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다

일상의 소중함

by 농부김영란 2019. 1. 28.




밤 낮으로 일을 해내야 했던 지난 겨울,

나를 단순화 시켜 내 앞에 놓인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낮에 할일은 수확과 택배,

밤에 해야 할 일은 택배 주소 작업.

예전보다도 많은 일이 아닌 데도, 몸과 머리의 용량이 점점 줄어 들어서 감당하는게 버거웠다.

몸으로 하는 일은 많이 줄였는데

머리로 하는 작업은 내가 아니면 안되는 부분(고객관리)이 있어서

낮일 하고 와서 밤에도 작업을 하곤 하니 피로가 더욱 누적 되었다.

한두해 하는 일이 아니었는데도 빠른 템포로 가동해야하는 머리가 슬로우 슬로우(slow)...

아~ 이래서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 은퇴 시기가 왜 이 시기인지 공감이 갔다.

내 몸이 하던 일도, 내 머리가 하던 일도 절반으로 줄여야만 하는 이유를 절감했다.

80세까지 일 하려고 농부를 선택했으니, 일을 접지는 않아도

하던 일을 과감하게 절반 이하로 줄여야만 한다는 소리가

내 안에서 함성이 되어 휘감았다.

멈추지 못하여 쓰러지는 것을 주변에서도 종종 보게 되어서

더욱 진지한 결의를 다지게 되는 시점이다.

고지가 저긴데...하는 시점에 오면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탈이 날 때가 많다.

정신과 몸을 긴장으로 지켜내야만 안전하게 일을 마치는데

긴장이 풀리면 몸이 무너져 내리면서 탈이 나기 시작한다.


긴장이 풀린 결정적 계기는 있었다.

임용고시를 몇년째 준비하고 있는 예슬이의 불합격 소식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예슬이도, 엄마인 나도 고지가 바로 저긴데~ 하는 시점에서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

가장 힘든 것은 아이일텐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치열함도, 간절함도, 극한 인내도 2% 부족했던 점이 실패의 요인일텐데...

타성에 빠진게 아닌가? 그런 질책이 입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을 견디려니

이빨 전체가 다 흔들렸다.충치 이빨이 아픈게 아니고

온전하던 이빨 전체가 잇몸과 분리된 듯, 들떠서 음식을 씹을 수가 없는 경험.

결국에는 자책이 나에게로 향했다.

부족한 2%는 내 몫이었나? 이런 자책.


며칠동안 마음이 하앴다.

포기시키나? 길이 아닌가? 실패만 몇년 경험하여

성공하는 방법을  잃어 버렸나? 마음이 갈팡질팡, 우왕좌왕...

아이도 길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란이 왔을텐데...

어미마저 신념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긴 인생여정으로 보면 몇년이 무슨 대수라고...

젊은 날의 실패는 많이 할수록 자산이 되는데...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도 나도...지친 마음을 추스릴 수 없었다.

어릴때부터 몸과 마음이 유약한 아이를

엄마가 끌고 왔던게 아니었을까...

실패가 몸에 배이면 타성이 되고, 자기확신이 부족하니 매너리즘에 빠진다.

이런 생각이 아이에게로 향하니 한숨만 나왔다.



며칠 그렇게 마음이 무너진채로 지냈더니

몸 피로에다가 마음피로까지 겹쳐서인가?

머리로 대상포진이 왔다.

머리가 어디에 심하게 박은듯이 쑤시고

정수리로 안의 열이 출구를 찾아 쏟아져 나오듯이 수포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곤하고  머리가 뜨겁더니 이런 현상이 왔다.

처음에는 언제 머리를 어디에 박은걸까~ 기억해봐도 생각이 안나서

오른쪽 발의 통증이 머리로 이동했나? 이러면서 며칠을 보냈다.

몸의 소리에 둔하고 인색한 나는 머리에 수포가 마구 돋아 나는 것을 보고야

혹시 대상포진이 아닌가 하고 검색해보니

머리로 오는 대상포진인 것 같아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몇년전 주변 지인이 대상포진이 발단이 되어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도 본지라

대상포진, 더구나 머리로 왔으니 긴장이 되었다.


아~~~

갑자기 몸에 경고가 강하게 오니

아이의 시험탈락은 별일 아닌거로 생각이 되었다.

그깟, 시험 떨어진거 가지고, 뭘!

칠전팔기란 말이 왜 있겠어.

포기만 안하면 꿈을 이룰수가 있어.

많이 떨어지고, 많이 실패 하고, 많이 고뇌한 경험이

앞으로 주어질 삶에서 소중한 자산이 되어 줄텐데...

살아보니 세상에 허튼 경험이란 없었다.

내 그늘아래 있을 때 멀리 보고 준비하거라~"하던

내 각오가 다시 돌아왔다.

거북이가 속도가 느려도 토끼를 이긴 우화도 있지 않은가?

긴 인생길, 나도 젊은 날 많이 방황한 것이

나이 들어서보니 자산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던가?

대상포진에 혼비백산했던 내 마음도 평정을 되찾았다.

강력한 경고를 보내준 내 몸에게 감사했다.

달리지 않아도, 천천히, 쉼없이, 꾸준히 가다보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다.

가다가도 몇번이나 복병을 만날텐데,

소중하게 이루어야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견디어 낼 것이다.

아픈 날이 있어야, 아프지 않은 날들에 감사하게 된다.

아프지 않고 맞는 화창한 날에 행복 할 수 있다.


내 젊은 날이 꿈때문에 온통 아팠기에

지금의 내가 이룬 작은 행복들이 소중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길을 만들어서 꿋꿋이 걸어 올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젊은 날, 꿈을 못 이루고 방황을 많이 했던 경험이

나이 들어서 보니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던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아이의 불합격도, 나의 대상포진도 긴 인생에서 보면

나를 다시 가다듬고 돌아 보라는 준엄한 삶의 충고이다.

삶에 겸손할 수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

어렵게 이룬 것이 소중하다.

내가 유기농농부의 길에서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젊은 날 고뇌하고 아팠던 경험이 있었기에

평범하고, 작은 일상을 소중하고 더 감사하게 되었다.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고기 잡는 법을 일러 주리라던

내 결심을 다시 한번 더 가다듬어 본다.


예슬아, 엄마가 기다려줄게.

믿어줄게.

너 스스로 떨치고 일어서거라.

어렵게, 힘들게 얻어야만 될 길이 선생님이 되는 길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사람이므로

더더구나, 많이 지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다.

나도 선생님의 엄마가 될 자격을 가다듬을게.


아프고나서 맞는 오늘 새날이 소중하다.

거듭된 실패를, 아픔을 드러내는 용기는

새로 출발하고자 하는 각오 때문이다.

자~~~오늘부터 새출발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일상의 기적 -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 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리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 없구나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지금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는 등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뒤라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동안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지금, 감사를 느끼고 계시는지? 
 
 
우리들이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안구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라고 하니 
 
눈 두개를 갈아 끼우려면 2억이 들고  
 
 
 신장 바꾸는 데는 
 
 3천만원, 
 
 
심장 바꾸는 데는  
 
5억원, 
 
 
간 이식 하는 데는 
 
7천만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끼워 넣으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지금! 
 
두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몸에 51억원이 넘는 
 
재산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도로 한 가운데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훌륭한 두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기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호흡기를 쓰면 
 
한 시간에 36만원을 내야 한다니 
 
 
눈, 코, 입 다 가지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공기를  
 
공짜로 마시고 있다면 
 
하루에 860만원씩 버는 샘입니다. 
 
 
우리들은 51억짜리 몸에 
 
하루에 860만원씩  
 
공짜로 받을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욕심 때문이겠지요.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쁨이 없고, 
 
기쁨이 없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정상에 
 
이미 올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잎 클로버는 행복! 
 
네잎 클로버는 행운? 
 
 
행복하면 되지  
 
행운까지 바란다면 그 또한 욕심이겠지요. 
 
 
오늘부터 
 
지금부터 
 
숨 쉴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으로 하는 기도(길 꽃밭 정리하기)  (0) 2019.04.03
2월, 休  (0) 2019.02.22
2018년산 귤축제를 감사히 마감합니다.  (0) 2019.01.22
반디귤 댓글 선물 이벤트 발표  (0) 2018.12.28
개가족  (0) 201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