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귤밭

짬밥

by 농부김영란 2010. 10. 24.

 

 

 

짬밥이 몇년인데...이런 표현.

군대에서의 힘든 세월을 표현하는 말인데

어원은 먹다남은 음식 잔반에서 유래 한다고 한다.

이젠 군대뿐만이  아니라 경력, 햇수등 시련을 이겨낸 시간의 대명사차럼 쓰이기도 한다.

그 짬밥을 나는 오늘 내가 보낸 세월을 더듬으며 떠올렸다.

농부 짬밥이 몇년인데~하며 ...

 

약간은 으스대는 역설적인 표현같기도 하고...

남편과 소독을 나누어서 하다가 남편이 노즐(소독줄)과 권총(소독하는 소독기)사이에서

약이 뿜어져 나와서 끙끙대며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6학년 농부에게 물어보면 될것을 혼자서 해결하려다가 결국은 내가 손쉽게 해결해 주었다.

6학년 농부가 거저 된줄 아는 모양이라며 내가 눈을 흘겼다.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초보농부(남편)에게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농부짬밥이 몇년인데...하고 내가 일갈을 한다.

 

 

 

<이젠 소독쯤은...이런다.>

 

 

 종종 이런다.

일하다가 기계가 고장이라도 나면 내가 뚝딱 해결한다.

소독이나 예초나 전정등을 누구손도 빌지않고 내 스스로 자립해 온지라

6학년 농부가 되고보니 어느정도 숲을 바라보는 관점이 되었다.

짬밥이 몇년인데...(그러고보니 괜찮은 표현이네^^)

 

 

 

<다 키워서 이렇게 상처나서 낙과한 귤들...으름나방이가 쏘아서 생긴 상처>

 

 초보농부 2학년 농부(남편)와 6학년 농부(나)

참새가 어찌 봉황의 맘을 헤아릴꼬~하는 순간이 더러 있다.

 

농부의 아내가 아니라 농부의 남편.

남편도 더러 부대낌을 달래는지 쉬는 짬만 보이면 낚싯대 들고 바다로 내달린다.

고기라도 낚아오면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련만 고기하고 놀다가만 오나부다.

참 취미도 고상혀~내가 혀를 끌끌 찬다.

애꿎은 물고기를 왜 살생하며, 망망대해를 멍하니 왜 바라보고 있단 말인고.

낚시의 손맛을 모르는 나는 남편을 혀를 차고

먼지 뒤집어 쓰고 죽기살기로 목공예 만들다가 집에서 몸살하는 나를 남편이 혀를 끌끌 찬다.

 

 

 

 

 

귤이 빛나게 익어가고 있다.

오늘은 모처럼 비가 내렸다. 한동안 햇살이 났으므로 오늘 하루만 비가 오고 다시 햇볕이 쨍쨍 나주기를...

일년내내 부족한 일조량을 마지막에 채워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다.

 

 

 

아~이 농부의 손...동남아인들이 원래부터 저런 피부색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김농부(나)의 손이다.딸손과 비교...TT

 

남편이 8개월에 걸친 귀농대학을 지난주에 수료했다.

일주일에 한번 가는 교육날은 만사를 제치고 모범생처럼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갔다.

교육을 다녀오면 나는 남편이 무엇을 배웠는지 꼭 물어본다.

대부분이 이미 내가 행하고 있는 것들이라 내겐 하나도 새롭지가 않은 것들인데도

남편은 내가 말할 때는 귀담아 듣지않다가 유명강사가 하는 말은 귀에 쏙~ 들어오나부다. 

내 생각엔 책상머리에 앉아서 이론을 짜깁기해서 번듯하게 포장한 이론보다도

실제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혀서 이루는 성과가 제대로 된 산지식이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아직 2학년 농부이니 이러저런 과정을 수료하면서 비교해보라고 한다.

언젠가는 2학년 농부도 6학년이 될테고

그러면 스스로도 깨우치는 짬밥의 의미를 터득하겠지.

 

농부의 짬밥은 태양도 두려워 않고,흑인이 되어가는 것도 덤덤하게 만들었다.

짬밥에 녹아든 희노애락을 오늘은 곱씹어 본다.

 

2010.10.24

 

 

 

 

 

 

 

 

'귤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귤수확은 20-25일경 쯤합니다.   (0) 2010.11.13
시월 마지막날(10.31) 귤밭 풍경  (0) 2010.11.02
오늘은...(10월 19일)  (0) 2010.10.19
가을맞이(3)  (0) 2010.10.12
엉겅퀴 꽃  (0) 201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