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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 2 (거듭나기)

by 농부김영란 2004. 10. 31.

왕언니 선배님의 "인간 마루타가 되어"라는 구호에 나도 힘입어

기염을 토하며 시작했던 살빼기 작전의 걷기 운동이 이제 두달이 다 되어간다.

9월부터 시작했으나 그 사이 처음에는 운동에 익숙치 않아

포기와 진행의 갈등으로 제대로 못한 것과, 중간에 약간의 슬럼프 기간이 있어서(열흘정도)

제대로 실천 한것은 거의 절반 정도였던것 같다.

100일 작전이었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120일로 늘려 잡아서 올 연말까지

10kg감량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현재 5kg감량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1kg정도는 한끼 식사로도 오르락 내리락이니 4kg정도는 감량한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중간 점검을 한번 해보고

다시금 나를 추스려서 목표 도달해볼까 싶어서 글로 남겨둔다.

 

요란하게도 사방에 선전포고하듯이 널리 알리고 시작했던 것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듯 싶다.

운동에 있어서 거의 난생 처음 이렇게 열을 올리는 몸치인지라

이렇게 공식선언 없이 혼자 했었다면 아마도 벌써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을지도 모르기때문이다.

결혼전까지는 다이어트가 별로 필요없는 체질이었던지

살을 의식하며 음식 조절한 기억이 없었고 결혼후 아이낳고 퉁퉁부은 살이

내게서 자리잡고 아예 평생 눌러살 요량으로 10년동안 나와 동거를 했던 동안에도

난 나를 합리화 시키려고만 했지 살을 빼려고 음식 조절이나 운동은 거의 해보지를 않았던 것이다.

 

"아가씨도 아닌 아줌마가 오히려 빼빼 말라서 빈약해 보이는 것보다는

인격도 있어 보이고(?) 마음도 넉넉해 보이는 외모가 더 낫지~"

이런 근거없는 합리화까지 만들어서 내 살을 정당화 시키며 살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 살의 피해가 외관상만이 아닌 건강상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을

내 몸이 반란을 일으키며 신호를 보내는지라 나도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그런 패해를 감지하면서도 살빼기 작전을 지속적으로 실천 못한

의지 박약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4번의 개복 수술 휴유증과 결코 건강해서 우람한것이 아닌

속빈 강정같이 기력은 없고, 지방질의 살만 축적된 내 몸이 내게 수없이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돌이킬수 없는 상태가 되기전에 아우성을 치는 것을 스스로도 감지할수 있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수년전부터 느껴오던 터이라...

나도 비장한 각오로 우선 살빼기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기에

두달동안의 내 걷기 운동은 운동이 아니라 몸부림에 가깝다고해도 될듯하다.

 

몸이 무거우니 점점 움직이는게 싫었고,

움직이기 싫으니 건강에 좋은 음식 만들기도 대충하고

인스턴트 안좋은 줄 알면서도 귀찮다는 핑계로 수시로 먹게되고,

칼로리는 높은데 양양 균형은 맞지않는 간편 음식들을 장기간 공급하다보니

몸의 산성화로 내 몸이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었던 것을

뒤늦게 내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느끼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감기 한번 걸리면 한달은 초죽음이 될 정도로 휘둘리기 일쑤였고,

그러기를 일년에 몇번씩이나 하는 상황....

 

건강이 기울면서 내 의지력과 정신력도 무력해짐을 느낄수가 있었다.

날이 궂으면 몸이 몽둥이로 맞은듯 욱신거리고

세포 하나하나 콕콕 쑤시며 궐기하는것 같고...

떨치고 일어나려해도 마음뿐이지 몸이 말을 들어 주지 않는 심각한 상황을 자주 경험 했었다.

그래서 5월에 이곳 제주도에 이사와서 여름까지 비가 많이 오고 습도가 높아서

그 아름다운 풍광에도 불구하고...난 몸이 솜에 물먹인듯이 무거워서

조금씩 우울해지고 있었었다.

 

내겐...그 어떤 개혁보다도 내 몸을 개선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였음에도

입운동, 숨쉬기 운동 외에는 운동에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었지만

더이상 피해서는 그 어떤 심각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일던차에

왕언니님의 우렁찬(?) 구호에 나도 떨치고 일어나게 되었다.

 

엉덩이와 허벅지, 복부에 집중된 살때문에 처음에는 걷기 운동조차도 쉬운게 아니었다.

내가 줄넘기를 하려면 두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기를 거부한다고 표현했던 것이 허언이 아니다.

사뿐 사뿐 걷는것은 마음뿐이고 몸은 뻣뻣한 두다리가 간신히 힘겨운 기중기 역활을 하느라

걷기운동 보름까지는 두다리가 얼얼하고 발바닥은 불이 나는듯 화끈거리고

심지어 발가락은 물집까지 생겼었다.

뛰는것은 꿈조차 꿀수없이 한번 뛰는 흉내를 내어보니 무릎이 아프고 숨이차서

도저히 뛰는 것은 할수도 없었다.

걷기조차도 400m 운동장 몇바퀴 돌고나면 거친 숨소리가 옆 사람들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런 나도 물찬 제비같이 날렵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마음은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려가고 싶지만

몸은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하고 있었다.

온동하러 간다고 몸을 일으켜 집에서 나갈때는 왜그리 갈등이 오는지...

그냥 이대로 살래하는 달콤한 유혹이 내게 손짓을 해대는 것을 뿌리치고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나설때는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많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큰소리치며 선언한 일을 무슨 핑계를 대며 꼬리를 내린단 말인가.

하기야...그 누구도 내게 책임 추궁이나 질타를 가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 자신은 속일수 없는 일.

스스로를 옭아 매야만 했다.물러서려는 내 흐물거리는 의지에

치열하고 극한 다짐을 걷는 도중에도 내게 불어 넣어야 했다.

즐기면서 한다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처음 보름 동안의 변화중에는 다리가  얼얼하고 무릎이 욱신거리고,

얼굴까지 화끈거리고, 식욕이 더욱 왕성해지는 것을 느꼈다.

운동으로 간신히 한끼 식사량의 칼로리를 소모했는데 식욕은 두배의 음식을

요구하는것을 느껴서 나름대로 공복감을 채우기위해

야채를 듬뿍 넣은 물김치를 만들어서 수시로 먹었다.

갈증 해소와 무기질 섭취등...그리고 포만감을 어느정도 해결해주기에...

건강해지는 것과 살빼기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하는 걷기 운동이기에

식습관 개선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했다.

둘째가 꾸러기 튼튼 교실에서 건강한 식단을 근거로한 운동을 하고 있어서

마침 균형잡힌 식사에 대한 자료들을 보내와서 부모님의 협조를 요청하기에

둘째가 매일 식단 일기를 쓰는지라 균형잡힌 식사와

칼로리 높은 음식을 배제한 식단에 신경을 써야 했어서

지금까지로 보면 살이 빠지면서 요요현상이나 부작용은 느껴지지가 않는다.

 

대부분이 다이어트를 한다하면 오직 살빼기에 목표를 두기에

어떤 한가지 식품만으로 먹는다던가

아니면 아예 먹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기 일쑤인데

꾸러기 튼튼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병행하는 요법은

칼로리만 높고 영양은 불균형한 식품은 멀리하고,

균형잡힌 식사와 골고루 영양이 들어간 매끼 식사를 강조하는데

실제로 실천해보니 이상적인 다이어트 방법인 것 같다.

탄수화물 식품군은 조금 양을 줄이고, 동물성 지방질은 배제하고

식물성 단백질 식품군과 무기질이 풍부한 야채류들을 골고루...

그렇게 먹는 식사는 양적으로도 넉넉하여서 공복감이 없기에

피로하거나 먹는 것에 대한 갈증이 없었다.

오히려 체질이 조금씩 바뀌는지 회식이 있어서

동물성 지방질인 흑돼지 오겹살을 먹었더니 느끼해서 몸이 받아 들이기를 거부하였다.

 

두달동안 100% 만족한 수준의 실천은 아니었지만 식습관을 개선하면서,

뻣뻣한 몸을 극복해가면서, 순수하게 걷기 운동만으로도 살이 빠지는 것을 경험하니

기분이 한결 상쾌하고 운동 나갈때도 싫다는 느낌보다는

운동후의 상쾌감을 조금씩 즐기는 변화를 느끼니 절반의 성공은 한듯하다.

이곳에서 공개적으로 살과의 전쟁을 선언하니 이웃칼럼지기님이신

화언화우님이 관심과 격려를 주시면서 코치해주신 걷기 방법을 실천해보니

운동 효과가 더욱 좋은것 같았다. 내 몸의 한계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두팔을 가능하면 어깨 높이까지 올리려하면서 걸으니

자연히 다리 보폭도 넓어져서 배와 허벅지 근육을 당기듯 걷게되니

운동 효과가 더 큰 것을 느꼈다.

 

이렇게 서귀포의 바람을 가르며...나는 걷고 또 걸었다.

걸으면서 또 하나 내가 얻은 큰 쾌감은 정신을 집중 시킬 수가 있었다.

한가지 목표를 정하고, 마음을 모으려고 하니

어느순간 내 몸과 마음이 일치 하면서 새처럼 가볍게 걸어지는 것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다.

마음이 집중이 안되고 번잡한 생각이 많아지면 발걸음도 흔들리고 걷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고

마음을 몸과 일치시키고 하나로 일치시키면 어느순간 해탈의 경지처럼

육중한 내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들려 올려지는 것 같은 느낌.

자주 느낀것은 아니지만 그 체험이후...

그 순간의 일치를 잡기위해 가끔 시도를 해보곤 한다.

요즘은 맑은 가을날 달빛아래 비치는 풍경은 환상적인 한폭의 그림같아서 황홀할 지경이다.

운동장에는 걷기 운동 하는 사람들이 작은 축제를 이루고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비치는 주변 풍경과,감청색 투명한 하늘과,별과, 구름과, 바람...

그 모든 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충만한 요소들이다.

 

이제 내가 정한 작은 반환점에서...바야흐로 나는 운동후의 상쾌함과

운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행복 요소들을 조금씩 즐길 수가 있게 되었다.

얼마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을 보지 않고 하늘과 주변 풍경을 멀리보고 걸으니

힘도 덜 들고,살아 숨쉬는 내 심장 박동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주 오랫만에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윤동주의 서시도 떠올리며

별 총총한 서귀포 하늘 아래서...나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속삭이는 내안의 작은 소리로 감지할 수가 있다.

 

내가 정한 작은 목표 하나를 달성하게되면...

내 앞의 삶이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즐기면서 걸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산등성이 산책로임을 깨닫게 될것이고

나는 조금씩 삶의 즐거움을 음미하면서...콧노래를 부르며 살아가고 싶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는 말이 가슴에 깊이 와닿는 요즘...

나는 거듭나기에 내 열정을 다 모으고 있는 중이다.

 

 

   2004.10.31.英蘭

 

 

이 글을 올리고나서 김밥을 싸서 한라산을 다녀왔습니다.

얼마전부터 한라산을 바라보며 올해안에 한번은 꼭 가봐야지 하고

다짐하던터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갔습니다.

등산다운 등산은 결혼전 해보고 처음입니다.

처음이라 영실에서 윗새오름까지 코스를 잡았습니다.

사람으로치면 허리에서 목까지 지점이라고 표현될 것 같습니다.

백록담을 보려면 성판악에서 7-8시간 간다는 이야기에(어른 걸음으로)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인지라

다음기회로 미루고 4-5시간 걸린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이웃집에서는 9시에 출발하여  3시에 돌아 왔다는데(자가용으로)

두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쉬면서 천천히 돌아온 우리는 7시 30분에 출발하여

5시 30분에 돌아 왔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져서 길이 좁을 지경이었고

어린 아기 등산객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오름 가까이에는 한라산 천연 암반수인 물이 있어서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 주었고

윗새오름 정상에 휴게소에는 컵라면과 커피를 파는데

컵라면은 30분정도 줄을 서야 살수 있었으니(1500원) 컵라면 성업으로는 단연

우리나라 으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도 기어이(?) 기다려서 컵라면을 먹었는데 당연히 그 맛은 기다린 보람이 있었지요.^^

내려오는 길은 윗새오름에서 어리목으로 내려 왔는데

올라가는 영실에서 윗새오름까지의 코스는 조금 가파르고 숨이 차도

등산의 묘미를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풍경이 많았고

내려오는 어리목까지의 길은 조금 완만하나 풍경의 특징이 거의 비슷하였습니다.

윗새오름에서 백록담 정상까지의 길은 2년동안 휴식년제에 묶여서

지금은 갈수 없으나 내년 3월부터 다시 재개된다하니

내년 봄에는 백록담 정상까지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윗새오름 정상은 해발 1700m고지이고 백록담 정상은 남한에서 제일 높은 1950m라 합니다.

영실은 1200m 라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닌것 같습니다.

나와 둘째는 그간의 운동 덕분에 그래도 그리 힘들지 않게 갔으나

운동 부족인 남편과 허약한 막내는 많이 힘들다고 다시는 안따라 온다 하네요.

윗새오름 정상에서 헬리콥터가 물건을 실어 나르는 것을 사진 찍다가

내가 잘못 작동하여 올라 오면서 찍은 오밀조밀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다 날려 버렸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기암 괴석을 바라보며 나무들도 전형적인 고산 식물의 특징을 하여

운치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내려오는 길에서 본 풍경은 거의 비슷한 풍경이라 큰 특징이 없어서 몇개만 올려 봅니다.

내년 봄 휴식년제가 끝나는 3월에 영실에서 백록담까지의 코스로 한라산 등반을 해 보시기를 권유해 봅니다. 

날씨도 바람 한점없는 쾌청한 날씨여서 등산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으나

산은 이미 겨울 준비를 다하고 있어서 가을 단풍은 거의 볼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단풍 구경은 시월 중순 이전까지는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포토샵 글씨가 작동이 안되어 마우스로 썼더니 삐뚤빼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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