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온통 코로나19에 지배돼 시간이 다 간다. 공상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들이 현실이 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거나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우리들은 나름 질서를 찾아가고 대응방법에 적응해 가고 있다.
기계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을 다 하고, 사람들이 우주행성에서 생활하는 외계인처럼 산소마스크를 쓰고, 오염된 지구가 살 수 없는 폐허가 돼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살고 있는 공상과학영화는 재미로 보는 영화일 뿐이었는데, 이제 바로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2050년쯤에나 올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는 상상 속에서 보던 풍경이 이제 바로 가까이 다가올 미래라는 자각도 하게 했다. 코로나19는 2030년 어느 날로 공간이동한 느낌이 들게 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불시착해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웠다. 쓰나미처럼 몰려온 미래 어느 날이, 2020년이었다.
새로운 질서와 신세계가 펼쳐졌다. 서서히 적응해 가던 변화에 선택의 여지없이 동참해 재빨리 적응해야만 한다. 세상변화에 둔감하던 나도, 이제 신세계에 적응해서 살아낼 새판을 짜야 할 것 같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며 너스레를 떨던 나도 이번에는 무슨 전(戰)을 겪고 있는 거지? 아리송하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생각을 정리해보면...“죽느냐, 사느냐, 고것이 문제로다!” 기계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을 거의 모두 대행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하지만, 단순한 농부머리로 살길을 모색해 보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은 먹어야 산다’로 귀결한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기계와 로봇이 대행할 수도 있지만 로봇을 지시하는 것은 사람이 하겠지. (그 정도까지만 로봇을 만들기를...사람이 기계에 지배되는 날은 원치 않는다.)
비대면, 온라인 사회로의 전환은 이미 적응돼 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온라인 상점이 번창하겠구나, 농부인 내가 살길은 온라인 상점을 개설해 건강한 먹거리를 팔아야겠구나, 혼자 못하면 몇 사람이 함께 온라인마켓을 열어서 팔아야겠구나. 지금 쿠팡이라는 회사가 비대면 사회에서 번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나보다. 우리 농부들도 각자 온라인마켓 하나씩 개설해 직거래를 일상화해야 할 것 같다.
2030년에 겪었을 법한 일들을 2020년에서 일부 경험했으니 이제부터는 새로운 세계에 잘 적응해 사는 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혼비백산했지만 또 살아낼 방법을 찾게 되겠지. 변화의 시대, 격동기를 고스란히 겪으면서 적응하기에도 바빠서 늘 헉헉대며 살았는데, 이제는 서서히 적응이 아니라 우주로켓을 타고 살아야 하는 스릴을 맛봐야 하는가 보다.
“아~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2030년 어느 날, 나는 또 잘 살아내서 2040년 우주선 열차에 탑승권을 끊을까? 아무리 아무리 세상이 변해가도 나는 매일 행복하게 사는 법을 고심하게 될 것이다. 2021년을 2030년처럼 맞으면서 나는 희망을 말하는 농부로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