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쁜 2월에
1월 중순에 끝내고 싶었던 귤이 2월 중순에 마지막 발송이 되었다.
여러 그루를 신청하신 회원님들의 마지막 귤.
입춘 지나고나서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위험한 상황이 감지 되었지만
다행이 마지막까지 나무에 싱싱하게 달려 있어준 귤이 있어서
늦게까지 귤을 내보낼 수 있었다.
택배 발송은 끝났어도 뒷정리가 만만치 않아서 일이 끝나지를 않았다.
결국은 지난해처럼 2월 마지막날에야 마무리가 될 듯 하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 2월에 내려온 예슬이가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엄마가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어서였다. 엄마 품을 떠나면 이렇게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음을
내 인생에서 뼈저리게 느꼈기에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데
늘...일이 우선이다보니 마음만 앞서가곤 한다.
2월이 되어서야 우리 가족이 다 모였는데도 나는 정작 일이 안 끝나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마음이 부대끼기 시작했다.
예슬이가 우리 가족여행 한번 가자고 2년전부터 노래를 불렀는데도
겨우내내 동분서주 하느라고 안되고 2월에야 숨 돌리려고 하면
녹초가 되어서 만사가 다 귀찮다고 보류하고...
가족 모두가 함께 여행 한 적이 언제였었지?
서울에서 내려 오기 전...10년도 더 되었네.
먼곳에 여행은 안되어도 가까운 곳에라도 가봐야 하는데...
예슬이 학교로 돌아가기 전 하루라도 짬을 내려고 맘이 분주해졌다.
눈 덮힌 한라산을 쳐다만 보다가 2월에 눈 오면 기필코 가보리라를
매일 매일 다짐해놓고 막상 한라산 눈이 엄청나게 내려 장관이 되자
내 기가 꺾여서 쳐다만 보았다. 왼쪽 무릎관절이 안좋다는 핑계였지만
몸이 쉬라고 채근을 하여서였다. 눈 덮힌 한라산은 올해도 패쓰~~~
대신 갤러리를 순회하자~고 맘 돌렸는데 마침 라디오 방송에서
갤러리 노리에서 유명작가님들의 그림 전시회를 한단다.
귤즙과 귤말랭이 택배를 월요일 오전 배송하고서 예슬이와
저지리에 있는 갤러리 <노리>를 찾았다.
예슬이는 엄마와 하는거면 뭐든 좋다 한다, 이쁜 내딸!
나도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단다.
이 그림은 박보순 선생님 작품인데
액자유리에 비친 갤러리 내부가 투영되어서
사진으로는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듯 하다.
천경자화백님의 초기 작품과 이 왈종 화백님의 초기 작품.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색감이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박보순 선생님 작품에
예슬이와 나는 매료 되었다.
갤러리 <노리> 안주인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에 감사하여
보리순 차 한잔 시켜 마시고 나는 가지고 간 우리귤말랭이를 좀 드렸다.
안주인 선생님이 만든 쿠키를 내어 놓으셨지만
내 입에는 담백한 차에는 귤말랭이가 더 어울리는 느낌.^^
갤러리 <노리>에서 나와서 가까운 현대 미술관에 갔다.
입장료 1000원.
몇년전 개관하고 얼마 안되어서 예슬이와 왔었는데
작품이 변화없이 그대로 걸려 있어서 살짝 실망(^^) 하였다.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갤러리를 채웠으면 하는 바램.
이야기를 거꾸로 쓰는 일기가 된 것 같다.
2월23일...남편 이성호씨와의 23주년 결혼 기념일.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 오느라고
기념은 무신~도리질 하는 마음이 된 적도 있었지만
사반세기 가까이 부대낄 것 부대끼고나니...이제 삭아지는 단계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이 크면서 완충제 역활을 해 준 탓이다.
남남이 만나서 적당히 둥글어지기까지...
아이들이 사이에서 갈등의 순간을 누그러지게 하고
가정이라는 울티리를 견고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내가 사랑 표현을 주로 먹는 것으로 하다보니
가족 모두가 과체중인 돼지 가족이 되어서
요즘와서 급반성 하게 되었는데도
별다르게 기념 할 방법을 못 찾고 그예 또 먹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보상했다.
부페 가자, 그리고 영화 한편 땡기고...
우리의 기념일은 그렇게 또 지나갔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다름이 있었다면 내가 부페값을 계산하려하자
예지가 척 카드를 내어 먼저 계산한 것이다.
자기들이 한턱 낸단다.
히히...내 돈 굳었다~
아이들이 돈 벌기 시작하면 이 핑계 저 핑계로 환수 해야쥐~~
그동안 내가 너희들 키우느라고 뼈골 빠졌다고
누누히 강조해야쥐~~~
그런데 내가 요즘 아주 이상한 현상이 감지 된다.
체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생각이 노화현상의 징조라고는 생각 했지만
이성적인 조절기능도 일부 감퇴되고 있는걸까?
먹는 것에 대한 조절이 넘 안되는 것이다.
부페음식을 보자 내 식욕이 솟구쳐서 이것저것 마구 먹어 댔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마구 먹고나니
뱃속에서는 온갖 음식이 잡탕이 되어서
느글거리고 오글거리고 또 후회가 밀려 왔다.
궁핍의 산물인가, 탐욕의 증거인가~
본전을 뽑겠다고 이것저것 마구 먹어내니
뱃속에서는...궐기를 한다.
앞으로는 한가지라도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며 먹도록 하자~
(지난해도 이런 맹세 해놓고 올해도 또 맹세 하였다)
기념일 코스...영화관
겨울왕국을 볼까, 수상한 그녀를 볼까~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사실 다운받아서 집에서 두번이나 보아서
3d 영상이라면 보겠지만 그냥 더빙영화라해서 수상한 그녀를 보기로 했다.
디즈니 영화라면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어릴 때 디즈니 작품은 모두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해서
몇번이나 보면서 감탄하면서 보곤 했었다.
디즈니의 작품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역시 디즈니다~ 싶은 겨울왕국을 만들어서 온 세상을 감동케 하니
겨울왕국을 보는 내내 행복한 상상력으로 충만 했었다.
수상한 그녀도 요즘 흥행한 작품이라 하여서 보았는데
역시 흥행한 작품은 그 이유가 있다.
남편도 훌쩍, 킁~ 예슬이도 훌쩍~
난 안 그런척 하느라고 참았지만
콧등이 시큰거리고 눈물샘이 절로 열렸다.
우리들 일상의 이야기이지만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우리도 늙어 간다~
나의 엄마도, 나도, 내 딸도...
2년전 돌아가신 내 엄마
엄마에게도 꽃같은 청춘이 있었을 터이다.
내게도 있었던가?
내 딸의 청춘을 바라보며
내 청춘이 아스라하게 느껴진다.
이제 나는 청춘이 아파서 울 나이는 아니다.
(눈이 침침해져서 눈물이 난다)
그런데도 가끔...내 명치끝이 아려오곤 한다.
내 마음속에는 청춘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지붕위에 누워서 파란 하늘을 만끽 했다.
인생이 구름처럼 흘러 간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야~ 우리 이 순간을 즐기자~
저녁에 예슬이와 바람 쐬러 나갔다.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기 전
집과 엄마와 가족의 사랑을 가득 품고 가기를 바래서
한시간이라도 더 아이와 보내려고 마음이 바쁘다.
내가 나의 엄마와 못 했던 것을 아이에게 해주려고 마음이 급한 것이다.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니 회한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
후회를 덜 만들고 싶은 맘이 간절해서다.
밤바다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새연교를 건넜다.
적당한 바람과 맑은 공기와 밤 바다의 야경이 황홀했다.
마음은 충만한데
뱃속이 출출하면서...또 먹을 궁리가 밀려 왔다.
사실...배를 좀 비워야 하는데...
한끼 안 먹으면 손해 본 것 같은 이 생각 뭐지?
남편 이성호씨에게서 어느새 전염된 병 인것 같다.
초록은 동색이네~
예슬이가 제주도의 고기 국수가 유명하다는데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 한다.
고기국수 유명한 집 서귀포에 있어~하며 데려간 곳.
동문 로타리에 있는 <고향생각>
소문난 집은 역시 인심도 후하다.
원재료 아끼지 않고 넉넉한 주인 마음이 음식에 듬뿍 담겨있다.
괜히 주인이 얼마 남을까 걱정까지 하게 해주는...
국수가 푸짐하다.
그런데 국수보다 더 큰 가르침을 얻고 왔다.
도우미도 없이 혼자서 주방보고 홀서빙까지 하시는 할머니
잠깐 짬이 난 시간에 옆 테이블에 앉으셔서
"내 나이가 어때서~" 가락을 뽑으신다.
국수인심이 후해서 급감동 된 내가 할머니께 존경심까지 일고 있는데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 거리시던 할머니가
"그런데 이제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네~"하며 한숨까지 내 쉬는데
"수상한 그녀"영화가 오버랩 되었다.
"이곳에서 30년을 장사 했는데 그동안 가까운 천지연도 못 가봤어~" 이러신다.
아이들 공사판 잡부 안 시키려고 대학까지 가르치느라고 하루도 장사를 안 쉬었단다.
남편은 밥벌이도 못하고 아이들은 일곱이나 되니 쉴 수가 있어야지~
큰아들은 중국과 무역하는 사장님이고.
둘째는 모은행 지점장이고, 셋째도 잘 나가는 회사 간부고
넷째딸은 대학 교수고 딸셋도 시집가서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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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들이 다 잘나서 잘 사는 줄 알아~
그러신다~
옆자리 손님에게 하시는 말씀이었는데...
듣게 된 할머니의 인생사~
화들짝 놀랐다.
나의 엄마가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거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우리들에게 하는 말일거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온 몸으로 살아낸 우리들 엄마의 말.
우리들 엄마는 다 이렇게 살아 내셨잖아~
국수 먹으러 갔다가 <큰스승님>을 만나고 돌아 왔다.
난 엄마 인생에 비하면 엄살이네~ 정신 차려, 김 영란!
서귀포 동문 로타리에 있는 <고향식당> 국수집이
30년을 장사하던 자리에 호텔이 들어선다고
3월초에 신시가지 경찰서 앞으로 이전한다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