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었다.혼자이고 싶었다. 고독해지고도 싶었다.
내안을 깊이있게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다.
겨우내내 봄내내 귤밭을 벗어나지 못했고
고사리철에도 고사리도 못 꺾고, 쪽빛바다가 무슨색으로 변해있는지 확인해보고도 싶었다.
여름을 맞이하는 바다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느끼고도 싶었다.
한여름새 뻐꾸기가 며칠전서부터 머리맡에서 여름이 왔다고 울어대는대도
여전히 귤밭일은 돌아서면 다음 일이 기다려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일탈이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하루쯤 앞뒤로 일을 재게 해놓고 나서 봄직도 한데
계획성 있는 남편이 요즘은 일중독 증상을 보이는터라(드디어 불이 붙었다)
일을 뒤로하고 올레 나서자는 명분이 통하지 않았다.사실 누가 해주는 이 없으니
일이 뒤로 밀려 버리면 마음마저 부대끼는지라 만사 젖히고 일은 보일때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일 말고도 다른것을 채워야만 굴러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넌즈시 알려보지만...
수요일 두밭 소독하고 목요일까지 내쳐 소독하고나면...하루 쉰다는 핑계로
오랫만에 개장하는 토요일 올레를 나서보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더랬다.
그런데 예보에도 없던 비가 목요일 주룩주룩 ...소독못할만큼 비가 와서
금요일 귀농귀촌팀 수료식이라 참석하라고해서 하루해가 가버리고...
토요일은 무슨일이 있어도 남은 밭을 소독해야만 일이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토요일 올레20코스 개장일이다.
내가 일년중에 올레를 떠나는 날은 개장일과 간세다리 정모일이다.
그 핑계로 길을 나서 보는 것이다.
귤밭을 벗어나서 제주도의 자연을 느껴보기도 하고,사람도 구경하고
걸으면서 내안의 부유물들을 걷어내기도 한다.
때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보내기도 하지만
걷는 일은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여
나는 올레를 빙자하여 길을 나서본다.
나다워지려면 나와의 대화시간을 제대로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걸을 때면 사노라고 흩어져 있던 마음들을 한 곳으로 모아 들일 수가 있었다.
올레개장일이라 오늘 아니면 못할 일의 범주에 넣고나니
도망치듯 일을 뒤로하고 올레를 떠날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올레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냥 눈에 걸리는 풍경을
휘리리릭 지나가면서 카메라에 담았다.
코스 설명도, 풍경 설명도 없이
그림만으로 느껴 보시기를 바란다.
30만원짜리 삼성디카가 활약 잘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너무 멋진 카메라들에 살짝 주눅들뻔 했는데
이 정도만 표현해주어도 만족이다.
역시 영상시대이다. 말로 표현안해도 좋으니...
제주올레 20코스는 김녕해수욕장에서 제주해녀박물관까지 16.5km
하늘로 놓인 다리
감자꽃 피는 계절
마늘밭, 태양아래 그들은 일하고 우리는 걸었다.
하~
유리창에 비친...
친구? 모녀?
감자밭
돌로 만든 올레 표시
인동초꽃(금은화라고도 함)
엉겅퀴꽃
화산돌, 바람 많은 제주도...그곳에 삶을 일군 사람들
5살 그녀가 올레16코스를 완주중이란다.
흙보다 돌이 많은 땅...옥토를 만들다,
문주란과 선인장,그리고 올레이정표 리본
올레가 멋스런 집도 들여다보고...
종점 세화리 해녀박물관이 멀리 보인다.
발바닥 불 붓기 직전.
간세다리로 쉬멍 놀멍 먹으멍 걸어왔더니
맨 꼴지로 도착...일부만 남아서 뒷풀이(^^) 하고 있다.
발바닥은 화끈거려도 마음엔 어느사이 옥빛바다가 들어와
말갛게 내안을 씻어 내려 주었다.
이래서 올레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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