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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꽃들도 우는 날들

by 농부김영란 2023. 7. 23.

긴 장마에 모든 식물들이 녹아 내려서

징글징글하다고 도리질을 했는데...

엄청난 수해 재난 상황을 보고 아연실색...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이 일을 어째, 저 이재민들 어떻해~

갑자기 날벼락을 맞고 집도 터도 다 떠내려간 사람들 어떻해~

피할 사이도 없이 들이닥친 산사태 물벼락으로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 어떻해~

오송지하차도에 들어가서 참변 당한 사람들 어떻해~

감정이입이 되어서 며칠 가슴이 먹먹하고, 정신이 흐릿해졌다.

 

해마다 겪는 이 아수라장.

수많은 말과 대책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되풀이 되는 재난들.

 

간신히 호흡하고 있는데...

수해복구현장에 투입된 어린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서 실종되고...

(이것은 명백한 인재인데...)

나는 어떻게 살라고 울부짖던 그 엄마의 절규가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

아아~~~ 저 부모는 살아 있어도 사는게 아닐텐데...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그 귀한 우리들의 아들이 산화하고 말았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아직도 군에간 아들이 이렇게 억울하게 목숨을 잃기도 하니

아들 가진 부모가 군에 보내놓고 마음이 편하겠는가?)

.

.

멘탈이 붕괴되어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데

새내기 어린 초등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목숨까지 져버린 뉴스를 접했다.

헉~

호흡곤란~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함부로 말 하기는 아주 복잡미묘한 상황이지만,

명백한 것은 그 어린 교사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어째~ 이를 어째~~~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래도 그렇지~하나뿐인 목숨을 그렇게 버리다니...

그래야만 이 사회가 그나마 반응할 것 같아서~~~

안돼~~~~~

이건 아니지~~~~~~~~

 

선생님 직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내 아이 하나 키우기도 얼마나 벅찬데

수십명을 감당해야 하는 선생님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유별난 아이들에, 유별난 학부모에, 답답한 행정 시스템에...

가위 눌려서 이제 꿈을 가득 안고 선생님 길을 내딛은 새내기샘이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자신을 내던지고 말았다.

60평생 산 나도 아직도 이 사회가 힘든데

이제 갓 사회로 나온 새내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 사회구조는

명백히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었는가?

 

가슴이 미어지더니...

나는 급기야...담즙이 넘친듯, 입안이 소태처럼 쓰다.

지난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 있는 나는

몸에 이상 신호가 오면...조심하기로 했는데...

여러가지로 어지러운 소식과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때문에 속이 울렁거리고 있다.

이제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지만

감정이 이입되어 슬퍼지면 여전히 나는 감정조절 하느라고 힘들다.

 

꽃으로 위로하자~

 

무념무상으로 꽃으로 마음 닦아내자.

사는게 뭐라고 이렇게 아우성인가?

그냥 하루하루...잘 감당 하면서...감사하면서 살아가야지~

요즘은 꽃들도 울고 있다.

비가 와서가 아니다.

비 핑계로 우는 것이다.

 

 

무궁화도 울고

 

달팽이는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있는 동안에는 먹어야 사니

십자가를 만들어 놓고 몸을 숨기고 있는 거미는

그저 살아있음에 충실한 자연이다.

 

보호색을 입은 거미

 

사람세상은 아우성인데

자연은 늘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이 거미 다 살면 거미분양 공고를 낼까?

 

요즘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어서 비상이라는데

귀하신 꿀벌들께서는 나도생강 꽃에서 꿀과 화분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이 여름이 가고나면...

사람들은 이 재난도 다 잊어 버리고

또 무심히 살아가겠지~

이제는 부디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면서...

재난 상황을 대비했으면 좋겠다.

 

인제도, 천재도 대비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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