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서 가구당 세그루씩 나누어 주는 유실수를 며칠전부터 대기하고 있다가
신청하라는 10시를 기다렸다가 했는데도 쓰는 사이 순번이 37번이 되었다.
아랫층에 살던 친한 이웃J네가 우리 준다고 신청해서 합이 여섯그루에다가
앞집도 신청했는데 야생화만 갖고 나무는 우리를 주어서 여덟 그루가 되었다.
매화 세그루,애기사과 세그루, 감나무 두그루...
거기다가 지난해 우리집 옆 개울에 있던 산수국이 장마철에 뿌리가 절반은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마침 밭을 사는 바람에
봄에 옮겨 오리라 작심하고 있던터라 그것까지 합하고 보니
나무가 커서 도저히 차로는 갈 수가 없기에 손수레에 싣고 나르기로 했다.
남편 쉬는 일요일...나무를 한아름이나 집에다 갖다 논 것을 보고 이미 남편은
사태 파악을 했으리라.
넌즈시...낚시 안가시냐고 물어 보니 대답이 없다.
차마 혼자 낚시 간단 말이 입밖에 못 나오시겠지.^^
남푠,엄처시하에서 살아남는 길은?
스스로 터득하라고 잔소리를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잔소리하는 자신이 더 피곤하기에...)
시속 굼뱅이 속도라서 내 속이 은근히 탄다.
아침부터..."엄마랑 농장에 갈 사람...가기 싫은 사람은 안가도 돼...
가면 삼겹살도 구워주고,컵라면도 사주고(이때는 라면 허용) 과자도 사 주고..."
안가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데...뉘라고 감히...도전을 하겠는가?
매 맞고 할래? 좋은 말 할때 그냥 할래? 이 식이니...
큰 아이는 학교 포스터니 글짓기니 할게 많다며 갈등 하다가...혼자 남기 싫다고 따라 나서고
남편 눈치보며(자발적으로 가잔 소리 나오길 바래서) 시간을 끌다보니
11시가 넘어서려하니 그제서야 남편...빨리 안가냐 묻는다.
참...나...아침 일찍 그 소리하면 100점이겠구만...
벌써부터 차랑 먹을것 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지요.
쫒겨나고 싶은 동포들은 없는가부다며 나서면서도 다음번에는 아침 일찍
서두르는 남편을 기대해도 될려나...
아이들과 쉬엄쉬엄 걸어오니 농장까지 한시간이 걸렸다.
나무가 꽤나 묵직해서 남편과 번갈아가며 끌고 오는데 팔이 뻐근하니까
남편 인상 쓰며..."즐거운 마음으로 해~"하고 내가 할 말을 선수 친다.^^
일이 힘들어도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스트레스가 없는데
남편이 변해가는 농장을 보면서 나처럼 시간만 나면 가고 싶어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꾸로 남편이 농사짓고 싶어하고 내가 마지못해 따라 나선다면 어땠을까...
나무들을 담벼락 주변으로 심어놓고 지난번에 남편과 고르어 두었던 땅에
씨앗들을 뿌렸다.아이들도 참여해서 흥미를 가지라고 밭을 작게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책임을 맡겼더니 그것도 일손이 더는 것 같다.
특히 남편이 일을 하면 꼼꼼하지는 않지만 성큼성큼 빨리 해치우기때문에
일이 한결 수월하기에 역시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이다.
내가 혼자하면 꼼꼼하여 진도가 빨리 안나가는 편이다.
지난 가을 산 마늘이 싹이 올라 오기에 한번 심어 보기로 했다.생전 처음이라
그냥 무조건 땅속에다가 묻는 식인데 지금 심어서 될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씨앗들도 처음에는 구멍을 파서 하나 하나 넣다가 나중에는 흩뿌리고 흙을 덮었다.
남편은 흙위에다가 씨앗을 뿌리고 쇠스랑으로 긁어 주라는데
내 생각엔 씨앗들이 흙속에 묻혀히지 않는 것이 있을까봐 일일이 흙을 위에다가 덮었다.
둘다 모르는 것이니 장님 문고리 더듬는 격이지만 내 생각엔 시간이 걸려도
꼼꼼히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하면 뒷 탈이 없다는 생각이다.
나와 남편은 밭을 씨앗 뿌리기 좋게 고르고, 아이들은 씨앗을 뿌렸다.
예인이는 적상추를. 예지는 열무를,예슬이는 얼갈이를, 나는 마늘을 심었다.
남은 쑥갓, 키커리, 도라지, 오이, 호박은 내가 나중에 뿌리기로 하고...
모종이 나오면 고추와 토마토도 심어 볼 생각이다.
우선 우리집 먹을 것만이라도 심어볼 생각이다.
농사는 하늘이 지어주는 것이라 하는데 햇볕과 적당한 비가 내려서 잘 되기를 바라며...
나무를 심기위해 무너진 담벼락을 정리하는데 돌 밑에서 아기뱀이 잠자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 을씨년스럽고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주변을 보니
저 속에 뱀이 우글거릴것 같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은 자기는 무서우니
사람사서 정리하라 하였는데 나도 실은 미리부터 뱀을 보게 될까봐
지렁이같은 뱀새끼들이 우굴거리는 꿈까지 꾼적이 있었는데
농부가 되겠다고 맘 먹은 사람이 그렇게 온갖 것을 무서워하면 어찌 농부가 되겠냐며
마음속의 두려움을 떨치고자 다짐에 다짐을 했더니 뱀이 나와도 두렵거나
당황하지 않을 담력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그런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씩씩하게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내가 눈이 나빠서 잘 못보았는지
(내가 못 보았을 확률이 많을 것 같다.)
신경을 안써서 그랬는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뱀을 만나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에야 비얌! 을 만난 것이다.
처음에는 남편이 장난하는 줄 알고 큰 지렁일거야 했는데 자세히 보니 세모 머리가 보인다.
까만색인 것을 보니 모르긴 하지만 독사 종류 아닐까 싶은데...
아무리 공존 공생이라지만 저 뱀이 커서 나와 아이들 해칠가봐
남편에게 살생(?)해 달라고 부탁했다.지렁이는 칙사 대접하는데...
비얌, 너와는 공생이 싫어.
뱀엄마와 그 일가 친척들이 떼로 몰려와서 복수혈전을 펼칠까 겁나기도 하지만
나도 이젠 전투사처럼 갑옷을 단단히 둘렀으니 그럴 때가 오더라도 당차게 물리 쳐야지.
나도 내 아이들을 지켜야만 하는 엄마라서 어쩔수 없다구.
2005.3.21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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