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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똥숙씨, 화이팅!

by 농부김영란 2009. 5. 13.

 

 

5월 9일 10일 올레아카데미를 신청해서 양이틀 하루종일 교육을 받았다. 

올레 이야기를 올리기도 하고 올레를 가기도 하면서

그리고 제주도에 와서 살면서 5년이 지나도록 제주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게 없어서 신청한 것이다.

효돈밭에 신경을 쓰다보니 호근밭이 풀밭이 된지라

마음은 귤밭에서 서성이지만...이것저것 재다가 늘...하나도 제대로 못하는지라

큰 맘먹고 신청한 것인데

올레아카데미 수업중 간단한 자기 소개가 있었다.

 

 

 

내가 블로그에서는 수다 아줌마지만 실상 사람들 앞에서면

나는 소심해서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다들 의아해 하시지만 사실 그렇다.

이유는 원래 내 천성이 부끄럼이 많고 소심한 때문이었는데

편한 사람들 앞에서나 블로그에서는...말빨 쎈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막막해진다.

다른 사람들은...늘 마이크를 들고 사는 사람들처럼

유려하게 자기 소개들을 하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를 않아서 서울에서 이사온지 5년이 되었고

귤농사 짓고 있읍니다. 김 영란입니다.

더이상 할말이 생각나지를 않았다.(사실 그러면 됐지 뭐^^)

 

 

 

이번 올레아카데미에서는 제주도민이 절반이고

멀리서들(육지) 일부러 오셔서 신청한 사람이 반이라 했다.

다들...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모두들 올레에 지대한 관심들이 있으신 분들이시다.

잠깐 휴식 시간에 내 뒤에 앉았던 처자(똥숙씨)가 내가 귤농사 짓냐고 묻더니

아르바이트 할일이 없냐고 묻는다.

일이야 태산 같지만...일당 줄 형편이 못되니 주저하면서

 가을에 귤 딸때가 일손이 바쁘니 그때 오면 신청하라고 했다.

사실 농사가 자기 인건비도 제대로 안나오는게 현실인지라

아주 다급한 수확철 빼고는 웬만하면 자기 손으로 해야만 그나마

자기인건비를 조금 계산하고 맞추어 나갈수가 있는게 현실이라

자원봉사 아니고는 일당을 쓸 처지가 못된다.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데 세번이나 거푸 물어서

마음이 약해서 허락하고 말았다.(내 최대의 단점, 마음 약한 것^^)

 

 

 

이 글의 주인공 동숙씨다.

13일째 올레중이라고 했다.

올레 사이트를 보면 대단하고 놀라운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과는 너무 많이 달라진 풍속도에

나도 한참이나  뒤쳐진 구시대의 유물인가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과의 의식 차이에서도 느낀다.

우리때는 내가 하고 싶어도, 부모님과 주변 환경의 시선과 범주를 못 벗어나서

끝내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그럴줄 알았지> 하는 비명(碑名)을 남길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야 말았는데(마음은 훨훨 날아 자유롭게 살고 싶었건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주체적인 삶을 사는것 같다.(너무 부럽기만 하다)

인생 한번 왔다가는 것을 뭘 그리도 남의 시선 의식하며

내가 하고 싶은것 못하고 미루면서 살았는지...

그런 자성을 하면서도 우리는 결국...생각에만 그친 삶으로 마감할 확률이 높다.

 

 

 

13일이나 집 떠나 내 삶의 길을 찾아 보겠다고 길 떠난 처자 동숙씨가 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제주올레가 주창하는 놀멍 쉬멍 걸으멍~하는 캐치프레이즈가

길 떠나서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그동안 너무나 쉼없이 달려 온 사람들이 갑자기...내가 어디에 있는거지?

내가 왜 이렇게 허겁지겁 인생길을 달려 가고만 있지.

내가 달려온 길보다 내가 앞서 갔는지 저만큼 뒤쳐졌는지

내가 안보인다. 갑자기...멍~해진다. 공황상태에 빠진거다.

그렇게 쉼없이 달려 온 사람들이 길을 찾아 떠나 걷는길, 제주올레길.

늘 놀기만했던 게으른 사람들이 그런 고행(^^)의 길을 택할리가 없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 다시금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서.어디로 가야할지 가다듬기 위해서.

삶에 쉼표를 찍을때 제주올레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13일째라면...먹는것도 부실할텐데...나는 모든 중심을 먹는 것에 두는지라

우리딸들에게도 귤밭에서 바베큐 해 준적이 없으면서

생면부지 똥숙씨 일행에게 마음이 동해서...귤나무 숯불구이까지 해 주고야 말았다.^^

 

 

 

내가 빚진 사람들에게는 늘...뭔가를 해드려야 하는데...하면서 마음만 재다가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마음 표현 못하고 살면서

이렇게...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서 인생은 거의 이어지는것 같다.

이렇게해서 또 인연이 맺어지기도 하지만.

 

똥숙씨는 늦깎이 고시생.지난번 2차까지 가서 한과목에 약간의 점수 미달해서 아쉽게 미끄러졌다네.

그래서 심신을 가다듬으려고 길을 떠난거라 한다.

그래서 내가 똥숙씨에게 반디농장의 푸른 기운을 실어 주려고

나무도 정해주고 이렇게 영양보충도 해 주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쉼없이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룬다는 것을 꼭 보여 주길 바라며...

그리고...절대로...숙소로 돌아가서 소문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

25년경력 신라호텔 요리사를 전용으로 귤나무 숯불구이를 대접 받았으니

똥숙씨는 내년에는 필히 어사화를 들고 금의환향하길 바라오~

 

 

일을 태산같이 쌓아 두고 새로운 인연이 날아와서

나는 또 하루해를 다 보내고 말았다.

삶이 늘 그렇더라.

10살 미만으로 잡아도 젊어 보이는 성옥씨와 소윤씨도

깜짝 놀랄만큼 젊고 해맑아 보여서 새끼 주렁주렁 귤나무처럼 매달고

허겁지겁 살아가는 펑퍼짐한 이 아줌마는 부럽기만한데...

창고 옆 소나무 아래 바베큐장을 만들려고 귤나무 다섯그루를 옮겨 놓았는데

아직도 그대로인 상태이지만...있는대로 챙겨서 간단하게 귤나무 숯불구이를 해주었다.

남편...연회담당 출신답게 아주 알맞게 기름 쫙~빼고

귤나무숯 연기 알맞게 씌어서...고기 좋아하지 않는 처자들도...

어머나...내가 2kg이나 산 것을 다 먹어 버렸다.(걸신이 따로 없써부러)

그만큼...환상적이랍니다.^^(일행 모두 인정했슴)

가을에 기대 하소서~

 

 

 

호근밭 작은밭에는 행운의 네잎 클로버 밭이 있다.

해마다 조금씩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그곳에서 수십개씩

네잎클로버를 찾아내는지라 똥숙씨가 내년에는 꼭 합격하라고 네잎클로버 찾기를 하였다.

늘 복이 따라 다닌다는 성옥씨는 한눈에 척~ 네잎 클로버를 찾고

아주 보기 드물다는 오잎클로버까지 찾아내서 동숙씨 합격기원으로 선물 주었다.

다음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다 찾지 말라며 강제로 멈추게하고

(복도 너무 넘치면 탈이 난다며~^^)

우린...보슬비 내리기에 집으로 오다가 너무들 아쉬워해서 솔빛바다카페에서
차한잔을 더하고서야 헤어졌다.

 

똥숙씨...어젯밤에 꿈 너무 잘 꿨나봐~~~

나 절대로 자주하는 행사 아니거든.하여간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가부다.

이렇게 생면부지 똥숙씨의 사법고시 합격기원 나무가 반디농장에 추가하게 되었다.

(최연소사법고시 합격생 나무도 있으니 똥숙씨 반드시 내년에는 합격할껴~)

똥숙씨 화이팅!!!

 

 

 

 

여기서 네잎 클로버를 찾아 보세요.

행운이 올겁니다.^^

찾으시면 댓글 주세요~~~

 

 

5.13 英蘭

 

 

밀린 댓글 저녁에 와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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