 저희 회원님은 <금순이 귤>도 <유관순 귤>도 맛 보셨지요.
맛도, 기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대한 유 관순 귤.
그래서 귤 스토리텔링이 행복하게 이어져 왔었는데...
아시다시피 ...지난해(정확히 말하면 올 1월)에 저의 <유관 순 귤>은
일주일간의 혹한과 70년만에 내린 폭설을 두번이나 맞고 장렬히 전사를 해버렸읍니다.
70년만에 내린 폭설이 일주일이나 녹지않고 귤을 나무에서 샤베트가 되게 하였는데
그래도 너무나 눈물겹게도 첫번째 눈은 며칠후가 되니까 이겨 내었었지요.
그리고 일주일후에 또 두번째 폭설과 한파가 내리면서
끝내 고문을 이기지못하고 감옥에서 장렬히 전사한 유관순 언니처럼
반디농장 귤들도 전사해 버렸지요.
그때 받은 상심은 아직까지도 제 가슴에 얼얼하게 남아 있읍니다.
그 냉해로 인하여 귤나무도 여러그루 저 세상을 보내게 되었구요.
구정때 보내려고 나무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관순 귤들이
700여박스가 고스란히 얼어서 샤베트귤이 되어 버렸지요.
어찌하면 더 맛있는 귤, 더 몸에 좋은 싱싱한 귤을 보내 드릴가 생각하다가
남들이 안하는 시도를 하다가 이런 시련을 겪게 되었지요.
그 후...저는 하늘을 이기려고는 하지 말아라~는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올해는 다시 전략을 짜려고 하고 있어요.
호근동 밭은 밤 기온이 많이 내려가니 12월까지는 수확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따뜻한 동네에 있는 효돈밭 귤은 1월까지 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이제는 이상기온이 언제 횡포를 부릴지 모르므로 대비를 하는 수밖에 길이 없는 것 같아요.
남들은 12월초까지 다 따내리고 쉬는데
우리는 겨우내 귤밭에서 익은 귤만 따내리느라 쉴 틈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한대로 나아가 볼 생각입니다.
내 몸에 좋은 먹거리를 생산해 낼 의무를 농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지요.
그래서 <유관순 귤>이 작명이 혹시 잘 못 되었나 싶기도하여
(유 관순 언니가 모진 고문을 받고 감옥에서 돌아 가셨잖아요)
100년 전쟁을 종식시킨 오를레앙의 소녀 <잔다르크귤>이라고 명명할까 하다가
외국 이름 붙이는게 마음에 걸리고 정감이 가지않아서
<깡순이 귤><억순이 귤>...뭐 이런저런 귤이름을 생각해 보는데
이거다 싶은 생각이 떠오르지를 않아요.
그래서 우리 회원님들께 귤 이름 공모를 할까해요.
1월에 나가는 귤은 <유 관순 귤>에서 무슨 이름으로 하면 좋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려구요.
맨 입에 하면 재미 없으니...ㅎㅎ...
시상도 있어야 더욱더 참여율이 많겠지요?
올 겨울에는 귤말랭이를 제대로 해보려고 대형 건조기도 장만해 두었으니
귤말랭이 한 봉지를 걸고 합니다.
귤말랭이는 수고가 많이 들어가는 물건이라서 받으시면 그 맛에 또 뿅~ 가실거예요.
아주 기발한 귤이름을 생각해서 많이 참여해 주세요.
내가 지은 귤 이름이 반디농장 대표 브랜드가 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서...
12월에 나가는 귤은 여전히 <금순이 귤>입니다.
이 못난이 귤이 더욱 가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귤이름을 공모합니다.
http://blog.daum.net/yeainmam/13727106
그땐 이랬구나~하는 글.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고싶었던 이야기 (0) | 2011.11.06 |
---|---|
유관순 귤의 새이름 (0) | 2011.10.20 |
농부의 남편 (0) | 2011.10.13 |
여행 4일째 저녁과 5일째 송광사 (0) | 2011.10.01 |
여행4일째 순천만의 낙조 (0) | 2011.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