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책임
<믿음>과 <책임>
유기농 귤을 생산해 놓고 원활한 판로를 찾지못해서 늘 내 머리가 뜨거웠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조차 노력과 열정이 동행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데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노력과 열정만 가지고서도 역부족이었었다.
남 다른 노력으로 지은 유기농산물이 판로가 없다고 포기를 해?
내 도전정신에 불을 붙인 동기가 되었다.
1%의 유기농 생산자와 1%의 소비자라는 것은 시장이 너무나 작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99%의 잠재고객이 있다는 의미도 되므로 내 모험심을 뒤흔들었다.
따분한 일상의 반복을 지극히 싫어하는 내게 스스로를 자극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 되었다.
인터넷 세상이 된 것은 우리같은 영세농(작은 규모의 개인농가)에게는 신천지세상인 셈이다.
온라인상에서의 상거래가 보편화 되어가고 있으니 독창적인 자신을 홍보할 수가 있다.
내가 처음 농사 입문하고서는 생산만 해도 몸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부대꼈지만
판로가 요원해지고부터는 늘 판매가 내 머릿속을 뜨겁게 했었다.
1%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겨냥한 어떤 정책 지원도 없었기에 길을 찾고, 만들고
닫힌 문을 마구 두드리고 좌충우돌 돌진해 온것 같다.
일상사 이야기로 시작했던 내 블로그가 농사를 짓고나서부터는
농사 이야기와 판매이야기가 주가 되었다.독자가 고객이 되었고 초보농부의 진솔한 이야기가
그들의 마음과 내 마음을 이어 주었다.조금씩 고객이 늘어났고 판매를 거듭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다.장사라고는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고 더구나 온라인상에서의 판매가
잘 될지 막연함이 있었지만 나는 귤을 파는게 아니고 나를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분 한분에게 심혈을 기울였었다.고객과의 진심어린 대화를 했었다.
그렇게 이어진 우리들의 관계가 내가 회원제를 시도하게 만들었다.
처음 회원제를 시도하게 된 동기가 몇해전 귤이 너무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12월초에 귤이 다 팔리는 상황이 발생하여 그동안 내 귤을 믿고서 다른 귤은 쳐다보지도 않던
단골고객님들께 겨우내내 귤을 보내 드리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 이듬해 나는 조심스럽게 회원제를 시도했었다.첫번째는 먼저 단골고객님들께
겨우내 내 귤을 드실수있게 확보 해드리는게 그동안 내게 주신 사랑을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시중에 그 많은 흔한 귤들 중에서 우리 귤이 아니면 못 먹겠어요 해주시던 그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전하고 싶었었다.그렇게 시작된 회원제가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올해는 회원제를 정원제로 하기로 하였다.
무제한 회원을 받는게 아니고 내가 관리할수있을 만큼만의 회원만 모시고 가기로 했다.
서로의 유대가 깊은 회원님들을 모시고 가기에 나는 회원님을 위한 남다른 혜택을 궁리한다.
회원의 날과 회원님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모두 내가 받았던 사랑에 대한 보답이다.
귤나무에서 직접 따 보내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다가 지난해 겨울에는 나무에서 귤을
얼리는 아픈 상황을 맞은 것도 회원님들께 최고의 귤을 보내 드리겠다는 일념에서
생긴 일이었기에 남은 귤을 다 받지 못한 회원님들 또한 믿음 깊은 선택을 하여 주셨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내가 환불이나, 다음해로 이월이나, 올해 회비에서 감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거의 모든 회원님들이 올해로 이월해 주셨다. 그중에는 남은 귤은
그냥 지난해로 다 마감하시겠다는 분들도 여러분 계셨다.
미리 회비를 다 받을수 있는 관계도 그동안 쌓아온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신뢰를 팔고 있는 나는 그에 따른 뜨거운 책임감을 늘 일깨우고 있다.
<믿음>과 <책임>으로 맺어진 생산자와 소비자의 행복한 동행으로
가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픈 소망의 나무를 열심히 가꾸고 있는 중이다.
<6월 둘째주 귀농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