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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새로운 바람

by 농부김영란 2010. 9. 15.

[김영란의 귀농일기] 새로운 바람
2010년 09월 11일 (토) 10:02:01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나는 사람을 보면 먼저 긍정적인 면을 보고 칭찬을 하게 되는데

나중에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게 되면 난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긍정의 눈으로 보고 평하기를 주저 않는다.

직감으로 느낀 그 사람의 장점이 실제로 그 후에 여러가지 상황을 겪고나서 내리는 판단보다는 정확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귀농일기를 쓰지만 매일 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만 쓰란 법은 없지 않은가 하면서

그간도 간간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내가 요즈음 많은 감동을 받고 존경하는 두사람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내가 소개하지 않아도 세간의 화제가 된 두사람인데 내 관점에서 써보고자 한다.

 

한분은 제주올레 이사장이신 서명숙님이고

한분은 내가 유기농 농부의 길로 들어서서 많은 도움을 받게된 EM센터 교장 이영민 선생님이다.

두 분 이야기를 쓰려고 내 주변 몇사람에게 조심스럽게 평을 들어 보았는데

오히려 고향 사람들이 평에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부터, 조상때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두루 꿰고 있다보니

온갖 흉허물이 대비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서인가 싶기도 하고,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서 핵심을 흐리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심리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나보다 잘난 것에 대한 묘한 뒤틀림에서 오는

칭찬에 인색한 발로이기도 한 것 같다.

 

서명숙 이사장님은 요즘 제주사회를 직간접으로 강타하는 태풍과 같은 바람을 불러 일으키신 분인데

나는 일면식도 없고(올레길에서 먼발치에서 뵙기는 했지만)

이번에 나온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을 읽고 그 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고 싶어졌다.

 

올레 바람이 불고나서 따분하던 나의 일상에도 신선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서

그동안 개장식때나마 참석하여 제주올레를 나름대로 알리고자 하였고

작은 후원금이라도 내고 있지만 일부러 친분을 만들려고 애쓰지는 않았기에

나는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이 글을 쓴다.

 

나는 그분을 제주사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여걸이라고 생각한다.

글빨도 되고, 친화력도 되고,

리더쉽도 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력도 되고,

언론을 활용하는 능력도 되고,

족쇄처럼 얽어매던 주변환경에 대한 인식을 뛰어 넘을수 있는 나이와 배짱도 되고,

시대적 상황이 그 분편에 서서 순풍을 불어주니 설문대할망께서도 도와주신다.

그리고 대중을 이끄는 흡입력중에 말빨과 외모도 된다.

 

작은 미풍이 아니라 메가톤급 태풍의 위력을 갖춘 분이다.

십 년전이나 별반 다를바 없던

따분하기 그지없던 제주관광에 새로운 출구를 열었음을 아무도 부인 못할 것이다.

그 분이 일으킨 바람이 제주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짧은 유행 바람이 되지 않도록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은 제주도민과 제주도정의 몫인것 같다.

폄하의 눈으로 수수방관하지 말고 모처럼 제주도로 향한 새로운 시선을 하늘이 돕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가를 함께 고심했으면 한다.

 

그리고 EM센터 교장 이영민 선생님은 여든을 눈 앞에 두신 나이에도

하루종일 강의 하시고, 전국 순례도 하시고,

만여평 유기농 귤농장도 직접 농사 지으시는 불사조 같으신 분이시다.

그 연세에 돋보기도 없이 컴퓨터로 일본어로 된 정보를 보시는 분이시고,

무엇보다도 과수농가로서는 최초로 유기농 인증을 받으신 분이시다.

 

지금 대세는 친환경 농업으로 돌아섰지만

내가 시작하던 5년전만해도 유기농은 판로가 없어서 스스로 개척해야만 했는데

십수년전에 이미 유기농 과수를 하시며 그간의 시행착오를 다 이겨내시고

꿋꿋하게 제주도 친환경농업의 선두주자가 되신 분이시다.

 

지금 전국적으로 친환경농업을 육성한다고 지자체들이 야단법석이며

대대적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를 하는판에

청청제주라며 마치 제주도가 친환경 농업의 메카인듯 그럴듯한 표현을 일삼으면서도

왜 이 영민 선생님같은 분을 활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중 FTA를 눈 앞에 둔 시점, 봇물처럼 밀려올 저렴하고 맛있는 중국산 귤을 막을 대안이 있는지.

신토불이 친환경 농산물,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도록 소비자를 한시바삐 개도해야 할 시점이다.

가격경쟁으로는 우리는 이길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친환경농산물 바람도 서서히 불고 있으니

시대흐름을 읽고 대비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난세에 영웅난다고 이 두분은 지금 시점에 한줄기 서광과 같으신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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