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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10월 3일 귤밭 일기

by 농부김영란 2011. 10. 4.

 

 

 

9월 햇살이 아주 좋아서 귤이 잘 익어 가고 있다.

여름 3개월을 비가 내리고 흐리고하여 일조량 부족으로

귤나무도 나도 우울 했었는데 9월 들어서면서

귤이 맛있게 익을 햇살이 매일 내리쬐니 덩달아 내 마음도 화창해졌다.

이제는 직감적으로 느낄수가 있다. 이 햇빛은 아주 맛있게 해 줄 햇살이야~하면서...

작년에는 일조량의 부족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었다.

사람의 노력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을 해를 거듭할수록 느낀다.

그 10%도 다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자연이 주는 영양제는 비교할수가 없다.

여름장마가 일찍 오고, 길어지면서 소독효과가 별로 없어서 겉모양은

죽은깨(흑점병)가 많이 생겼지만 지금 이 상태로만 가주면 올해 귤은

아주 행복한 맛이 될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농부생활 7년 차...엄마네 집을 다녀오는 일외에는 여행이라는 것을 해보지 못했다.

몸의 피로만인줄 알았더니 내안의 갈증이 심해와서

그냥 다독이며 나를 극기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바깥으로 풀어내는 기회를 여행으로 삼았다.

안의 바람이 많은 사람이 갇혀만 지내면서 오는 발광증 같은 것을 훌훌 털어내고 돌아오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이제 한달여후면 수확채비에 들어서면서

나는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접어들 것이다.

미리 미리 이 겨울을 견디어 낼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내가 겨울 3개월간 쓰는 에너지는 일년치의 80% 정도 한꺼번에 쓰게 되는 것 같다.

수확과 판매, 홍보 등등... 내 에너지를 극대화 시켜야 하는때라

8월부터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요즘 귤밭에서 귤이 잘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노래가 나온다.

제일 따뜻한 효돈 <믿음>밭은 벌써 노란빛이 하루가 다르다.

극조생(10월에 따는귤)도 아닌데 노란빛을 띤게 많다..

맛 없으면 나도 모르게 집어 던지게 되는데 한개를 다 먹을만큼 맛이 잘 들고있는 중이다.

나는 여행중에 남편에게 귤밭을 부탁하고 떠났는데 요즘 남편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일을 잘 해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꾀를 부릴 때가 있다.

덕분에 내가 피로를 많이 풀어내서 힘을 비축하여 겨울축제 대비를 하는 중이다.

 

회원님들도 귤이 잘 익어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풍경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점점 더 다가 오고 있다.

마지막까지 가봐야겠지만...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좋다.띵호아~다.

 

 

 

 

유기농으로 전환하면서 귤나무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수확량을 줄이게 된다.

가지가 찢어지게 달리지는 않는다.

수확량으로 치면 60%정도로 줄어 드는 것 같다.

그래도 나무만 건강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나도 나무의 마음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탱글탱글 노란빛을 띄기 시작하는 귤들

 

 

 

관행농의 경우 한그루에 잘 달리면 5상자정도 나와야 한다지만

유기농 귤은 2-3상자 정도 수확하게 되는 것 같다.

 이유는 퇴비가 한계가 있어서인데

그래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화학비료는 허용하는

무농약으로 하는게 좋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죽어도 go다.ㅎㅎ...

유기농을 가지 않으면 친환경의 의미는 오십보 백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여름순과 가을순을 전정하고 있다.

봄에도 엄청나게 전정을 했는데도 올해는 순이 많이 났다.

요즘 남편은 영양제를 뿌리고 나는 전정을 하고 있는데

전정이 은근히 노동강도가 쎈지 저녁에 오면 그냥 골아 떨어지게 된다.

다른 일을 할때보다도 더 몸이 부대끼는 것 같다.

그래도 주렁주렁 달린 귤들을 쳐다보면 마음이 어찌나 풍성해지는지 모른다.

이 맛에 농부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이제부터 나는 귤밭을

매일매일 돌면서 춤추고 노래하게 될것이다.

나는 건강한  귤나무만 봐도, 귤만 봐도 엔돌핀이 마구 돋는 사람이다.

 

 

 

이보다 더 예쁜 풍경이 있겠는가?

이제부터 점점더 황금빛 귤이 되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내가 전정하다가 달린 가지에 붙은 귤들이다.

여름순이 너무 많이 나서(여름순이 났다는 것은 귤이 작게 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전정을 과감하게 하고있다. 봄에 전정을 많이 햇는데도 다시 숲이 되어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작년에 하나도 안달린 효돈밭인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상기온때문에 귤나무들이 리듬을 잃은탓인것 같다.

이 귤들을 늘여놓은 것은 일주일 후의 색의 변화와 당도변화를 관찰해보려고 해서이다.

나는 귤나무에서 완숙시켜서 따는데 이곳 사람들이 미리 따서 두면 더 달아진다해서

과연 당도가 올라가는가를 관찰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나무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여

올해도 나무에서 따서 완숙과만 내보낼 것이다.

1월에는 한파가 몰아치니 효돈밭만 두고 다른 밭은 12월까지 딸까 생각중이다.

작년에 나무에서 다 얼려버려서 혼비백산한 가슴이 아직도 싸아하다.

 

 

 

 

창문을 통해 내다본 바깥풍경

유홍초의 계절이다.구절초도 피기 시작하고 있다.

 

 

나팔꽃

 

 

사랑초는 장마철에는 비실거리더니 다시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다.

 

 

방아꽃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계절에 새하얀 순백의 구절초를 따라갈 꽃이 있으랴~

너무 청아하여 눈물이 나는 꽃이다.

 

 

서양 백일홍 지니아

작년에 씨 맺음을 못하여 올해 간신히 씨 받으려고 애지중지 키우는 중이다.

 

 

 별꽃 유홍조

 

 

 

 나는 종족번식욕구가 무지하게 강한가부다.

아이셋도 배를 가르고 낳았는데

이렇게 다육이를 번식하겠다고 잎을 다 떼어서 싹을 내고 있는 중이다.

보는 재미보다 키우는 재미에 빠진 사람이다.

 

 

 

 

상처난 귤이 색이 짙어졌기에 따서 갈라 보았다.

이 하나를 다 먹었다.

한달후 ...맛이 상상이 된다.

우리집 귤맛의 특징...귤즙이 가득하고, 시원하고, 달고, 상큼하고, 맛이 진하다...

내가 원하는 맛이 되어줄 것 같다.

 

 

 

 

전정하는 내 모습을 내려다 보고 찍었다.

톱과 전정가위, 핸드폰까지 허리에 차고...

다시 돌아온 천하무적이다.^^

 

맛있는 귤 먹으면서...행복해 할 우리들의 겨울이 이제 멀지 않았어요.

반디농장 귤회원님 여러분, 목을 빼고 기다리시고 계시지요?

귤이 이렇게 예쁘게, 건강하게 잘 익어 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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