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복수초
튤립도 깨어나서 꽃대를 만들고 있겠지.
봄아~ 어김없이 오는구나~반가와!
가족을 만들어서 깨어난 튤립
씨앗은, 땅은
언제나 위대하다.
매화도 봄이 왔다고 야단법석으로 꽃 피웠다.
내 마음도 봄맞이 해야지.
꽃씨를 일깨워야지.
암울한 시대에도 봄을 노래하던 시인을 떠올리며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새삼스럽게 눈물이 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긴 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갑부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