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꽃.
그 은은한 향과 모습에
그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꽃.
구절초 꽃이 피기 시작한다.
작년에 꽃차를 만드는 법을 배우느라
시행착오를 많이 했는데
여러번의 실패끝에 꽃 색깔이 그대로 말리는 법을 터득했다.
꽃차보다도 구절초꽃의 처연한(^^) 아름다움에 취해서
엄마네 밭에서 공수해 온 것인데 제법 밭을 이루었지만
양은 많지가 않다.겨우 고마운 지인들 몇분과 나눌 정도이다.
그저께부터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하는지라
향이 날아가기 전,꽃 피고나서 바로 직후를 가늠해서
꽃을 따느라 어제 오늘...꽃 따고 말리느라 또 분주하다.
꽃 하나하나 따는 일에서부터 하나하나 뒤집어서 말리는 일이
웬만한 노동강도를 능가한다.
차를 마시는 것 자체가...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일텐데 그렇게 쉽게 만들어야 되겠는가?
이 차의 맛과 향과 가치를 알아줄 분들과 나누고싶어서
또 분주히 손놀림을 하고 있다.
세상사 어느것 하나...소홀해서는 안됨을 차 만들면서 또 느낀다.
따뜻한 방에서 며칠을 말려야하니 그 공을 생각하면
꽃 하나하나가 너무 귀하게 느껴진다.
진마로님이 쉼터에 비치하라고 책을 보내 주셨다.
연꽃향내님 그림도 이미 예약해 두었다.
섬님이 이번에 다녀 가시면서 찻잔을 가방 가득히 실어다 주셨다.
이렇게 반디농장을 회원님의 향기로 채우려고 한다.
좋은 인연의 그윽한 향기로 가득 채우려고 한다.
진마로님 책은 우선 창가에 놓았다.창이 더 풍성해 보인다.
사진에서 보는 것 보다 창 바로앞에 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풍경이 너무 예쁘다.귤나무를 확~베어서 시원하게
잔디를 심자던 남편에게 귤나무 그냥 두기 잘했지?하고 말하니
그렇다한다.자연...그 이상의 인테리어는 없다는 것을 또 깨닫게 된다.
방 구석에 놓인 항아리는 제주도 숨쉬는 항아리인데
귤효소 만들어 담을려고 사 온것을 신주단지 모시듯 방안에다가 잠시...
숨쉬는 항아리는 가격이 일반 단지의 서너배는 되지만
난 그 장작불길에서 나오는 오묘한 빛깔과 전통방식으로 구운것이 좋아서
항아리에 사치를 부리고 있다.그 사이 베란다에 즐비한 항아리...
내 지병의 증거다.
나를 위한 화장품은 하나도 안사면서 이렇게 거금 항아리는 덥석 사곤한다.
오래전서부터 항아리 수천개가 즐비한 장독대를 보면
왜그리 가슴이 설레던지...
바쁜 와중에 잠깐의 망중한.
꽃을 따서 차를 만들면서...
그리운 그대를 떠올려본다.
몸은 쓰러질 듯 지쳐 있는데도 정신은 한없이 맑아진다.
2009.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