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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초보농부 좌충우돌 일기 (1)

by 농부김영란 2005. 3. 11.


           월요일부터 오늘까지는 초보 농부 1학년의 업적(?)을 자랑삼아

           기록해도 될만큼 제법 부지런히 움직였고, 성과도 눈에 보여서

           몸은 뻐근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해도 마음은 뿌듯하고 가볍기만하다.

           까마득하기만 하던 일들이 하나씩 줄어 들면서 마음의 짐이 줄어드는 듯 하다.

           아이들이 개학하여 규칙적인 일상으로 들어가니 나도 밭에 가는 것을

           출근하듯이 하리라 정하고 월요일 아침부터 아이들 보내고 부지런히

           밭으로 발길을 재촉하다가  집 근처 귤밭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새 전지 교육도 받고,친환경 재배 교육도 받고, 자료도 뒤적이고하여

           이젠 들은 풍월로 귀가 열리기 사작하고, 문외한이 느끼는 아득하던 심정이

           조금씩 안개가 걷히듯하기 시작하고 있었기에 너무 일찍 전정을하면

           전정을 한자리가 동해를 입는다하여 이달 20일경에 전정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한번 교육 받은 걸로는 감히 가지치기 하겠다고 덤비면

           나무에게 죄 짓는 일 일것 같아서 전문가를 물색하고 있는 중에

           전정을 혼자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를 보니 너무 반가와서

           실례를 무릎쓰고 인사를 드렸다.같은 아줌마라서 말 건네기도 편할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인데 혹시 일손이 여유가 되면

           저희밭 전정도 도와 주실수 있겠냐고 여쭤보니

           개인적으로 바쁜일이 있어서 하실 수 없다 하셨다.

           싱가폴에 유학간 딸이 초청을 해서 일을 빨리 끝내려고 서두르고 계신다 하였다.

           전정하고 거름주기 전에 나도 주변을 정리하여 야채를 뿌릴 자리를 마련하려고

           서두르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보니

           아주머니는 혼자서 아이들 둘을 다 들어가기 어려운, 이름있는 대학교에 보내고

           아이엠에프 전까지는 공무원을 하셨다하는데  지금은 과수원만 하고 계신다 하셨다.

           알고보니 대단하신 아줌마라 여겨지고 또 과수원 일을 모두 혼자서 다 해내시니

           내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찾던 사부님을 만난 기분이 들어서

           염치불구하고 매달려서 물어 물어서 가보리라는 마음이 들어서

           밭에 가다말고 아주머니가 전지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눈에 익혔다.

           밭에 가는 것보다도 실전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올해는 아무래도 혼자서 전정과 거름주기,약치기(저농약으로 할 생각)등

             내가 너무나 문외한이라서 경험자의 도움을 받으려고 주위에 물색을 하였는데

             말을 건네 놓은 분이 연락이 안 와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정 안되면

             혼자서라도 부딫혀보리라  속으로 결심하고 "나무들이 초보 엄마를 만나

             올해는 꽤나 고생을 하겠지만서도 너희들 운명이니 알아서들 자라다오"하는

             심정으로 그냥 돌진하리라하고 무모한 결심을 다지고 있던 터였다.

             EM환경학교에서는 들은 바로는 4월초에 한번 거름하고,6월달 10월달

             이렇게 세번 거름한다고 들은 것 같아서 느긋하게 여유(?) 부리고 있는데

             나는 거름을 먼저해야 하는지 전정을 먼저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전정을 하고 계시는 아줌마를 만나서 물어보니 지금 거름을 하는 시기라 한다.

             거름을 먼저하고 전정을 하고난 후에 전정한 가지를 치우고나서 소독을 해야 한단다.

             그리고 거름도 어디서 사냐고 물어 보시는데 그냥 돈만 들고가면 사는게 아니냐는

             내 대답에 어이가 없으신 듯 자세히 일러 주신다.

             감협(감귤협동조합)에 회원등록하면 외상으로 비료와, 약을 받을수 있다고 하시고

             지금 신청해도 아마 며칠이 걸릴거라고 한다. ? 아이쿠나~~

             그리고 나무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서 난 노르팅팅하다고, 아마도 영양실조인 것 같다고

             (순전히 내생각으로) 하니까 그러면 올해는 수확을 하려고 애쓰지 말고

             나무를 우선 회복 시키는게 우선인 것 같다시며 요즘은 복합 비료를 전혀하지 않는

             추세이지만  경험에 비추어보니 나무가 약하면 회복시키려면 약간의 비료를 주는게

             나무에게 부족한 요소를 체워주는 것이라하시니 경험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 싶어서

             그 아주머니가 일러 주시는대로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약을 써야 빨리 회복 되듯이...

             그렇게 이해하니 금방 이해가 되었다.

             목요일 비가 온다하니 수요일에 비료를 조금 주는게 좋겠다셔서 

             밭으로 향하던 발길을 되돌려서 일러 주시는데로 감협에 가서 유기질 비료를 신청하니

             금요일 오후에나 온다 하였다.아주머니가 나더러 밭에를 걸어 다니냐 물어서

             대개는 그렇고 좀 힘들면 택시를 탄다고 하자 어이가 없어서 웃으시면서

             농사를 지으려면 차가 필수라고 하시며 유기질 비료(골분, 어분)를 주기 전에

             복합 비료를 약하게 뿌려서 나무 수세를 튼튼하게 하는게 좋겠다셔서

             올해는 내가 우선적으로 나무가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비중에 두고 있는지라

             그 아주머니의 말이 책에서 본 이론보다 신빙성이 느껴져서

             복합비료를 조금 주기로 했는데 이런 황당한 초보 농부가 딱하고 어이없어 보였는지

             그 아주머니가 오후에 짬을 내어 농협 직매장으로 데리고 가서 복합 비료를 사 주시고

             밭에까지 실어다가 주셨다. 고맙기도 하시지.

             "황당 하지요.저같은 사람도 있답니다." 쑥쓰럽고 고마와서 몇번이고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의 고마움에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 왔다.

             농부의 마음에다가, 엄마의 마음을 두루 가지신 분이시니

             이런 친절이 가능하실거야.그분의 친절은 두고두고 갚기로하고(마음속으로)

             수요일 날은 비료를 치기로 했는데 아침에 밭으로 나서려는데 이웃에 살다가

             얼마전에 중문으로 이사간 J 엄마가 전화가 왔다.얼마전부터 도와 주겠다고 하는것을

             오늘은 혼자서 치고 금요일에 유기질 비료가 오면 그때 도움 청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이야길 듣고 당장 오겠다고 한다.

            고맙기도 해라, 이렇게 다 살아갈 방도가 생긴단 말이야....

 

          

 


             

              손수레가 필요하겠기에 철물점에 들려서 하나 사가지고 밭에 들어서니

              뒤따라 J엄마가 도착하였다.쉬엄쉬엄 꼼지락 거리면서하면

              하루종일 걸릴 일을 둘이서하니 후딱 해치웠다.

              이곳에 이사와서 몇년이 된 J엄마는 귤 따는 것도 몇번 했고

              나보다는 들은 풍월이 많아서 난 그 엄마에게서도 귀동냥 하느라 귀를 기울였다.

              9살이나 나이가 적은 엄마인데도 싹싹하고 예의 바르고,경우를 알고

              무엇보다도 나와 코드가 잘 맞아서 내가 이곳 생활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대한 기여를 한 이쁜 이웃인데 실은 밭을 이리 빨리 살 수 있었던 것도

              그 엄마 덕분이었다. J엄마가 귤밭을 사러 다니는 것을 나는 따라 다니다가

              얼결에 난 사게 되었고 그 엄마는 이차저차...아직도 못사게 된...

              그래서 귤 한번 따보지 못한 난 덜컥 밭은 사가지고 장님 문고리 만지듯 더듬대며

              헤메고 있는 셈이 되었다.어쨌튼 나의 일저르기 잘하는 성미가 또

              위력을 발휘한 셈이었다.저지르기 잘하니 깨지기도 잘하는 난...

              그래서 크고 작은 상처와 생채기들이 무수한데도...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앞으로 내달리기 잘하는 것은 잘 고쳐지지가 않으니...어쩌랴.

              이것도 이젠 팔자려니 한다.

 

 

 

             

            일을 잘 저지르니 일복이 당연히 많아서 늘 헉헉대고, 숨이 가쁜 나...

            철물점 아주머니도 손수레를 사는 나를 보고...왜그리 힘든 농사를 지을려고 하우?

            측은지심이 가득한 눈빛을 건네시는데...ㅎㅎ...

            경관 좋은 제주도 땅은 외지인, 특히나 부동산 투기꾼들의 표적이 된다하여

            부르는게 값이드만 난...농사 지어 보겠다며 발이 부르트도록 싼 땅을 찾아 헤메어서

            농사용으로는 그래도 비싼(덩달아 다 올라서) 땅이긴 하지만   

            그 이하로 싼 땅들은   내가 농사 지으러 다니기에는

             너무 조건이 안좋은 위치에 있었기에  겁도 없이 융자를 많이 안고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런 성격이서인지

             2년반에 한번 꼴로 이삿짐을 싸대며 살아 온 나이다.

             어쨌튼 난...꼭 한번은 원없이 흙을 주무르고 싶던 소망을 이루기위해 농부가 되었다.

             초보 농부의 좌충우돌 일기이지만  늘 비틀대면서도 깨어지면서도

             앞을 향해 달려오긴 했었다.

             혼자서 하루종일 걸릴 일을 둘이서 하니 속도감이 더욱 생겨서 금방 했다.

             하기야 내겐 밭이 커보여도 이곳 사람들은 장난이라 여길 정도의 밭이다.

             여자 혼자서도 몇천평을 농사짓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을 보고

             이곳 여자들의 강한 생활력을 실감하곤 한다.

             우리 밭은 천 삼백평인데 나는 대단히 커 보이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혼자 하기에 부담이 없을것 같다고 한다.

            실은 내가 제대로 된 농삿일은 처음 해보는 터라 이것도 벅차게만 느껴진다.

 

 


          

 

          비료를 치고 J엄마와 난 여유있는 시간에 오일장도 가고 하니 하루가 꽉 차게 느껴졌다.

          역시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함께하니 힘도 덜들고 일도 빨리 끝이났다.

          오후 늦게 남편이 퇴근하여 갑자기 우리밭을 도와 주실 분과 연락이 되었다고

          그분과 밭에를 가보자 한다.그동안 연락이 안되어서 생각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의사 전달이 잘 안된 모양이었다. 난 그동안 이리저리 모색하여 조금은 감이 잡혀

          안되면 혼자서 물어물어 가보리라 결심 했는데 남편 쉬는 날만 되면 밭에가자 조르는

          나때문에라도 남편이 그 성화(?)를 벗어날 요량으로 기어이(?) 그분과의 만남을

          성사 시킨것 같다. 남편은 어미의 모성애도 모르고,

         기르는 것의 철학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난 농부는 초보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 외경심을 느끼고

         그 어떤 생명이든 사랑과 관심이 가장 큰 생장 요소라는 것을

         체험해 왔기에 농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지는 우리들의 모태이다.그 대지에 외경심을 가지고 대해야지

         인간의 욕심만으로 접근하면 재앙이 된다는 것을 난 느낄 수 있다.

          어쨌튼 나도 너무나 모르기에 경험자의 도움을 밭아가며 하는 것이

         나무를 위한 것이라 판단 했기에 그 분이 밭에 가보고

         우리밭의 절반 이상이 극조생(일찍 수확하는 것)라고 말하여서 깜짝 놀랐다.

         장님격인 난 극조생 나무가 조생나무보다 약해 보이기에

         영양 실조인 줄 알고 "애들아,이제부터는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해."하고

         안타깝게 속삭였는데 극조생은 조생보다도 약하기 쉽다한다.

         그리고 나뭇잎들이 노르팅팅한 것은 작년에 많이 열렸으면 나무가 힘이 들어서

        그렇지 병든 것이 아니라 한다. 휴~~병이 아니니 다행이지만

        열매를 많이 맺은 에미 심정을 내 아느니...얼마나 기력이 달리겠느냐.

        올해는 열매는 작게 맺드라도 튼튼하게 회복하도록 하거라.

        도우미 아저씨에게 귤나무에 대해서 실전 교육을 받기로 합의하니 일단은 안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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