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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농부김영란 2004. 1. 26. 01:24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아이들 마음이 설레이나보다.
따라 다니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을 갖고 싶은지?"물어댄다.
"내용이 감격적인 편지.""평소에 잘 하는 것"등등
아이들 김 빼는 대답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대답을 피하는 엄마인데
그래도 큰 아이는 끈질기게 말해 보란다.
"음, 너희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물어 달라는 뜻인가 보군."
그러면서 큰 아이 왈...몇 천원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본론이 슬그머니 나오는데...
"왜? 뭘 하려고..." "친구들에게 줄 카드도 사고..." 우물 우물한다.
"카드 그려라, 선생님께도, 친구에게도, 아빠 엄마께도
동생들에게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정성스런 카드를 그려서 주기를..."
"잉~ 재료비가 더 든단 말이예요."
"왜, 너의 상상력으로 하면 되지, 무슨 돈이 든다구?"
큰 아이 기대와는 달리 동문 서답하는 엄마다.


아이는 선물 코너에서 알록달록 눈을 현혹하는 그런 카드를
사고 싶은 것인데 엄마는 장단은 커녕 완전 김빼기 작전이다.
"그리면 지저분하고 안 이쁘단 말이예요." 툴툴툴...
"내가 선생님이라면 정성껏 그린 카드를 선물 받고 싶지
받은 카드가 그림이 똑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카드를 받고 싶겠니?
아직은 좀 부족하고 치졸해도, 너의 정성이 들어가고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런 카드를 받고 싶지
흔하디 흔한 산 카드를 받고 싶겠니?"


아이의 입이 점점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의 엄마의 시도가 말짱 도루묵인 것 같아서 연설이 길어진다.
"너만이 낼수 있는 색깔로,너만의 상상력으로,
너의 정성으로 그린 카드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몰라?
그렇게 자신이 없어? 명품 카드를 한번 만들어 보라구..."
아이의 사고 싶은 소망을 일축하고 뭐든 만들어 보고
그려보고,글로 표현해 보라고 주문하는 엄마가 아이는
영 답답한 표정이다.급기야 엄마는 형 이상학적인 말까지 동원한다.
"엄마가 미술 학원에 보내는 것은 모든 사물에 대해 다양하게
관찰하고 표현해 보라는 것이지, 그림 그리는 기법이나 배우자고
보내는게 아니야.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하여
너 안의 감성의 눈을 뜨라는 것이지.

명품을 사는 사람보다는
명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생각하라고 방 문을 닫고 나오니 잠시후에 큰 아이 볼멘 소리로
"재료 살 돈 주세요."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두드리다보면...그 언젠가...
아이만의 색깔을 찾게 될런지...
훗날 엄마의 담금질로 무디고 투박한 감성이
섬세하고 예민해졌다고 이해해 줄 날을 바라며
오늘도 엄마는 지난한 대장장이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200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