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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글

반디농장 회원님께

by 농부김영란 2023. 10. 15.

 

반디농장 회원님께 ^^

그~ 무덥던 더위도 이겨내고,

그~ 지루하고 꿉꿉하던 긴 장마도 이겨내고...

드디어~ 반디농장 유기농 귤이 가열차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한달 후면...우리 반디농장 회원님들께 웃으며 인사 드리러 갈거예요.

 

기인 코로나 세월을 이겨내고,

온갖 기후 재난과 혼돈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 내가고 있는, 우리들 못지않게...

귤나무들도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기후 환경이 너무나 광폭해지는 것을 농부는 두려움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귤나무들은 온 몸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생명의 먹거리 한알 한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힘든 시절일수록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잘 지키면,

또 좋은 날을 기약 할 수 있지요.

매일,  하루 하루...건강과 행복을 만들고, 누리는 것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나가는 힘일 것 같아요.

 

귤이 감당해야 하는 온갖 고생은 다하였는데,

다행이 올해는 태풍은 참아 주었습니다.

(귤나무도 저도 태풍에게까지 치도곤을 얻어 맞았으면

아마도 쓰러져서...일어나기 싫었을거예요.^^

나는...이제 유기농 농부하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래~ 이런 심정. )

 

저도 지난해와 올해를 건너 오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잘못된 인증제도에게까지 피해 당하고...

가슴이 너덜해진 지난해를 건너온 저는...올해를...추스리느라고...

저를 많이 다독거렸습니다.

 

저는 지난해 인증을 회복 했습니다만 제 가슴은 피멍이 들었습니다.

부조리와,  불합리와,  공권력과, 힘과 맞서서,

홀로, 일개 농부가, 싸워서 이긴다는 것은 전례 없었던 일이라...

저는 결백을 밝히고, 부당함을 바로 잡는데 지난해와 올해를 보냈습니다.

저의 일이기도 하고, 친환경 농부들 모두가 겪는 부당함을 바로 잡는게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친환경 농부 귀한 줄 모르는 행정과 몰지각을 직면하니,

저는 그냥 주저앉아서 포기하고, 당하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유기농 귤만 20여년 생산하던 농부의 자존심을 걸고서...

유기농 유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인증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악용하는 일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떨치고 일어났고, 당당하게 싸웠고, 부당함을 밝혔고,

인증을 회복했고, 친환경 농정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여 태풍을 불러 일으키듯,

저의 목소리가 잘못된 제도의 희생양이 된 친환경 농부들을 구제하기를 바랬습니다.

제도가 많이 바뀐다고 행정이 액션을 취하고는 있는데...

지켜 봐야겠습니다.

 

그 누군가가 산화해야만...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게 저였기에 감당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만신창이가 된 느낌) 

 

유기농사의 가치를 아시는 우리 반디 회원님들.

저와 함께 해주신 그간의 세월이 고맙습니다.

그 의리(^^)를 생각해서라도...저는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왔습니다.

 

철옹성 행정과 싸우느라고 제가 많이 경직 되었었는데 조금씩 풀어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반디귤나무들도 의연하게 그 모든 시련을 잘 감당하고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귤농부는 귤빛으로 가을의 깊이를 가늠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귤빛이 노란 빛을 띄고 있습니다.

가을 영양제 햇살을 듬뿍 품고 있습니다.

올해도...기특한 귤이 맛있기까지 할 것 같습니다.^^

생명의 열매 한알 한 알이 보약이 되어 줄 것입니다.

 

우리 반디 회원님.

이제 다음달이면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반디유기농귤이 인사 드리러 갈거예요.

저는 귤안에 제 마음도 담습니다.

우리  반디 유기농귤로서 올 겨울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 보아요.

 

마음 수양을 그림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석사의 목어를 그리면서 천연의 향기를 맡으면서 저를 다독여주었습니다.

이제, 다시 기운이 모이고 있습니다.

 

 

 

귤밭도 가을 햇살을 더 모으고 지열을 높이기 위해서 깔끔히 이발하고,

수확을 위해서 신발 끈을 서서히 동여매고 있습니다.

남편과 저, 지난해 인증 문제로 몸과 마음고생 엄청 많았습니다.

나라에서 공로상을 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스스로 잘하고  있는 유기농부에게

양잿물을 끼얹고도  사과도, 보상도 없으니...

이 나라 행정가들과 정치인들에게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제가 아이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저라도...바로 서 있도록...늘...성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