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귤밭

장마철 귤밭

by 농부김영란 2011. 7. 3.

 

 

장마철이라고 억지춘향 방학을 선언했지만  마음이 편한게 아니었다.

장마철은 무엇보다도 소독을 잘해야 하는데

비 오는 날을 피해서 앞 뒤 전후 날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제 때 방제가 쉽지가 않다.장마철 풀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한길씩 자라는데

이제 풀 관리는 어느정도 마음 비우며 가는데 소독은 그렇지가 않다.

소독기간이 보름이 지나면서 마음이 좌불안석이었다.

일기예보도 정확하게 맞지가 않아서 앉았다 일어섰다

소독하려고 하면 비 뿌리고...장마가 길어지자 그동안 휴식을 충분히 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피로가 누적되어서 회복되지가 않더니

장마핑계로 내쳐 쉬었더니 쌓인 피로가 회복되어서 일을 쉬는게 편치가 않았다.

아무래도 일도 중독증상이 있는 것 같다.^^

 

그저께는 모처럼 해가 나서 새벽부터 여름시비도 하고

호근동 밭 두개를 남편과 소독을 했다.

오랫만에 일을 뻐근하게 했더니(12시간 넘게)

밤에는 또 과해서 잠이 오지를 않았다.그래도 일을 미룰수가 없어서

어제까지 밭 4개 소독 끝냈다.소독 할때는 나무를 세세히 살필 수가 있어서 좋다.

 

작년에 충분히 쉬었던 효둔밭은 봄 전정을 과하게 했는데도

어찌나 기세가 좋은지 봄시비를 일부러 하지않고 여름 시비를 하였다.

그새 또 잎새가 무성하여 꽉 들어찼다.

건강한 나무를 보노라면 땀이 비처럼 흘러 내려도

건강한 에너지가 귤나무에서 내게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호근동 밭은 지난해에 너무 지쳐서인지...허약해진 나무가 많다.

올 일년동안 잘 보살펴주면...다시 원기를 회복할거라 생각한다.

 

나도 이제 어느정도 피로를 회복했으니 그동안 밀린 일들을

비 오는 날에도 비 옷 입고 하자고 다짐해본다.

죽은 나무가지도 아직 정리 못하고 여기까지 온 터라

귤밭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집도, 아이들도, 귤밭도...내 손길이 부족하면 대번에 표가 난다.

 

 

 

 효돈밭 귤은 이미 지름 1cm 정도 되었다.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어제 친 약제는 기계유제 100배와 2&4식 보르도액이다.

 

 

장마철이라서 곳곳에 버섯이 솟아나고 있다.

죽은 귤나무 등걸에 이런 버섯이 탐스럽게 달려 있어서

혹시 내가 모르는 귀한 버섯 아닐까하고 사진 찍어 올려본다.

혹시 이 버섯 아는 분 계세요?

 

 

 

 

봄에 만들어 둔 em 명품 거름을 여름시비 하였다.

쌀겨, 유박, 어박,골분,<콩>,em, 당밀로 배합하여 상온에서 발효한 것인데

냄새가 어찌나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귤나무도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서 쓰면 재료 구입서부터 수고가 몇배이지만

명품귤이 그냥 얻어 지겠는가? 거름서부터 다른 유기농 귤이다.

 

 

 

 

콩퇴비를 바닥이 하얗게 되도록 듬뿍 뿌려 주었다.

이제부터 내가 준비해 둔 귤효소,인삼효소, 쑥효소등등 맛과 기능성을 첨가하기위해

부지런히 뿌려줄 것이다. 귤효소는 2톤 가까이 만들어 두었으니

올해는 귤 맛의 또 다른 업그레이드를 해보려 한다.

 

 

 

 

효돈밭은 유난히 진딧물이 왕성하여 머리가 지끈 거렸다

지난해, 지지난 해, 다른밭처럼 생각하고 방제를 하지않고 있다가

온 밭이 순식간에 진딧물이 번져서 가슴 옭죄었다가 님오일이나 응칠이로

후방제를 하여도 별 효과가 없었다.

관행농 같으면 벌레 한마리 살수없이 방제하는 고독성 약들이 즐비하지만

친환경 약제는 소독수준에 그치는지라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이겨내기를 기다리거나,천적을 이용해서 방제를 하여야 한다.

진딧물의 천적인 칠성무당벌레나 풀잠자리들이 많이 번식한 듯하여

올해는 진딧물이 온 밭을 뒤덮었어도 풀잠자리를 믿고 그냥 버티어 보기로 하였다.

소독을 할때보면 풀잠자리들이 하늘 높이 날으는 것을 보며

부디 진딧물을 다 없애주기를 기다렸지만 워낙 진딧물 번식력이 강해서 마음이 부대꼈었다.

귤잎 새 순이 굳으면 진딧물 증식도 멈추지만  올해도 진딧물 잔해들로 잎이 시꺼먼게 많다.

그런데 살이 통통 오른 풀잠자리들이 많은 것을 보니 여름순이 나도 걱정이 없을것 같다.

풀잠자리 알은 불교에서 상상의 꽃이라 부르는 <우담바라>라는 것이다.

풀잠자리가 반가와서 사진을 찍어 보려는데 잘 되지가 않아서

여러번의 시도끝에 잘 생긴 연미복 신사 풀잠자리를 포착했다.

날아 오를때 하늘 높이 나르는 것을 보니 기세가 왕성한 것이 진딧물 포식을 하여서인 것 같다.

 

올해부터 남편은 3학년 농부인데...올 봄이 되어서야 이제 농부가 좀 되었나 싶다.

내가 그동안 너무 진을 뺐는지 기력이 달려서 몸 추스르기가 잘 안되었다.

3학년 농부 잘 가르키는 것만이 내가 살길이란 것을 깨닫고(^^)

올해는 권한을 많이 이양했다.ㅎㅎ...

단순 노동은 초보농부가 하라고 떠밀었다.

중학생 농부는 고부가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ㅎㅎㅎ...

소독을 할때는 둘이서 해야 덜 지치기도 하고 빨리 끝내기에 같이 하지만

예초를 하는 일은 남편이 한다.올 봄에 3학년 농부는 혼자서도 밭에 가서 일을 하고 오게 되었다.

지난해 겨울까지만 해도 내가 안가면 혼자 밭에 가지를 않고

스스로 하지를 않아서 혼자 다니라고 트럭도 사주고 해도 잘 안되더니

올 봄에야 이제사 스스로 농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만성 피로를 좀 풀수가 있게 되었다.

다음에 일취월장한 초보농부3학년 이야기로 공치사를 좀 해주어야겠다.^^

 

 

 

'귤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의 귤밭 일기(파란 하늘)  (0) 2011.09.06
꽃과 나비  (0) 2011.09.04
재미있는 귤나무 이름들  (0) 2011.05.30
2011년 회원의날 후기  (0) 2011.05.09
게스트하우스 <하늘빛 귤사랑>  (0) 201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