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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밭

by 농부김영란 2018. 4. 4.


농부는 땅이 생산지지요.

어부는 바다가 생산지고요.

땅도 있고 바다도 있는 제주도는  반농반어가 가능할텐데...


서귀포살이 15년째인 나는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풍경이었습니다.

태평양과 연결된(^^) 제주도 바다를 그저 옥색빛 좋아서,

파도 칠 때는 역동적이어서 보는 것으로 좋아라 했지요.

바다 풍경이 보이는 곳은 땅값도 경관값으로 더 비싸답니다.

다만, 바라보는 값이지요.


그런데...저도 이제 바다가 텃밭인 시대가 도래 했어요.^^

지난번 호근밭 이웃아우가 미역 따러 가자고 해서 따라 갔는데

그때는 그저 바다에 나온 것만도 좋았어요.

바다에서 나는 생산물들을 체취하는 재미보다

바다에서 사는 아이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신 났었어요.


엊그제 그 아우가 전화가 왔어요.이곳 토박이인 그 아우님은

제주도 어디에서 무엇이 나는지 훤히 알고 있고

산에서 바다에서 나는 자연산 식재료로 요리도 뚝딱 잘하는 재주꾼이지요.

나도 이맘때는 산에서 나는 고사리며 산에서 나는 자연산 산나물 뜯으러 가고 싶지만

봄 밭일이 태산이라서 쑥,달래,몇가지 나물들을 귤밭이나 텃밭에 데려다 놓고

뜰마켓으로 만족해 했어요.

나물은 그런대로 해결했지만

바다에서 나는 아이들은 알지를 못하니 꿈도 못 꾸었는데...


엊그제 그 아우님이 정보를 입수 했다네요.

사계앞바다 마을 어장에서 일반인들에게 톳체취를 허용 했다고...

마을공동어장이라 일반인들은 못 들어 가는데 올해는 개방했다고

톳 체취하러 가자고요.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이런 기회는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말에

만사 제치고 따라 나섰어요.

첫날은  뭐가 뭔지를 모르고 비상품 톳만 체취해서 왔는데

밤새 그 바다가 아른거리는거예요.

이런 재미를 언제 또 누려 볼꺼나~

그래서 다음날 물 빠지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지인들에게 파발을 띄웠어요.


저는 필 꽂히면 그것만 생각나는 단순 무뇌형 인간인지라

 톳신이 강림했는지 밤새 톳 따러 갈 생각만 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잤거든요.^^

톳이 목적이 아니라 톳 따는 재미.^^

지인들이 저의 톳 따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줘서

제가 드디어...바다로 진출한 역사적인 장면을 담게 되었어요.


앞으로 해녀로 살거야~~~~~~


앞으로 한동안 우리집 반찬은 톳열전이 될겁니다.




언제봐도 멋진, 산방산.

이번에는 바다에서 바라보며 찍었어요.







형제섬이 바라다 보이는 바다톳어장

톳은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데

물이 빠지자 들어가서 딸 수 있었어요.















미역 따는 아주망.






바위에 붙은 톳







물이 빠져 나가자 톳 어장 바위가 드러났다.









함께 온 지인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세번째 바다로 간 나는

이제 감 잡았다,

앞으로 해녀로 살까?~ 요런 생각까지 몽글몽글...











우헤헤헤...장하다, 김영란!!!

마음 비우겠다고 수십번 다짐하더니

아프다고 빌빌거리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또 나오나~ 불가사의???

이웃들과 나누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이고 들고 오는 억척 아주망을 마중 나온 마중물님







머리에 이는 것...

그 옛날 엄마가 하던 포즈인데...







톳 따고 주변 단산 향교에 바람 쐬러~~~

내 작업복 패션은 광목바지, 감물 앞치마,감물 모자,옆으로 메는 천연염색가방.

난 작업복 차림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ㅎㅎ...

이런 차림으로 그 어디에도 간다.농부는 자유인, 자연인!





이제부터 주구장창 톳밥 해먹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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