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자가 난초꽃이어서일까?
나의 꽃사랑은 지병처럼 늘 나와 함께 해왔다.
가끔은 통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리움이 되기도하고
어떨때는 숨이 막힐만큼 나를 달구는 열정이 되기도 하였다.
아이적에도, 소녀적에도, 혼자 자취하던 단칸 자취방에서도
늘 꽃을 심고 가꾸었다.
옥탑방 전세로 시작하던 신혼집에서도
스티로폼 박스로 흙을 채워서 나팔꽃 아취를 만들고
야생화들을 모아서 작은 화단을 끼고 살았었다.
작은 마당이 있으면 마당을 가득히 꽃으로 채웠고
빌라에 살때는 세간살이 절반정도를 화분으로 채울정도였으니
병적인 사랑임에 틀림없다.
그 지독한 몰입이 제주도에 와서 농부로 이어졌던 것은
어쩌면 이미 정해졌던 운명의 동앗줄이었을까.
탈진할만큼의 땀을 쏟아내는 노동을 해야하는 농부의 길도
기꺼이 이겨낼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나와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왔던 꽃사랑의 덕분이었을게다.
귤나무를 만나고나서는 한꺼번에 돌볼 가족이 너무 많아서
따로이 꽃을 키울 여력이 안되었는데도 짬짬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귤밭 한켠에 또 모으기 시작했다.엉겅퀴 꽃을 좋아한다고
귤밭 가장자리에 심어놓고 오며가며 들여다 보며 혼자 좋아라 히죽거렸다.
꿀풀도 옮겨 심고 꽃향유도 옮겨 심고...남들이 검질(잡초)이라고
뽑아 버리는 것을 나는 귤밭에 따로 모셔 두고 행복해 했다.
지나가던 이가 물었다. 혹시 돈 되는 것들인가하고서...
그냥 좋아서...라고 하니 내 정신이 어디 이상한게 아닌가하는 표정이었다.
돈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오며가며 가시붙은 잎이 찔러대며
밉게보면 성가신 잡풀인데도 나는 그 꽃이 너무 이뻐서 일부러 키운다.
내게 기쁨을 주고 맑은 눈을 갖게 해주니 돈 되는 그 이상인 것이다.
나를 만난 내 남편은 자신의 취미와는 무관하게
마누라 등쌀에 못 이겨 서울에서부터 단련이 되었다.
서울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서는
차도없는지라 1km넘는 뒷동산에 가서 유모차를 끌고가서 흙을 파다 날라야 했고
땅 봤다고 작은 마당 빼곡히 심어댔던 꽃과 나무와 야채들.
무슨 한풀이라도 하듯...세 아이 거두기도 빠듯한 하루 일상에
내내 꽃과 나무 가꾸기에 몰입해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유기농 농부가 된게 아니었던 것 같다.
봄 일이 밀려서 허덕이다가 한풀 일이 꺾였다싶자
올 봄 나는 또 한풀이(^^)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혼자 보기 아까와서 함께 보자며
그동안 키웠던 야생초나 꽃들을 효돈밭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일개미의 운명일지언정
때때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재충전을 하겠다고 다짐한터라
올 봄에는 하고싶던 아궁이 방도 만들고 있는 중이고
그동안 또 모아두었던 구석구석 혼자 피었다 지던 꽃들도 한자리에 모으고 있다.
돈 주고 산것은 없고 모두 작은 것을 오며가며 얻어 키운 것들인데
시간이 흐르니 군락이 되어가고 있다.
제주도 풍경중에 이국적인 소재들이 있다.
육지와는 다른 아열대 기후덕에 열대 야자수가 제주도를 다른 지방과
달리 보이게 하는 요소중에 하나인데 나는 그 야자수중에도
키가 낮으막하고 아담한 사이즈의 종려나무를 좋아한다.
키가 우람한 와싱톤야자수는 위압적이라 거부감이 들고
카나리아 야자수도 맘에 들긴 하지만 덩치가 커서 커다란 정원에나 어울리는 것이라
키 낮고 거부감이 안들고 단아한 기품마저 있는 종려나무를 좋아했지만
일부러 돈주고 사서 나 혼자 보자고 귤밭에 심기는 웬지 사치스러운것 같아서
그냥 맘에만 두던 것을 며칠전에는 효돈 귤밭에 세그루를 사다 심었다.
우리 아이들 나이쯤 되는 나무라서 세그루를 샀고
묘목이 800원이라하여 덜컥 200주나 샀다가 남편하고 등질뻔했다.
10년만 키우면 얼마나 이쁠텐데 싶어서 나중에 테마정원을 꾸밀때 요긴하지 싶어서
800원이라는 가격메리트에 눈이 멀어서 캐 가지고 와서 심어야하는 수고를 간과하고 지저른 일인데
묘목 뿌리가 엉겨 붙어서 캐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남편은 화를 내면서 무슨 수목원을 할것도 아닌데 몇그루만 사지~하며
버럭버럭 화를 내기에 나는 이 가격이면 거저나 마찬가지인데
얼마나 이쁘냐며 눈이 멀어서 사실 300그루 신청했다가 남편이 왕짜증을 내는 바람에
200그루만 캐다가 심고 하느라 쉬기로 한 날까지 고스란히 강제노동에 시달리니
남편은 있는대로 화를 내는 것을 나는 또 남편이 되가지고 마누라가 좋아하는 일을
흔쾌히는 못해주고 그깐 노동일로 그렇게 왕짜증을 부리나싶어서
비껴~하고 내가 낑낑대며 캤다.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남편은 내가 돈 되는 일보다는
지 좋아서 하는 일에 코가 빠져서 쉬지도 않고 끙끙대는 것을 못마땅해하면서도
결국엔 울며겨자먹기로 끌려오다시피 하는데
그래도 언제나 나중에보면 내가 잘했음을 인정한다.
나때문에 내내 눈이 즐겁지 않은가~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이럴때마다 "참새가 어찌 봉황의 마음을 알리요~"하며 혼자 중얼 거리지만
그래도 남편이 없으면 내가 어찌 이 일을 다 감당하겠는가?
이러느라고...나는 한시도 쉴틈도 없고 늘 바빠요~를 입에 달고 산다.
귤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늦게 피기 시작했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서인지
갑자기 우루루르 마구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회원님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야 하는데 비가 내리 3일을 내리고 있으니
다음주에는 소독하랴 이름표 달랴 또 분주하기 그지없을것 같다.
기존 회원님께 일일이 서신 발송하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늘 일을 만들어서도
더 바쁜 탓이고 소식 없어도 말 없어도...우린 서로 믿는 사이라고 생각하여
때가 되면 알아서(^^) 이름표를 달아서 사진 올려 둘것이다.
내가 한 말을 지키기위해 귤밭을 하나 더 장만해야했던
내 맘을 다 헤아려 주시리라 그냥 그렇게 믿는 것이다.
기진맥진할만큼의 땀과 노동을 하고나서야 나는 말로만 하는 공치사가
부질없음을 깨달았고 말 없어도 통하는 우리사이를 행복해하면서
고마운 그대를 그리워하며 함께 보고 즐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2010.5.24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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