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작은 연못 하나 만들었어요.

농부김영란 2011. 6. 23. 08:26

 

 

지난주 영실을 오르며 환호하고 있는데 미란씨가 전화를 했다.

미란씨는 나와 목공 교실을 함께 다니는 죽이 맞는 친구이기도 한데

내가 풀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개구리밥이 물위에 동동 떠 있는 것을 보고

알려 주려고 전화를 했다하였다.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개울물이 흐르는 곳에

파랗게 떠있는 개구리밥을 보고 나를 떠올려서 전화를 해준 이유가 고마왔다.

아이구, 반가와라, 좋아하고 말고...남들 별로 신경도 안쓰는 이런 일에

들떠서 기뻐하는 내 감성을 헤아리는 그녀가 고맙기만 했다.

그런 소식 듣고 오래 뒤로 미룰 내가 아니다.

그 다음날 우리는 양동이와 주전자를 들고 개구리밥 건지러 갔는데

며칠전에 비가 많이와서 미란씨가 본 개구리밥이 다 떠내려가고

군데군데 간신히 남아있는 개구리밥을 건지다가보니

개구리밥보다 더 고대하는 수련이 두어뿌리 보이는게 아닌가.

이게 웬 횡재냐 싶은데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탕을 몇 걸음 지나야 건질 수가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일부러 심은 것 같지는 않고(두 뿌리만 있는 것을 보니) 떠내려와서

걸터앉은 모양새라 연꽃이 있는 곳에 개구리밥이 있으면 금상첨화지~하는 마음에

기어이 양말을 벗고 진흙탕으로 들어갔다.무릎까지 빠지는 것을

대한민국 아줌마가 한다꼬 맘 먹으면 못하는게 있냐며

한손으로는 억새풀을 부여잡고 간신히 팔을 뻗쳐서 기어이 수련까지 획득하고 말았다.

연못까지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개구리밥에 수련에...졸지에 연못하나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런거 재미없다 생각하면 절대로 함께 즐거울 수가 없는데 미란씨와 나, 쿵짝이 잘 맞는다.

진흙투성이가 되어서 낄낄거리는 중년의 아줌마들을 누가 보면 맛이 살짝 간 사람인가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외돌개나라팬션도 소개할겸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한켠에 수련이 내동댕이쳐(^^) 있는 것을 보았다.

버릴려고 방치해 둔 것 같아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벌레가 생겨서 버리는 것이라 했다.아직 살아있어서

내가 가져가도 되냐고 여쭤보니 그러시란다.

이게 또 웬 횡재냐, 오늘은 기어이 수련 연못을 만들라는 하늘의 계시가 있는 날이구먼.

그래서 또 이런 소꿉장난같은 작은 연못이 하나 탄생했다.

 

 

 

위 빨간 다라이는 마트 오픈할 때 사은품으로 받은 것인데

작년에 물양귀비 몇뿌리 심어서 물양귀비 피는 모습 보며 행복해 했었다.

수련을 심을려고 생각해보니 큰 물통이 하나 있어야만 해서

궁리끝에 작은 연못 하나 파기로 했다.

궁하면 통한다고...나름 아이디어를 냈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비닐을 깔고 흙을 반쯤 채우고 물을 담으면 되지않을까하는 생각이...

 

 

 

 

 

 

아이들 소꿉놀이같은 작은 수련 연못이 하나 탄생했다.

 

 

지름이  1M정도 되는 작은 연못이다.

콧대 높은 수련이 이 열악한 환경에서 잘 자라줄지 모르겠다.

 

 

 

 

 

다육이를 둘러보다보니 지난번 꽃대 올린 이 아이는 장하기도하다.

아직도 한달이상은 계속 꽃을 필 것 같다.꽃이 피고지고 계속해서

긴 꽃장대에서 꽃을 피우고 아직도 차례를 기다리는 꽃망울도 많은 것을 보니

여름내내 꽃을 보여줄듯 하다.몇년만에 처음 꽃이 피었는데

대박 홈런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귤밭에서는 귤나무가 주인이라서 귤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남은 땅을 찾아서 꽃을 심다보니 세들어 사는 꽃들이 단칸 오막살이 신세같다.

 

창가에 어리비치는 대나무의 운치를 머릿속에 그리며 지난해 30cm 정도 되는 오죽을 심었는데

올해는 벌써 지붕까지 올라가서 창에서 어리 비치는 모습이 되었다.

 

 

 

이런 작은 풍경에 가슴 설레이고 행복해하는 나이다.

 

 

 

 

심지어 작은 조약돌들조차 주워다 놓고 들여다 보곤 한다.

이런 것이 눈에 들어 오는 내 감성과 비슷한 사람들이 오면

우린 서로 대번에 통하겠지.

 

 

 

귤나무아래라도 심어두고 오며가며 쳐다보는 하늘색 수국이 한창이다.

 

 

 

작년에 삽목한 수국도 꽃까지 피웠다.

 

 

귤나무아래밖에 공간이 없어서

그냥 막 꽂아 놓기만 했었는데도 댕강나무들은 거의 다 살았다.

 

 

 

 

 

<산수국과 하늘색 수국등을 삽목했다>

 

 

산수국도 이미 꽃이 지고 있다,

장마철에 삽목이 잘된다하여서 작년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요즘 또 삽목에 필이 꽂혔다.

 

언제 누가 보아도 상관 없다.

한 뼘 나뭇가지가 자라서 성목이 되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 하겠지.

굳이 내가 보고 즐기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그 누가 되었든지 이 나무들이 꽃 피는 것을 보고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꽃을 보는 사람, 열매를 먹는 사람...

모두 제 복에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겠지만

나는 심고 가꾸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