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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4차귤 보내고(2019년을 마감하며)

by 농부김영란 2020. 1. 1.




귤농부의 시계는 단순하다.

비 오는 날과

비오지 않는 날.


귤 따는 날과 귤 못 따는 날.


비오지 않으면 부지런히 귤을 따야한다.

내내 초가을처럼 더워서 언제 한파가 올까 싶었지만

경험상 연말즈음에는 꼭 간담이 서늘하게 추워지는 날이 있었다.

너무 일찍 귤을 따 내려도 귤맛이 덜 들었고

마냥 미루자니...언제 얼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날씨만 살핀다.

외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가늠한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수확과 배송.

하루도 쉬지 못해서 남편과 큰언니, 나는  모두 파김치가 되었다.

지난해 함께하던 애기농부 예지는 세상공부를 더하라고 내보냈다.

부모의 뜻으로 사는 인생에는 미련과 후회가 스밀터라...

너른 세상에서 너의 맘 가는대로 경험해 보는 것이

후회가 적은 삶이 될것이란 깨달음이 와서다.

자식이 고생할까봐 안전판을 마련해주고자 부모는 도모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터라...

삶에서 부딯히는 모든 것들이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하고, 살아내어야 소중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에 예지가 며칠 휴가내고 돌아와서 도와주니까 구세주를 만난 듯.

몹시 지쳐 있을 때...며칠간의 도움은 아주 크게 느껴졌다.

매일 함께 했으면 ...무언가 많이...엉켜서 ...힘들어졌을 시점인데...

종종 보는게...좋은 사이가 되는 것 같다.^^


주중에 크리스마스와 1월 1일이 끼여서

연말연시 택배가 대란이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주간에 월요일 오전에 부친 택배가 금요일 도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1월1일 낀 이번주는 일요일에 택배를 시작한다고 했다.

4차귤을 내보내는 시간이 적당치 않아서 일요일에 택배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일요일 비, 월요일 오전까지 비예보가 잡혔다.


비,비,비...

머리가 뜨거워졌다.

택배운송장을 집에서 빼다가 에러가 나면 고치는데  해결을 잘 못하는 컴맹인지라

(컴 고치는 해결능력 부족) 운송장은 아예 우체국 가서 빼 가지고 온다.

일요일 아침에 운송장을 우체국 가서 빼고나서

비가 내린다는데 혹시 뚜껑 있는 탑차가 잠깐 와서 픽업해 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비가 오면 비닐포장을 씌워서 오곤 했지만 나르면서 젖고,

비닐포장을 씌우고 여간 난감한게 아니었다.

농장에서 우체국까지 가야하는 길이 천리길 고행이나 마찬가지이기에

택배차가 즐비하게 서 있기에(일요일이라 픽업을 안하는 듯)

뚜껑있는 탑차를 요청해 보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규정을 들먹이면서...탑차 배송을 하는 업체는 연간 만개이상의 배송을 한단다.(아니더구만~)

너 사정이니 너가 알아서 하라는 식.

게다가 싫으면 딴데 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울컥!!!!!

모든 상황이 초긴장 상황이라 몹시 예민해 있는데다가

이런식으로 말하니까 뚜껑이 확~~ 열린다.

뭐라고...딴데 가라고...

10년 단골한테...뭐가 어쩌~~~~~

월급 받는 사람들은 자기 규정에만 맞추면 되니

이런 말이 쉽게 나오지...

자영업자들은 고객을 위해서라면 모든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나이 많은 직원이 이렇게 말해서 나와 설전을 벌이니까

옆에서 팀장이 미안하다는 눈짓을 보내는데 나는 참느라고 표정이 굳었다.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지만 갑질하는 직원에게 마구 퍼댈 수도 없다.

순간 딴데로 가야하나? 하는 생각 들었지만 다른 업체들 다 다녀 봤는데

그래도 우체국이 파손사고가 가장 적어서 실어다 주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는데

이렇게 비가 올 때는 아주 난감하다.

우체국이 잘못 한 건 아니고, 저 나이많은 직원이 배려하지 않는 말을 해서 화가 났는데

그 화를 쏟아내면 나중에 어떻게 되나~.이런 생각에

꾹 참고 돌아 왔는데도 화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월급쟁이들은 참 좋겠다.

어떻게든 시간을 떼우면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자영업자들은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다행이 비가 부슬부슬...세차게는 내리지 않아서

비옷을 입고 트럭에 실어서 포장해서 두번 날랐다.

그리고 나니 세차게 비가 왔다.

절반이라도 보내고 나니....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렇게 4차를 내 보냈다.


귤이 우리 회원님께 도착하기까지...

택배 과정도 전쟁이다.

때로는 눈물과 한숨이 서리기도 하는 과정.

이런 과정을 15년을 했으니...나도...끈기있는 사람이다.

나 스스로 칭찬하고 위로하며 한 해를 마감한다.


해가 가는지, 오는지도 감이 없고

오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영하로 내려가나

날씨만 살피는 겨울이다.

앞집 담벼락에 활짝 핀 애기동백이 보아 달라고 웃고 있지만

나는 그옆에 흰동백 피기만을 기다린다.

흰동백 필때 쯤...일이 얼추 끝나니까~~~


아직도 믿음밭 귤은 수확을 손도 못댔다.

이 귤이 고스란히 남을 것 같은데...

어쩌지? 판매의 고민까지 무게를 더한다.


믿음밭귤 500여상자 귤 남습니다.

4차로 끝나는 회원님들 추가 주문 가능합니다.

설 선물로 싱싱한 유기농귤 선물해 주세요~

한겨울 제철 과일이 최고의 먹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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