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진리 | ||||
<김영란의 귀농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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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감과 지루함을 못 견뎌하는 나는 따분한 상태로 오래 있지 못한다. 끊임없이 사부작거리며 일을 만들고 호기심을 끄는 상대를 보면 다가가서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맛을 보기까지 한다.내 오감으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농삿일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때도 마찬가지라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가 않지만 이런 과정에서 느끼는 생생한 현장감이 좋아서이다.
아둔한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나는 농삿일을 남의 손을 빌지 못한다. 내 손으로로 내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을 내 귤을 믿고 사는 분들께 생생히 가감없이 전달하여 진실 마케팅을 하고자 한다. 대량 생산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물건을 별로 신임하지 못하는터라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맛순례를 하였었다. 지금도 어디에 맛있는 집 있다고하면 아무리 먼곳이라도 일단 내 입으로 맛을 확인하여야 평을 내리는데 자기 중심없이 식당을 연 집을 보면 안타깝기만하다. 맛도 없고 정성도 없고 서비스도 없는 집들...무슨 배짱으로 문을 열고 돈을 벌기를 바라는가 싶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근본적인 자기성찰이 늘 따르지 않으면 매일매일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맛이 다르다. 참으로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직업임을 알기에 우리부부는 둘 다 요리사 출신임에도 식당길로 들어서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하지만 선택 했다면 투혼을 바쳐야지, 그냥 대충대충 흉내만 내다가 눈 먼 고기 낚시줄에 걸리듯 요행을 바라는 심뽀로 어찌 경쟁력을 갖추겠는가?
나는 입맛이 없을 때 내 손으로 하기는 싫고 어디 맛있는 집 없을까하고 두리번 거려도 선뜻 떠오르는 집이 아주 드물어서 된장찌게 하나라도, 밥하나라도 지극정성으로 제대로 끓여내는 집이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그 수많은 식당중에서 기진한 내가 꼭 가서 먹고픈 집이 드물다.
경쟁력은 먼곳에 있지않다. 노지 감귤이 사양길에 들어 섰다고 한숨을 내쉬면서 온갖 대안을 찾으려고 암중모색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나는 그 사양산업에 뛰어 들어서 내 나름으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자 한다. 내가 원했던 것을 소비자에게 내가 만들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흔해빠진 된장찌개 중에 왜 나를 확 끄는 된장 찌게가 없는거지? 왜 30분마다 밥을 해서 밥맛이 살아있는 밥을 해주지 못하는거지? 왜 말라 비틀어진 손이 절대로 가지않는 김치를 내놓는거지? 명색이 식당이면서...
내 의식과 내 몸은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품종의 귤을 먹고자 하지 않는다. 늘 먹던 과일이지만 제철 과일, 자연산 살아있는 맛을 원한다.
나는 내가 원했던대로 소비자에게 만들어 보내려고 지난 겨울 내내 나무에서 갓 수확해서 내보냈고 꼭지가 노랗게 무르익은 것만 골라 따서 내보내느라 노동이 과중해서 그 노독이 여름까지 이어져 왔지만 그래도 "이젠 다른 귤을 먹지 못하겠어요~"하는고객들 반응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다. 심지어 폭설을 맞히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강심장은 남과 다른 관리를 하여 내보내는 내 귤이 스스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었다.
농사에서는 친환경 바람이,해법이 없을것 같던 제주관광에는 신선한 올레 바람이 새로운 방향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먼곳에서 경쟁력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지말고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점검해 보면 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웃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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