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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7월의 귤밭(풀과의 전쟁)

by 농부김영란 2019. 8. 5.


올해는 장마가 늦게 와서

7월 한달 내내 장마 기간이었어요.

제주도의 장마 기간은 고온다습하여

귤밭의 풀들은 제 세상이 됩니다.

일주일에 한길씩 자란다고 하면 과장인가 싶지요?

아래 사진 보세요~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요?


봄에 제가 묘목밭을 만들어서 삽목한

어린 묘목들  튼튼하게 키우려고 깨끗이 정리하고

수국,동백,허브류들 심어놓은 곳이예요.

이 풀들속에 어린 묘목들이 살아있을까요?

거름을 준 것도 아닌데, 장마철에 이만큼 자랐어요.

 서귀포는 친환경 농사 짓기가 더 어려운 곳이예요.

고온다습하니 충과 균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깡다구로 이겨나가는 서귀포유기농부...


장마 중에는 묘목 삽목하고 이식하고

장마 끝나고 풀 잡느라 전투를 하고 있어요~

이때 포기하면 백기를 드는거라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하게 되요.

귤밭은 예초기로 하나 주변과 묘목밭,

꽃밭은 모두 낫으로 호미로 풀을 제거해야해요.

귤밭은 남편이, 주변은 제가 낫으로 하고 있어요.


묘목밭(묘목 실종)












지난해 다 잡은 곳, 칡넝쿨은 하루에 20cm는 자란다.



쳐다만 보아도 뻐근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

마음 다잡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갑니다.

낫의 위력과 유기농 농부의 의지를 보아 주세요~

이순신 장군님은 나라를 구했고

유기농 농부는 지구를 구합니다.^^


























뒤돌아 보면 말끔히...이것도 성취감 크답니다.



사우나 갈 필요가 없지요.

땀 범벅일 때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은

에어컨의 시원함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그래도 한낮에는 피해야 해요.

더위 먹으면 일주일은 못 일어 납니다.

6시부터 일 시작하여 10시만 되어도 지구는 달아 오릅니다.

온 몸이 따끔 거리는게 땀띠가 온 몸을 덮었습니다.

저녁 해거름에 다시 와서 두어 시간 또 합니다.

한 낮에는 찬 물에 샤워하고 뒹굴~^^(농부의 달콤휴식)


친구가 왜 그 짓을 사서 하냐고...

땅 팔아서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근사한 카페나 하지..그럽디다.ㅎㅎ..

솔깃~^^

잠깐 생각해보는데...

도리질 합니다.

그 길은 제게 맞지 않아요.

카페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고(제주도에 카페가 포화상태입니다~)

저는 자연이 좋아서, 자연속에서 일 하는게 좋아서

유기농농부의 길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농사의 "ㄴ" 도 모르던 제가 유기농 귤농부로 15년을 내리 달려 왔습니다.

사이 사이 내 삶의 방향을 저울질 해 본 적도 있지만

저는 자연과 함께 하는게 저와 가장 맞았습니다.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니

이렇게 거친 노동을 하면서도, 삶에 매몰되지 않고 

정신을 탁하지 않게 유지 할 수가 있었어요.

쉼 없이 사유하고, 정진 하지는 않았어도

거친 욕망이 차오르는 것은 조절 할 수 있었어요.

세아이를 농사를 지어서 키워 낼 수가 있었던 것도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적당하게 적용하며 나아 왔기에

여기까지 뚜벅뚜벅 나아 올 수가 있었어요.

경제적 개념이 없었지만, 가슴이 시키는대로 선택하며 나아 왔고

지금까지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한걸음씩 진화하며 나아 왔어요.


60대를 맞으려는 시점에, 저는 또 다른 꿈 하나를 잉태하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생계에 치중하지 않고

내 가슴이 시키는대로  살아보아야겠다.

60년을 좌충우돌하면서 살아 왔는데

이제부터는 내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동안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생계의 고민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는데

내 남은 삶(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은

좀 더 나답게...

내 가슴이 시키는대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며 살아 보아야 겠다.


풀을 잡으면서

더위와 한판 승부하면서

몸과 마음이 이제서 기운이 돌아와서 나를 돌아 보는 시점입니다.

봄 내...기진해서...샘물이 솟기를 기다렸습니다.

기운이 시나브로...모였습니다.

작은 꿈이 다시 생기를 찾습니다.

이 여름.

매일 맞이하는 태양이 감사합니다.




흰부용이 피어납니다.




분홍 부용도 피어 납니다.

무궁화와 닮았으나 꽃이 더 크고 잎도 큽니다.

꽃이 늘 나를 구원합니다.





봄에 만든 묘목밭...여름 되자 이렇게...

괴물= 풀




낫으로 승부하다~

유기농부14년차의 내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