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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때로는 아픈, 단상(短想)

by 농부김영란 2010. 12. 31.

 

 

 

어젯밤 예슬이가 제주시 학원에서 돌아 오는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 나가보니

바깥에는 상상할 수 없는 눈이 쌓여 있었다. 몇시간 사이에 10cm넘게 쌓여 있었다.

서귀포 대설경보 내렸다고 몇번이나 문자가 왔었는데 낮에는 미친 날씨처럼

눈이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여도 다 녹더니

저녁무렵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했나부다.체인없이 운전할 수가 있나 싶었지만 거북이 걸음으로 살살 운전하여

아이를 태우고 간신히 집에 돌아오니 내일일도 걱정되고...유관순 귤로 거듭나라고 나무에 달아놓은 귤도 걱정이 되었다.

좀 더 좋은 귤을 내보내 보겠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도...최선 가지고서도 안되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 있다.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말도 해가 갈수록 공감하고 있다.내가 할수있는 최선은 다하지만 날씨에 따라서

그해 농사가 90%가 정해지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올해같은 해도 그렇다.

연말인 오늘까지도 가슴이 묵직하고 뻐근하기만 하다.

 

날짜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고 한달이 가고 올해가 가고...

이맘때는 밤낮으로 정신이 없어서 시간개념이 없다.

수확을 한꺼번에 다 하지않고 주문 들어오는 상황에 맞추어서 완숙과만 따 내리다보니

수확도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있고 포장도 일일이 하나씩 가지런히 담다보니 포장할 수 있는 양도 정해져 있다.

남편 혼자 하루종일 싸도 70-80상자고 내가 도우면 120상자까지는 쌀수가 있다.

그런데 나는 따야 하니까 대부분이 남편이 포장을 하는데 남편은 손이 빠른 편이다.

나는 꼼꼼하여 만지작거리다가보면 절반 정도밖에 못하는데 남편은 남자라서기보다 성격탓이겠지만

큰 일을 척척 쳐내는 편이다. 내가 호텔에서 남편과 근무할 때도 남편은 이런 일 스타일때문에

큰 연회파티등의 일에 적합했다. 섬세하고 꼼꼼한  A La Cart'e  요리보다는 많은 일을 단시간에 해내는

대형연회파티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그리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장점이 있는데

반면에 섬세함이 부족하여 내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두 가지를 다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쉽지가 않고

너무 한 곳으로 치중하면 일이 원할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평균에 맞추려고 내 생각을 바꾸었다.

꼼꼼한 내가 포장일을  맡으면 꼼지락거리다가 일을 반도 못 쳐내고 발만 구르기 쉽상이라서

남편이 포장하는 것을 맡고 나는 귤을 따고 있다.그런데 이 포장일에 어려움이 있는데

손으로 고르다가보니 기계가 하는것처럼 선별하기가 어렵고  어떤 나무는 대과만 달린 나무가 있고

어떤 나무는 최상품만 달린 나무가 있다.어떤 지역은 전체가 대과가 달린 곳이 있고

어떤 곳은 만족할만한 귤이 달린 나무가 있다.이것을 골고루 섞어서 담아야 하는데

담느라고해도 완벽하게 배분이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일일이 손으로 선별하여 골라서 담으니까

아래는 큰것, 중간은 중간것, 맨위에는 남은 공간이 작다보니 작은 귤이 올라간다.

그런데 골고루 섞는다고해도 복불복으로 어떤 상자는 좋은 것이 많이 들어가고

(그 주변 나무가 상품만 있는 경우) 어떤 분은 대과가 좀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것과 아주 큰것, 겉모양이 심하게 미운 것등은 골라내는데

올해는 봄 여름내내 비가와서 24번의 소독을 했는데도 모든 것이 작년의 2/3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

내내 가슴이 뻐근하고 내보내면서도 연신 기도가 절로 나왔다.

올해 농사 어려웠음을 알아 주셨으면하고 기도했다.

작년에 회원님 밭인 효돈밭에는 2000박스 정도 수확했는데 올해는 상품이 서너박스도 될까말까하여

아예 가보지도 않은 형편인데 이런 현장의 소리를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셨으면 하는 애절함이 가득하다.

이곳에다가도 그런 소리를 하기도하고 귤상자에 넣은 팜플렛에도 그런 이야기를 써서 내보낸다.

다른 사람을 써서 수확하여보니 완숙과 구분이 안되어서 신맛이 많이 난다는 소리를 듣는것 같아서

사람도 쓰지않고 내가 직접 완숙과만 따서 내보내는데도 간간히 컴플레인이 난다.

남편에게도 미운 것은 빼고 큰것도 빼고 하라고 쉼없이 주문을 하는데...사실 그렇게하면 고를게 반도 안된다.

그래서 조금 부족한 해는 이해하여 주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드리게 된다.

부득이 좋은 것만 필요로 하시는 분이 계시면(선물등) 선택을 하시게 최상품으로 구분을 해놓긴 하였다.

하지만 먹는데는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과정을 이해하여서 조금 미운 것도 이해하여 주시고

조금 큰 것도 이해하여 주시고, 맛이 조금 부족한 것도 이해해 달라고...

자꾸만 부탁을 하는 내가 스스로 뻐근해진다.

충언이고 양약이라고 생각 하지만 간간히 가슴을 콕콕 찌르는 컴플레인이 들어 오기 때문이다.

 

요 며칠사이에도 배송때문에 머릴 아픈 중에 맛이 없다, 크다, 밉다 등등의

컴플레인이 들어와서 내 머리가 곤두서게 되었다.

요즘 수확하는 것은 비교적 나무에서 완숙되었고 당도 적당하고 산도 무르익은 편이라고 생각 했는데

어떤 분이(회원님) 맛이 왜 이러냐고 하신다.4차 5차도 이럴거냐고 하신다.

지난번에 보낸 것은 일찍 상하는게 많다셔서 비오는 날에 닦아서 내보낸 것이 문제가 발생했나 싶어서 미안해 했던터인데

이번에는 맛이 없단다.에휴...귀 담아 들으면서도 한숨이 나도 모르게 새나온다.

올해산 귤중에서 이 정도 이상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욕심이야~

하는 것은 내 말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다 헤아리기 어려우니 자꾸 작년 것과 비교한다.

지인이 내 귤을 홍보해준다고 친구를 통해서 수십박스 주문을 내주셨다. 특별히 신경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런데 그중에 한분이 귤이 너무 크다며 소개한 분에게 아주 매운 항의를 하셨다는 소리를

여과없이 전해 듣고보니 처음에는 너무 미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은근히 화도 나고 짜증까지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하고 어떻게 장사를 하냐고 하더란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끈한 것이다.(내 숨어있는 성질이)

처음에는 운 나쁘게도 나쁜 것만 들어갔나 싶은 생각에 남편에게 뭐라고 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남편이 하루이틀 포장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상자만 유독히 나쁜 것만 넣었을리는 없는데 싶었다.

그래도 중간에 소개하신 분 입장이 난처할까봐 이미 택배가 완료된 상태라서 항공편으로 작은 상자를 다시 보냈다.

백배사죄한다고 문자를 넣고 돌아서니 기운이 쫙 빠진다.속에서 무언가 뒤엉켜서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일희일비하려고 하지는 않은데 그간의 쌓인 피로가 겹치면서 마음이 아주 공허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소리만 들을수는 없고 당연히 고객의 소리에 민감하게 받아 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는 줄 알지만

이성은 그렇게 하라고 속삭이는데도 감정은 요란하게 뒤흔들린다.

 

이번주 수요일까지 회원님 3차귤을 내보내려던 계획이 제주도 기상상황이 악화되어

월요일부터 택배가 마감하여 포장한 귤을 다시 풀기가 난감하여 포장된 귤은

통사정하여 항공편으로 내보내고나서도 못보낸 귤때문에 머리가 뜨거운 상태에다가 불만사항이 겹치니 예민해졌다.

작년에 여러군데로 선물하신 분께서 올해도 선물을 하시겠다고 주문을 하였는데

귤이 최고로 좋을때 보내라셔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리 한상자 보내 달라셔서 보냈다.

일부러 그분것만 좋은 것을 담으면 안되기에 똑같이 내보내면서도

그래도 좀 더 신경을 써서 항공으로까지 내보냈는데 전화가 오셨다.

작년에는 귤이 좋았는데 올해는 안좋다며 실망이 역력하신 목소리로...겉모양이 많이 밉다 하신다.

올해 상황을 설명해도 감이 안오시는 모양이다.백화점에는 좋은 것들이 있던데~ 하신다...

아마도 내가 더 젊은날 혈기 왕성 했으면 그럼 백화점에서 사세요!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귤을 찾으시는게 고마와서 이해를 시켜 드리려고 갖은 애를 써보지만 가슴에 와 닿지않는 목소리다.

백화점에서 뽀대나게 반짝이는 그 귤과 나무에서 갓 따서 세척도 안하고 나가는

투박한 친환경 귤과 비교 하시면...할말이 없지요~~~그런 말이 혼잣말로 절로 나왔다.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끊었지만 투박하고, 밉고, 크기도 고르지 않아도 내 몸에 좋은 것을 내보내겠다고 작심하고

생산하여 내보내고 있는데 간간히 이런 불만사항을 접수하고나면 예민한 내가 머리칼이 곤두선다.

다수의 수많은 사람들의 묵묵한 응원과 배려를 느끼기에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판매때면 몇번이나 만나는 애환이다.

작년에는 하도 파손 사고가 잦아서 올해는 상자도 더 튼튼히 만들고 택배회사도 우체국 택배에다가

오후배송이 더 원활하다하여 오후배송을 하니 파손사고 소식은 들리지를 않는데 올해 농사 상황이 안 좋아서

귤 맛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가보니 판매도 날개 달지 않고 의리에, 우정에,배려에 힘 입어 근근히(^^) 가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제주도 귤농부들은 올해 나와 비슷한 고민들을 거의 다 하고 계실 것이다.

농사 수십년 선배들도 올해같은 해는 처음 본다고 했을 해이다.

아이를 셋을 키울 때도 아롱이 다롱이 다 다르니 내 마음밭이 절로 넓어졌고

농사를 짓다보니 점점더 고개를 숙이고 자연앞에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몇년전에는 크게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다.이곳에 와서 친하게 된 지인이

친척에게 우리귤을 선물로 보낸적이 있는데 그 귤을 받으신 분이 내 블로그에 와서

크게 불만을 털어 놓았기에 백배 사죄하며 다시 보내 드렸는데

나중에 두고두고 생각 할수록 이해가 안되고 저의가 괘씸하여 결국은 그분과도 멀어져 버렸다.

친환경 귤을 처음 접하셨는지 귤 선물을 받으신 분이 내 블로그에 와서 못 쓰는 귤을 보냈다고

최악의 표현을 써 놓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 들이기가 어려웠다.

겉모양이 아주 미운 것만 골라서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사진으로보니 대여섯개정도 미운 것들인데

내 눈에는 늘 보는 것이라 겉은 미워도 맛은 좋은 것이라 다른 분들은 다 맛있다고 하는데

그 분이 무슨 의도였는지 구구절절이 최악의 귤인것처럼 표현해 놓아서 그 글을 보신

도요새 선생님이 눈물이 날 정도라며 나를 위로하신 적이 있었다.고객이 불만하면 무조건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식의 불만은  받아 들이기가 어려웠다.

선물 보낸 분이 나와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 했는데 어떻게 이런 표현을...그것도 공개적으로 모두 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배려라고는 전혀 느껴지지가 않고, 심지어 악의적인 저의가 있는가싶게 마음이 상하였었다.

그 후로 나는 그 선물을 보낸 분과도 소원해지고 말았다.간 쓸개 다 빼놓고 장사를 한다고 하지만

내가 지은 농산물을 그렇게 표현하는데는 자존심도 상하고 마치 내 자식을 내보내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서

더 심하게 충격을 받게 되는 것 같다.백마디의 칭찬보다도 한마디의 질타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

 

같은 표현이라도 올해는 작년과는 많이 다르지만 애 쓰셨어요~이런 분을 만나면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데도

감읍하여 절을 절로 하게 된다.부족함을 느껴도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 주시면 너무 황송해진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것밖에 안되어서 너무 너무 죄송해요~ 하고 가슴을 조리며 내보내는데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시면 너무 감사하여 눈물이 날 정도이다.

일일이 말로 다하지 않아도 느껴오는 따스함이 전해진다.

작년에도 내가 너무 피곤하여 운송장을 쓰다가 체크를 빠뜨려서

보낸데 또 보내고하는 실수를 몇번이나 하였었는데 아무런 말도없이 그 실수를 덮어주시며

넌즈시 귤값까지 넣으신 분이 계셔서 가슴이 뭉클 했었다.

사랑과 배려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느꼈다.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진심이 어리고, 배려하는 마음이 서려 있으면 단번에 느껴진다.

 

그래서...나이를 먹어 가면서 담담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느땐가부터 나는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좋아해주시면 감사하지만

어떤 댓가를 바라고 다가오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유혹성 이벤트도 하지 않고 내 귤도 친환경 귤 자체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오시는 분들이

스스로 선택해 주시기를 바래서 비교적 홍보에 소극적인 편이다.

내 귤 스스로가 나가서 그 자체가 홍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올해같이 어려운 해에 생산된 귤들이 내 맘에도 흡족치를 못하는데

소비자가 어찌 100% 만족하시기를 바라겠냐만 그래도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데도 역부족은 어찌 하겠는가.

그 어떤 채찍도 달게 받아야 마땅 하지만 이왕이면 상처주지않게 꽃으로 때려 주셨으면 한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면 수입이 많이 줄기에 직거래를 하여 조금 더 판매수익을 올려 보겠다고 하는데

일일이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다보니 가공품이 아니라서 들쑥날쑥한 농산물을

생산자인 농부가 파는 것을 무슨 큰 이익이나 보려고 파렴치하게 물건을 파는 것처럼 표현해주시지는 말았으면 한다.

나이 50이나 되었어도 상처 받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을 느낀다.차라리 다른 사람이 농사 지은 것을 파는 것이라면

상처는 덜 받을텐데 내가 일년내내 지극정성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똑같이 재배했어도

아롱이 다롱이 다른 것들이 나오는데다가  최상품은 20%정도밖에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중하품까지 골고루 섞어서 가야하고 최상품만 원하시면 부득이 가격을 달리 받을수밖에 없다.

내가 농부가 되다보니 이런 현장 사정을 알고는  나도 다른 농산물은 사서 먹는지라

작년에는 매우 만족한 농산물을 보내왔는데 올해는 <에게게... 물건이 왜이래?>

할정도로 품질 차이가 난 물건이 왔어도 나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그 분이 파렴치한 장삿꾼이 아니라

올해는 이 정도도 건지기 힘들었을거라는 상황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 소비자들이 어찌 그 사정을 다 헤아릴 수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몇년동안 이러나 저러나 말없이 내 회원님이 되어 주신 분들이 정말로 너무 너무 고마왔다.

그 어떤 자도 내게 드리대지 않고 오직 믿음을 주신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점점더 과격한(^^) 시도를 하게 되었고 급기야 유관순 귤까지 탄생 시켰다.

그 유관순 귤은 겨우내내 나무에 달려 있다. 지금도 달려 있다.

며칠전서부터 눈이 오락가락하더니 어젯밤부터는 정말 눈이 많이 왔다.

어제 하루에도 몇번이나 문자로 대설경보, 농작물 주의라고 경고성 문자가 날아왔다.

어젯밤에만도 10cm가 넘게 왔는데 밤새도록 내리고 오늘 낮에도 내리고 있다.

이럴때는 나도 서늘해진다.우리 유관순 귤이 잘 이겨내줄까~

싱싱하고 건강한 귤을 내보내 드리려고 나무에서 갓 따면 신맛이 강한데도 미리 따서 신맛을 빼지않고 내보내는데는

내 몸에는 신선한 것이 최고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장약에 담그었다가 나가는 귤도,언제 상할지도 모를 정도로 이미 신선함을 잃은 상태도 내 몸에 그리 유익할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귤나무도 나도 몇배의 인내와 수고를 감수하고 내보내는 유관순 귤이다.

그런데도, 모양만, 맛만 가지고 탓하시는 분들은 사실 섭섭하다. 더이상 어쩌라고~하는 옹졸한 맘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쓴 소리를 그렇게만 받아 드리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양약은 입에 쓰다고 예로부터 입바른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나라도 잘되고, 회사도 잘 되고

반디농장도 그런 쓴소리를 달게 받아 들여서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인물은 썩는다고 한시도 방심하지 않고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부족함 투성이다.

마음같아서는 20% 최상품만 골라서 팔고 나머지는 모두 가공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니 겉모양으로만 근사한 것, 인위적으로 맛을 낸것보다도

자연 그대로 내 몸에 좋은 상태를 섭취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일일이 개도하는 일도 친환경 농부가 해야할 일인듯 싶다.

(이런 것은 나라나, 관이나, 매스컴이 홍보해주어야 하건만 생산자가 판매에다가 이런일까지 하려니 넘 힘들어요~~~)

 

오늘은 2010년도 마지막날...서귀포는 어제부터 폭설경보가 내렸다.

그전에는 제주도에서 특히나 서귀포에서 눈보기가 힘들었다하는데

요 몇년사이 폭설이 잦은 것도 이상기후때문인 것 같다.

지구가 아파서 몸살을 하는 현상이라 한다.

앞으로는 3명중 1명이 암 환자가 될거라 하는데...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더욱더 건강한 먹거리로 내 몸을 잘 보살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번주 내내 날씨만큼이나 배송도 안되고 컴플레인도 많아서

머리가 뜨거워져서 이런 이야기도 함께 하고 싶어서 올려둔다.

불만을 주신 분께 섭섭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앞으로는 정확하게 일러는 주시되

자존심까지 뭉개는 표현은 삼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이것은 나에게뿐이 아니라

생산한 농산물을 직거래하여 조금더 소득을 보전해보려는 모든 농부들의 애환일 것 같다.

공산품이 아니라서 품질도 크기도, 맛도 모두 일정하지 않은 것을 널리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불만이 있어도 표현하시는 분보다도 소리없이 떠나시는 분이 사실은 더 섭섭하긴하다.

소리없이 멀어져 가는 것...고객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아픈 일이다.

조금더 기다려주지...늘 그런 아쉬움이 남지만...이제는 가는 사람 잡지는 않는다.

대신에...오래 오래 곰삭은...세월이 가도 전혀 변함없는...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런 사람,

그런 보석같은 사람들께 나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자 내가  표현할 수 있을 시간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내 잊지 않고 있어요. 너무 일찍 실망도 말고, 너무 일찍 돌아서지도 말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세요~"

하고 가슴으로 전하는 내 말이 통하는 분들과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고 싶은 염원이 있다.

초고속으로 달려가는 시대에 무슨 그런 고리타분한 염원을 하느냐고 하실지라도, 나는 소망한다.

아무리 시대가 최첨단 기계로 눈부시게 포장해도 우리는 가슴이 따뜻한 인간 이라고...

사람끼리의 행복한 교류가 최고라고...행복은 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그대가 내게 따뜻한 난로이듯이...나도  그대에게 옹달샘이 되고 싶다.

 

그런 날이 꼭 올것이다.

 

2010.12.31.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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