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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귀농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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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모방송국 알만한 프로의 작가라며 전화가 왔다. 내 블로그를 보고 전화한거라며 성공한 대박집 취재를 하다가 이번에는 여성 농업인으로서 성공한 분을 찾아 취재를 하려 한다며 신상을 꼬치꼬치 캐 묻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묻다가 연소득을 묻게 되었는데 지난해 순수익은 얼마였는데 장차는 남편이 회사 다닐때의 월급정도를 목표로 한다고하니 기대보다 별로인지 매출이 얼마냐고 묻길래 답해 주었더니 실망을 했는지 그 후 연락이 오지를 않았다. 내가 블로그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귤 팔때는 꽹가리까지 치고 어릿광대노릇을 해대니까 호떡집에 불이난 대박집인 줄 알았다가 매출을 들어보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나부다.
작년부터 간간히 내 블로그를 보고 방송작가로부터 섭외가 들어왔는데 사실상은 별로 보여줄거리도 없거니와 더더욱 대박집은 아니기에 허울좋게 방송에 나갔다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갈까 말까하는 고민을 몇번 하였었지만 사양을 하였다. 득(得)은 내 귤을 파는데 홍보가 되어 판매의 고민을 많이 해결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었고 실(失)은 내 귀농생활이 과대포장되어 남들에게 환상을 줄지도 모르고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세간에 이목이 집중될까봐도 걱정되었다. 사실상은 특별한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방송의 특성상 재미를 더하기위해 작가의 의도대로 편집되는 것도 맘에 안들어서였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은퇴와 장기불황에 직면하여 감원, 원치않은 명퇴로하여 실직한 사람들의 직업적인 대안으로 은근히 귀농으로 유도하는 것을 느끼며 그래서 방송에서도 갑자기 성공적인 귀농인들을 찾느라 부산해진 것 같다.
귀농인과 예비 귀농인을 위한 강좌에서도 강의실이 가득찰 정도로 귀농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귀농의 첫번째 고비는 3년까지이고 그리고 그 다음은 5년이 지나면 어느정도 잔뿌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고 그후 10년 30년…. 그렇게 농촌생활에서 잔뼈가 굵어져 가는 것을 적나라하게 방송하였으면 좋겠다.
아직 솜털도 보송한 새내기 농부들의 알콩달콩한 사연만으로 마치 새로운 유토피아가 귀농생활이기라도하듯 연출하는게 마뜩잖다. 환상을 가지고 귀농했다가 여러가지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서 도시로 되돌아가서 유랑인이 되는 것을 그동안 많이 보았고 우리 세대는 이제 돌아갈 곳도 없는게 현실이다.
나는 마의 5년을 넘겼으니 이제는 어느정도 여유를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박집을 찾는 방송에 출연할 만큼의 성공도 없거니와 그런 외형적인 평가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기에 내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면, 그래서 농사 후배들이 내 길을 답습하려고 한다면 작은 조언 하나쯤은 할 여유를 차리게 되었다.
이곳 저것 해보다가 안되어 농사나 짓지~그런 안일한 생각으로는 백전백패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무엇을 하든 본인의 치열한 의지와 열정과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된다. 나는 그 흔한 노지 감귤을 생산 판매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때로는 생산 원가도 안나온다는 흔하고 싼 노지감귤을 가지고 내 남은 인생을 불사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