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땅이 생산지지요.
어부는 바다가 생산지고요.
땅도 있고 바다도 있는 제주도는 반농반어가 가능할텐데...
서귀포살이 15년째인 나는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풍경이었습니다.
태평양과 연결된(^^) 제주도 바다를 그저 옥색빛 좋아서,
파도 칠 때는 역동적이어서 보는 것으로 좋아라 했지요.
바다 풍경이 보이는 곳은 땅값도 경관값으로 더 비싸답니다.
다만, 바라보는 값이지요.
그런데...저도 이제 바다가 텃밭인 시대가 도래 했어요.^^
지난번 호근밭 이웃아우가 미역 따러 가자고 해서 따라 갔는데
그때는 그저 바다에 나온 것만도 좋았어요.
바다에서 나는 생산물들을 체취하는 재미보다
바다에서 사는 아이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신 났었어요.
엊그제 그 아우가 전화가 왔어요.이곳 토박이인 그 아우님은
제주도 어디에서 무엇이 나는지 훤히 알고 있고
산에서 바다에서 나는 자연산 식재료로 요리도 뚝딱 잘하는 재주꾼이지요.
나도 이맘때는 산에서 나는 고사리며 산에서 나는 자연산 산나물 뜯으러 가고 싶지만
봄 밭일이 태산이라서 쑥,달래,몇가지 나물들을 귤밭이나 텃밭에 데려다 놓고
뜰마켓으로 만족해 했어요.
나물은 그런대로 해결했지만
바다에서 나는 아이들은 알지를 못하니 꿈도 못 꾸었는데...
엊그제 그 아우님이 정보를 입수 했다네요.
사계앞바다 마을 어장에서 일반인들에게 톳체취를 허용 했다고...
마을공동어장이라 일반인들은 못 들어 가는데 올해는 개방했다고
톳 체취하러 가자고요.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이런 기회는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말에
만사 제치고 따라 나섰어요.
첫날은 뭐가 뭔지를 모르고 비상품 톳만 체취해서 왔는데
밤새 그 바다가 아른거리는거예요.
이런 재미를 언제 또 누려 볼꺼나~
그래서 다음날 물 빠지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지인들에게 파발을 띄웠어요.
저는 필 꽂히면 그것만 생각나는 단순 무뇌형 인간인지라
톳신이 강림했는지 밤새 톳 따러 갈 생각만 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잤거든요.^^
톳이 목적이 아니라 톳 따는 재미.^^
지인들이 저의 톳 따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줘서
제가 드디어...바다로 진출한 역사적인 장면을 담게 되었어요.
앞으로 해녀로 살거야~~~~~~
앞으로 한동안 우리집 반찬은 톳열전이 될겁니다.
언제봐도 멋진, 산방산.
이번에는 바다에서 바라보며 찍었어요.
형제섬이 바라다 보이는 바다톳어장
톳은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데
물이 빠지자 들어가서 딸 수 있었어요.
미역 따는 아주망.
바위에 붙은 톳
물이 빠져 나가자 톳 어장 바위가 드러났다.
함께 온 지인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세번째 바다로 간 나는
이제 감 잡았다,
앞으로 해녀로 살까?~ 요런 생각까지 몽글몽글...
우헤헤헤...장하다, 김영란!!!
마음 비우겠다고 수십번 다짐하더니
아프다고 빌빌거리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또 나오나~ 불가사의???
이웃들과 나누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이고 들고 오는 억척 아주망을 마중 나온 마중물님
머리에 이는 것...
그 옛날 엄마가 하던 포즈인데...
톳 따고 주변 단산 향교에 바람 쐬러~~~
내 작업복 패션은 광목바지, 감물 앞치마,감물 모자,옆으로 메는 천연염색가방.
난 작업복 차림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ㅎㅎ...
이런 차림으로 그 어디에도 간다.농부는 자유인, 자연인!
이제부터 주구장창 톳밥 해먹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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