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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올레 13코스 개장식

by 농부김영란 2009. 6. 28.

 

 

 

올레신이 강림한 나는(^^)

매월 네째주 토요일 올레행사를 손꼽아 기다리는데...

이번 올레행사는 13코스 개장식이라 더욱 기대 되었다.

가지많은 나무라 아롱이 다롱이 새끼들때문에

요즘 바깥온도보다 머리온도가 더 올라가 있어서

한동안 힘들어 하다가 올레직전 심한 몸살끼가 오는것을 감지했지만...

그래도 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라 이날만큼은 꼭 올레간다고 정했는데

며칠 소강이던 장마비가 토요일 북상한다고?

은근히 걱정 되었지만, 한편 더 흥미진진(^^)하지 않을까하면서

비올레를 기다렸는데...아침에 일찍 눈 떠 보니

비만 오는게 아니고 천둥 번개가 휘몰아 치네.

어휴~ 번개속을 가르며  가야만 하나...

아무도...나더러 그렇게 해달라고 한 이 없는데

올레신이 강림하신 이후로 이 무신 투철한 사명감이람.

 

 

 

 

한달에 한번 가는 올레라 올레폐인이라 할수는 없겠 

성적이 낭떠러지 앞까지 와버린 둘째 과외 해보겠다고

맨땅에 헤딩하는 요즘.내 머리만 깨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에미된 죄로다~~~더운 날씨에 머리까지 용광로가 된 요즘.

작심삼일...올레핑계로 맘이 흔들린다.

도망치고 싶은 맘 뿐.

내인생은 내인생이고 니 인생은 니 인생이여~

내 명에 못 살것만 같아서리 이렇게 핑계되고

비가 잦아 들기만 창밖을 기웃거리니

속으로는 비가 오나 천둥이 치나, 번개가 때리나...그래도 간다.

내 이 활화산 같은 머리를 빗속에 좀 식히련다~

그러고 있는데 어라~~~ 비가...시나브로...그치는 기세다.

 

 

 

역시나 제주올레는  은총이 함께...

그 요란하던 빗줄기가 천둥 번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더운 열기 알맞게 식혀 주고...슬며시 물러났다.

사는 거...뭐 별거라고...

머리 싸매고 등신불상마냥 고뇌에 차서 헉헉 거려야만 하나.

잊자, 잊자,다 잊어불고...나를 찾아 떠나자.

 

 

그렇게 떠난 13코스 올레길.

제주올레 홈피에서 살짝 보여준 기대감을 떠올리며

뭔가 기대되는 것 있을 듯 한데...

13코스는 지난번 12코스 종점인 용수포구에서부터 시작 되었는데

이번 코스는 바당올레는 출발점밖에 없고

중산간 내륙 올레라 하였다.

환희 넘치는 바당풍경이야 많이 봤으니

피톤치드 넘치는 산길올레...이 여름엔 탁월한 선택이라며

그새 맘이 환해져서 발걸음이 가볍다.

 

 

 

 

 제주도...

도 중에는 가장 작은 면적이지만 섬 중에는 가장 큰 섬.

차를 타고 달려도 동서남북 한두시간이면 달릴수 있는 섬인데

동과 서, 남과 북, 바다와 내륙...

그 중에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중심에 우뚝 서 있다.

그 풍경들이 어찌나 다른지...가는 곳곳 감탄사 연발하는 그림이 전개된다.

겨울이면 아랫동네에선 꽃이 피고 한라산엔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만년설이 덮여있는 풍경.

화산석 돌담과 바람을 막아주는 키 큰 삼나무,

따뜻한 서귀포에는 끝없이 귤밭이 펼쳐지고

공장이 거의없는 청정지역이라 공기는 며칠만 묵어도

묵은 먼지들이 다 씻겨내려간다.

그 제주도의 속살들을 제주올레가 고스란히 재현해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13코스는 제주도의 내륙산간을 가로 지르는 길이라 한다.

바다보다는 산을,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이번 길이 특히 기대가 되었다.

내륙이라하나 육지풍경과는 또 다른 내륙풍경이다.

그 중에서 이번에는 없는 길도 내었단다.

그 길을 만든 사람들이...특전사 아저씨들이라 한다.

해병대길, 특전사길...웬지 어감이 너무 위압적인거 같다며

이쁜 단어로 표현할수는 없을까~하며 잠깐 시건방을 떨던 맘이

이 길을 걸으면서 내내 특전사 아저씨들의 노고와 센쑤와 이쁜 마음에 감탄하여

입방정을 떨던 것을 내내 미안하게 생각  하였다.

 

 

 

어쩌면...어쩌면...어쩌면...

미친데이, 미쳐~ 내 안에 넘실대는 감탄사를 표현할 재주가 없어서

이런 감탄사만 연발하며...

어느새 나는 용광로처럼 뜨겁던 머리가  싸아하게 맑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산길의 산소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이렇게 아기자기 향기로운 내음 가득한 길을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결코 노역이라 생각지 않았을...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을 만들면서도 행복한 맘으로 길을 만들었을,

그 길을 걸으면서 행복해 할 사람들을 떠올리며

기꺼운 맘으로 길을 만들었을 특전사 아저씨들께 저절로 감사의 말이 나왔다.

이 길은 특전사 길 맞다.화려한 수식어 다 필요없다.

특선사란 단어가 이리도 정답게 다가오기는 처음이었다.

사실 그들때문에 우리가 안전하게 잘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존재를 잊고 살았었다.특전사 아자씨들, 싸랑합니데이~~~^^

 

 

 

 

 

 

나는 먹기위해 사는가~하는 의문을 내내 지니며 사는 나는

아무리 감탄하는기 있어도 배 고프면 말짱 도루묵.

뱃속에서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아우성이다.

너무 이쁜 길에 감탄하여 지금까지 걸은 중에 가장 놀멍 쉬멍 걸어서

벌써 점심때가 지나고 있음을 배속이 먼저 알려준다.

여기는 어드메?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아홉굿 마을.

각양각색 1000여개의 의자를 만든 또 하나의 명소.

육지에서는 굿 하면 무당굿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선 굿이 샘이라 한다.

이곳에서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데이트(18세기개그) 점심 식사.

 예술적인 장소에 걸맞게 맛있는 고기국수를 먹었다.

아홉굿마을 아지매들, 맛 감각이 탁월하요.캄솨~~~

맛있게 자~알 먹었습니데이~~~

 

 

 

 

그런데

너무 잘 먹어 부렀다.

배가 불러서 뒤뚱거리며 다음 길을 가자니 고역이었다.

역시나 걸을 때는 적당히 먹어야 혀.

좀 맛이 없었으면 국물까지 먹진 않았을낀데...헉헉헉~~~

 

 

 

 

나무야, 나무야...

 

아웅다웅하지 말고 나무가 날 닮으라 한다.

 

 

 

길도 나처럼 의연하라 한다.

지내보고나면 부질없는 것 투성이라 한다.

그래서 제 살 깎는 행동을 삼가라 한다.

 

넉넉하게 살라한다.

 

 

 

 

500살은 족히 살았음직한 이 팽낭은

그 넓은 가슴으로 큰 그늘을 만들어서

지나는 나그네를 쉬게 해준다. 

 그 긴 세월동안 온갖 것들을 다 보고 겪었을 이 나무는

삶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랑스런 대한의 용사들,

13코스 길을 만들어 주신 특전사님들이시다.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대서특필로 표현한다.

저 늠름한 모습속에 그렇게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으니

얼굴도 더욱 핸섬해 보이네~~~^^

 

제주올레 13코스는 특전사님들의 길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길이 가장 맘에 들었다.

그들의 따뜻함이 느껴졌기에...

 

 

 

 

 

 

용수포구‐충혼묘지사거리(1.5km)‐복원된 밭길(2.1km)‐용수저수지 입구(2.95 km)‐특전사숲길입구(4.7 km)‐고목나무길(6.56 km)‐고사리숲길(7.35 km)‐낙천리 아홉굿 마을(8.5 km)‐낙천잣길‐용선달리(11.1 km)‐뒷동산 아리랑길(11.6 km)‐저지오름 정상(13.1 km)‐저지마을회관(15.3 km)

 

 

끝나는 지점 저지마을 회관앞에는

하늘 높이 솟아있는 솟대가 떠날 때와는 달리

환해진 내 모습을 말가니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늘도 저렇듯 푸르르고...

 

13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보다도 사람의 감성이 자연과의 조화를

잘 이루게 한 절묘한 만남들이 숨어 있었다.

또 하나의 보물찾기를 즐겁게 하고 돌아와 보니

내 마음 어느덧...충만해져 있었다.

 

200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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