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부터 시작된 장마에, 우기에, 8월말까지 날씨처럼 기분까지 꿀꿀 했었다.
농심이 날씨따라 출렁대니 지리한 긴장마에 마음 눅눅하기가 말할 수가 없었다.
삼복 더위에 바깥에서 일하는 것은 고역이지만 날씨가 안 좋으니
몸이 힘든 것보다도 마음이 더 힘들었었다.
9월 10월 날씨가 좋아지기만 기도 했었다.
그 기도가 하늘에 닿은걸까?
요즘 날씨 한여름 뙤약볕보다 더 따가와서 온 몸에 땀띠가 돋아서
잠을 잘 못 이루긴 해도 내 기분은 날씨처럼 화창하다.
땀샘 문이 아예 열려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지만
화창한 날씨에 마음도 두둥실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 들이며
귤나무도 나도 환호를 하고 있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에 고추 잠자리가 가득히 날고
탁구공만한 탱글탱글한 귤들이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힘들었던 시간은 산고처럼 말끔히 잊었다.
이대로만 가주면 올 겨울에는 아주 맛있는 귤이 되어줄 터인데...
바램이 커서인지 몰라도 예감이 아주 밝다.(매사에 낙관적인 마음이 되어간다.)
올 겨울...반디농장 회원님들이 행복한 귤맛에 취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귤나무들을 응원하고 있다.
귤을 매단 가지들이 무게감에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많이 생산한 나무들은 올 한해 푹 쉬느라 봄순,여름순,가을순까지
물결치고 있지만 열매가 있거나 없거나 내겐 다 귀한 자식들이다.
어떤 아이들은 내쳐 2년이나 푹 쉬는 아이들이 있지만
몸에 과하게 생산하여 기력을 잃어 버리고 고사하는 나무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여
회복할때까지 푹 쉬라고 격려해준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자식덕을 보려고 키우는 것은 아니듯이
귤나무를 돌보다가 보니 수확보다도 나무의 건강이 제일이다.
과수농사가 유기재배로 들어선다는 것은 단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일년초 작물은 잘못되면 그 해 농사를 망치지만 과수농사는
나무가 죽어버리면 끝이기때문에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유기농으로 접어 들면 무엇보다도 수확량이 줄어 들어서
사람들이 무농약 상태(화학비료 허용)에서 머물고 유기농으로 가지않는 것을 지켜보며
그 또한 유기농 농부로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기농은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3년이상 재배하여야만 하는데
유기재배로 가면서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하다보니 나무가 자신의 역량에 맞게
생산하다가 보니 절로 수확량이 줄어든다.
그런 현상때문에 귤밭을 더 늘려야 하는 고충이 따랐는데
그러다가보니 당연히 일도 두배나 증가해 버려서 동분서주하다보니 정신이 얼얼한 상황이 되었다.
다행이 올해는 초보농부 3학년 농부가 한 몫을 단단히 하게 되어서 내가 어느정도 한숨을 돌리게도 되었다.
사실은 작년까지만해도 초보농부는 남의 일 하듯이 주인의식없이 하는 통에
내가 많이 부대껴서 진이 다 빠지는 듯 했는데
올해는 초보농부가 농부로서의 틀이 많이 잡혔다.
(적어도 3년은 해야 농부 반열에 들어선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나도 지난 겨울 휴유증과 노독을 다 풀어내지 못해서 여름까지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다가
8월에 들어서서야 몸도 회복되고 마음도 기운을 차렸다.
나무들도 이제사 기운을 차리고 생기발랄한 모습이다.
밤송이가 이렇게 벌어지면 다 익었다는 신호지만
귤이 이렇게 벌어지면 맴이 아파요.
8월초까지 방제 소독은 끝이 났는데 너무나 오랫동안 비가 많이 와서
귤의 표면이 깨끗지 못하다.그래도 지금부터 햇살이 내려쬐어서
귤맛이 최상이 되면 그 모든 것이 상쇄 되리라 생각한다.
방제 소독은 끝이 났지만 당도 증가를 위해 열흘에 한번씩 엽면시비를 한다.
광합성세균,키토목초액,생선액비,em(유용미생물),em5호,천일염을 희석하여 엽면시비하고
땅으로는 em과 내가 만든 귤효소를 희석해서 뿌려주고 있다.
4군데의 밭을 돌아가며 돌보자니 하루도 쉴새가 없다.
한낮에까지 일하다가 더위를 먹어 요즘은 한낮은 피해서 아침 저녁으로 일을 한다.
좀 쉬자고 말려도 초보농부가 내쳐 일하는 통에 오히려 내가 꾀를 부리고 싶어도 못 부리는 상황이 되었다.
일요일 쉬고 싶어서 미적거리고 있는데
초보농부 6시에 집을 나서니 내가 뒤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꾀부린다고 눈 흘기던 내가 전세가 역전되어 버렸다.과유불급이란 말이 생각난다.
그래도 분명히 즐거운 비명임에 틀림없다.
늘 만성피로에 시달리던 내가 요즘 게슴츠레한 눈이 똘망해졌다.
그동안 몽유병자같은 상태가 지속되었었는데 힘쓰는 일을 초보농부가 거의 해주니
나는 한결 살만해졌다.중학생 농부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띄고 있다.^^
그동안 길 잘못 들인 댓가를 톡톡히 치러서 이젠 길 잘들이는 궁리를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귤나무도 나도 요즘 쾌청하다.
작년 겨울...상품 귤을 나무에서 얼려 버리고
그 귤들이 이렇게 귤효소퇴비로 거듭났다.
em과 당밀로 발효시켜 두었다가 요즘 땅에 관주하고 있다.
위층을 걷어내니 이렇게 잘익은 귤효소
발효가 잘 되어 맛있는 냄새가 난다.
최상의 귤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귤효소를 거르고 있다.
귤효소 (1차 발효)
땅에다가 관주.
유기농 농사는 흙을 살리고 흙을 가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년에 만든 퇴비용 귤효소는 2.5톤
재작년에 만든 음료용 귤효소는 1톤
모두 상품귤이었다.
em과 귤효소를 희석하여 땅에다가 관주
이제 우리 스스로가 터득한 농법이 가미되고 있다.
2년전 만든 생선액비가 아주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충분히 발효되어 귤나무들에게 영양제가 되어 줄것이다.
음료용 귤효소가 2년째 익어가고 있다.
3년이 되면 음용할 생각이다.
앞으로 효소에 대하여 그동안 관찰 실험한 것을
반디농장회원님들께 전수해 드릴 것이다.
건강이 최고인 시대가 되었기에
앞으로는 효소음료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효소가 3년이 되면 설탕 성분이 충분히 분해되어서 약이 된다고 한다.
햇살 행복한 가을날...하늘만 쳐다봐도 행복하다.
이제 멀지 않아서 귤에 마음을 닮아서 그대를 만나러 가게될 날을 고대하면서...
(귤나무 이름은 잠시 떼어 두었는데 추석이후 다시걸 것이다.
태풍에 많이 날아가서 처한 응급조치이다.)
까꿍(^^)
노란빛이 진해갈수록 귤맛이 달고 진해져요.
지금은 상큼한 레몬맛이예요.
이 가을날 햇살 듬뿍 받아서 맛있는 귤로서 우리 회원님들 만나러 갈겁니다.
벌써 행복한 맛 기운이 느껴지지요?
9월 6일 따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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