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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마음 추스리며...

by 농부김영란 2011. 1. 31.

 

 

 

 

 

2007년 9월 나리태풍때 만신창이 상처를 입고

이승을 하직할 뻔했던 귤나무가 너무 안타까와서

혹시나 살아날까하고 지지대로 받혀주었더니

이렇게 상처가 아물고 다시 살아난 귤나무.

 

이 귤나무 앞에 서서 한동안 멍~했던 내마음을 추스렸다.

우리 몸에 좋은 최고의 귤을 보내 드리겠다고

눈을 맞히고 한파에서 이겨내기를 기다리던 유관순 귤들을 다 얼리고나니

뒷통수를 망치로 얻어 맞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십년만의 폭설과 한파라니...그런 시련을 두번이나 직격탄처럼 맞았으니

어이 온전하리오~ 싶었는데 그중에 절반은 삶은 듯이 얼어 버렸다.

나는 그래도 그중에 2/3는 온전하지는 않아도 나무에 두면 거의 살아날 것을 믿었지만

석달을 하루도 쉬지않고 달려온 남편이 1월 들어서면서 내내

깨끗이 다 따내리자는 것을 내가 우겨서 나무에 두었다가 벌어진 일이라서

그 비난을 다 들어야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 마음에 신앙처럼 되새기던 <건강하고 몸에 좋은 귤>에 대한 추구가

뿌리채 흔들리면 어쩌나하는 내안의 동요가 걱정 되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정한 일이었고, 내 스스로 홀로 걸어왔던 길이었다.

어쩌면 내게 대한 시선이 곱지않은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깨소금 쏟아부을 일이었다.

유관순 귤이니하면서 깨춤을 추더니 거봐라~그렇게 비아냥을 할것 같았다.

안팎으로 내마음을 후비며 며칠은 그렇게 보냈다.

천재지변만은 아닌 것은 분명했다.미리 따서 저장한 사람들이 보면

그것은 내가 사서한 고생이었고 결과였다.

가까운 사람 남편마저 내 탓이라고 말한다.(남편과는 시시때때 부딯혔다)

나를 위로하는 따뜻한 사람들은 천재지변이라고 말해 주었다.천재지변도 맞다.

 

나는 귤농부 6년을 보내면서 건강한 귤나무가

눈과 한파를 이겨내는 실험을 하였었다.그런데 올해같은 눈과 한파는

70년만에 찾아온 한파라 한다.그러니 천재지변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지독한 혹한이 몰아닥칠거라고까지는 생각 안한 것은 내 잘못이었다.

진력이 나서 하루바삐 귤을 다 따내리고 정리를 하고픈 남편의 채근도 있고하여

어쩌면 살아날지도 모르는데~하는 내 미련을 접고 다 따내렸다.

귤나무 회원님들 마지막 5차귤과 여러그루를 하신 분들과 구정에 선물로 하시려던 분들 몫까지

400-500상자 정도가 나가지 못했다.얼어서 삶은 것처럼 된 귤도 있고

조금 덜한 것도 있고 점점 더 살아나는 것들도 있었다.

<눈물의 샤베트귤>이라고 명명했다.

 내 마음의 눈물이기도 하고 그 혹한을 다 이겨내 왔던 귤들의 눈물이기도 하였다.

1월 중순까지 나무에서 눈과 혹한을 이겨낸 귤들은 맛도 무르익어서

3배나 비싼 한라봉이나 천혜향보다도 더 깊은 맛을 내고 있었는데...

5차귤을 못 받으신 분들께 편지동봉하여 선물로 보내 드리는데 택배비와 상자값도 만만치가 않았지만

내가 정한 약속을 못 지킨데 대한 죄송함으로 대신 하였다.

 

남편은 이러고도 내년에 또 이렇게 나무에서 바로 수확하여 나가겠냐고 묻는데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더 좋은 맛있는 귤을 내보내려다가 다 얼려 버리고 배송도중에도 얼어버려서

맛도 변하고 모양도 변해서 환불도 하고 반값으로 깎는 분들도 계셨지만

거의 대부분이 내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져 주셨다.

내 마음이 무너져내려서  가는 길을 포기라도 할까봐 달려와서 어깨를 감싸안아 주셨다.

 

 

 

시중에서 비싸게 팔리는 명품 브랜드 귤(위)과

아래 반디농장 유관순 귤(안 이쁜 귤들을 모아두긴 했지만 )

 

 

잠깐 흔들리기도 하였다.

더 좋은 귤을 , 더 맜있는 귤을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드리려고 내 인건비는 계산하지도 않았었다.

회원은 아니지만 맛있다는 소문에 달려와서 신청했다가 너무 시다면서 타박하시던 분들이

막바지에 다시 신청을 하며 처음에는 시었는데 점점 맛있어져서 너무 맛있다고 하신 분들이 몇분 계신다.

시중에 귤들은 며칠만 되어도 썪기 시작하는데 썩지도 않고 점점 더 맛있어지는

유관순 귤의 진가를 알아 보시게 되어 다행이었지만 사실 처음에 시다고 항의할 때는 맘이 쓰라렸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라도 우리 귤의 진가를 알고 (이미 시중귤과 비교를 한 후일 것이다)

다시 찾아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

어디 맛 뿐인가?  비교될 수 없는 내재가치는 예민히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 혹한에도 매일 바깥에서 귤을 딴 나와 나의 큰 언니는

정말 우리귤이 다르다고 느낀다. 나도 감기도 오다가도 귤을 많이 먹으면 멈춰 섰고

큰언니는 11월말경 우리집에 올때만해도 암이 아닌가하며 삼성병원에 입원예약을 해두고

내가 하도 바쁘다니까 내려 왔었는데 우리집이 워낙이 바쁘다보니 나를 따라서

하루도 쉬지않고 귤을 따러 귤밭에서 지냈다.12월중순에 삼성병원에서 입원하라는 통지가 왔는데

바쁜 우리집 일이 먼저라며 언니가 뒤로 마루어 두었다.(큰언니는 예전에 큰 병을 앓아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다가 살아나서 건강이 늘 좋지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하루세끼 안먹으면 큰일이 날 것같이 구는 우리집 돼지가족들때문에

의무적으로 세끼를 다 먹고 매일 밭에 나가서 하루에도 몇개씩이나 귤을 따서 먹으니

감기도 걸리지않고 견뎌낼 수가 있었다.이곳에 올때만해도 얼굴색도 환자가 분명했는데(몸이 반으로 줄어있었다)

무식하게 대응하는 나는 <암은 무신 암~>하며 잘 먹고 열심히 알하면 다 낫는다며 일축하며

매일 매일 정신없이 일하고 잘 먹으니 큰언니는 화색이 점점 돌고 요즘은 옛날 그 기세를 다시 느낀다.

큰언니가 말했다. 장갑 낀 손으로 귤을 까기도 힘들어서

그냥 껍질째 가장 못생긴 귤만 따서 통째로 시시때때 먹었더니 언니 스스로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요즘 내가 큰언니에게 그런다.도로 병원비를 내가 받아야겠다고...

아프면 그 원인을 생각해보고 무조건 병원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라

나의 생활 습관과 먹거리를 점검해보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맛만 추구하지 않고 약이 되는 먹거리를 추구하고 있다.

 

큰언니가 껍질째 먹은 아주 못생긴 귤...이런귤을 일부러 찾던 우리 회원님이 계신다^^

 

내가 농사를 지으면서 관찰하면서 느낀게 있다.

건강한 생명력을 관찰하고 있다.

그 건강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우리 몸에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관순 귤을 탄생 시켰다.

유기농 귤로서 살아내기도 힘들었는데 한겨울 폭설과 한파를 이겨내라고까지하는

반디농장귤의 내재가치는 어디까지 될까?

학자가 아니어서 증명할 수가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 했었다.

그런 내 생각을 증명할 학계의 연구발표를 얼마전 조선일보에서 스크랩해두었다.

 

<식물도 공격 받으면 꿈틀>

 

식물은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뿌리를 통해 흙 속의 유익한 미생물을 유인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팀은 해충인 온실가루이와 고추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온실가루이는 길이 1~2cm의 곤충으로 흙 밖으로

드러난 식물의 잎과 줄기에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해충.

연구팀은 고추 모종에 온실가루이를 풀어 일주일을 보낸뒤, 이 고추의 잎과 뿌리에 고추 전염병 세균을 접종했다.

그런데 온실가루이로부터 공격을 받은 고추가 정상 고추보다 오히려 세균에 잘 견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온실가루이가 공격한 고추모종을 뽑아 무게를 쟀다.

줄기와 잎은 무게가 다소 줄어든 반면 뿌리 무게는 무려 2배가 돼 있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고추 모종 주위의 토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당한 고추의 뿌리 주변에선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유익한 미생물의 농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다.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받은 고추는 뿌리를 통해 주위 미생물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유익한 미생물을 불러모았고 그 덕분에 뿌리에 붙어 있던 전염병 세균의 세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유익한 미생물들은 한편으로 고추의 영양공장인 뿌리의 생장을 촉진한 것이다.

류충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식물이 미생물과 대화하면서 해충을 퇴치하고 자체 면역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 이라고 말했다.

류 박사는 "이런 식물의 신호를 찾아내기만 하면 근절이 어려운 해충을 농약 없이도 퇴치하고

식물도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태학지' 1월호에 게재됬다.

 

조선경제에서  2011년 1월 27일 발췌

 

그래서 겉모양을 가지고서 값을 매기고,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을 가진 분들은 사양한다.

온갖 시련을 통해서 면역력을 높이고 스스로 자생력을 갖춘 귤나무가 결실한 귤들을

그냥 맛으로만, 기호식품으로만 여기고 맛없다고 타박하고 밉다고 화를 내는 분들은 사양한다.

얼마 되지도 않은 귤값마저 이런 저런 이유로 깎자고 하는 분들은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아서 섭섭하다.

 

내가 농부로 사는 동안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일을 추구할 것이고

내가 생산하는 먹거리는 우리 몸에 이로운, 건강한 먹거리를 쉼없이 추구할 것이다.

내가 소비자였을 때 간절히 찾던 그 먹거리를  생산할 것이다.

그것이 나를 믿고 따라 주시는 회원님들께 마음 보답하는 일이고

내 삶을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귤을 나무에서 다 얼리고...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시린 기운이 올라왔다.

여유가 있어서 취미생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득해서 며칠 마음 가는대로 두었었다.

타협~~~해야하나? 유관순 귤을 포기해야하나?

마음에서 도리질을 했다.

마음가는대로 가보라고 마음 밑바닥에서 울려 왔다.

이런 상황을 대비는 하되...나는 유관순 귤을 앞으로도 시도할 것이다.

나는 우리 귤나무를 믿는다. 유기농 귤밭에서 한꺼번에 따내리지 않고

일부 놔두었던 얼은 귤들이 거의 살아나고 있는 것을 관찰했다.

유기농 귤의 저력을 더 믿게 되었다.그 혹한에서도 한줄기 살아남은 생명력만 있으면

얼어버리고 상해가는 나머지들의 목숨을 살려내는 광경을 관찰하고 있다.

건강한 생명력의 놀라운 외경심!

 

 

 

저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 주시려고 전해 주시던 그 따뜻한 말, 마음...

한분 한분 다 간직했어도 일일이 댓글 달지 못했어요.

큰 아이가 대입을 앞두고 발표가 나기 시작하면서 마음 졸이는 것도 겹쳐서

마음을 마구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요.

큰 아이의 실기시험때문에 서울로 청주로 오르내리면서

에미로서의 직분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책 했었어요.

 

나라를 구하는 만큼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귤 기르기에 몰입했던 지난 삼년간

큰 아이는 혼자서 고군분투 했었다는게 너무 미안했어요.

시골 학교로서의 한계와, 정보에 무지하고 뒷바라지도 잘 못해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큰 아이는 아직 다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이고

그 와중에 귤까지 다 얼어 버리고...한동안 맘이 울적 했었어요.

뒤 돌아보면 순탄했던 적은 별로 없었어도

늘 긍정적인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

제가 앞으로도 마음 추스려서 잘 해나갈게요.

걱정해 주시고 아껴주신 분들...그 마음이 마중물이 되어서

제 맘에 온기를 실어 주었어요. 그 감사한 마음 간직하고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가도록 할게요.

너무 너무 감사한 마음...잘 헤쳐 나가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읍니다.

지난 겨울은  따뜻한 회원님들이 계셔서 행복 했읍니다.

 

 

2011.1.31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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