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움이 깊어가는 계절!
(이 글은 초등동창들과 근래에 연락이 되어서
초등동창방에 안부차 올린 글이라 사적인 글이지만
누구에게나 지나간 초등시절이 있기에 올린 것입니다.
내 막내딸이 6학년인데 그 때 그 시절 제게도 있었네요.)
친구들아...
가을 햇살이 눈부신 요즘.
잘들 지내고 있지? 지난달 우연히 오탁이 소식을 듣고
이 동창방을 달려와서 수다아지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입으로 발산하는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가 않은지
잠시 탈진(^*^) 증상이 오는지라(내가 오지랖 넓은 위인이라 공.사.다.망...공사가 다 망함)
천천히 컨디션 조절하면서 가고 있는 중이야.
이 사진은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듯한 김영갑이라는
천재사진가의 갤러리 정원에서 어제 찍은 사진이야.
마지막 몇년 삶을 루게릭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
그의 삶의 흔적을 남긴 곳이야.
깊어가는 가을을 바라 보면서 잠시 추억속으로 들어가 보았어.
1970년대.....
4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사실 난 친구들 얼굴이 가물가물 해.
4학년 2학기에 심심두메산골에서 전학을 온 탓에
소꿉친구들은 기억이 없고 그나마 성격도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친구들도 주변에 몇명밖에 사귀지를 못했던 것 같아.
간신히 6학년때 4반 친구들 몇명이 기억 날 정도야.
조승록 선생님이 아련하게 떠 오르고
선생님이 편애했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중에 나도 끼여 있어서 소심한 맘에 아주 불편했었다는 생각도 들고
친구들에게 미안했다는 생각이 들고...ㅎㅎ...
그런 선생님이 미웠었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안 그렇지만 그 땐 그랬어^*^)
너무 너무 공부 잘했던 민덕기가 어느날 갑자기 방학 끝나고 오니 전학을 가버렸다는 기억이 나고
반장이었던 조금은 얌전했던(^*^) 박영배가 떠 오르고
그리고...명카수~ 오탁이가 떠 오르고...
조승록 선생님은 무료할때마다 오탁이 불러내서 노래 시키고
오탁이는 아이답지않게(^^) 유행가를 멋드러지게 불렀던 기억이 나고...
밝고 성격이 좋았던 재희가 떠 오르고(재희와 오랜시간 통화하고나니 다 떠올랐어)
그리고 몇명 친구 이름이 이 방에 들어 오니까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더라.
(이름 거론 안한 친구들은 섭섭해 말그래이...내가 좀 기억력이 일부 상실 된가봐.
그리고 이 나이에 뭐 그런걸 따지겠노.ㅎㅎ...)
고등학교 때....우리집이 그야말로 풍비박산...
그 이후 많은 세월 아프고 저린 세월을 감내 하느라
친구들을 잊고 산 시절도 있었고...
그래서 내 소식이 단절된 적이 있었고...
감수성 예민한 시절을 하얗게 보낸 것 같아.
내 청춘의 시간들이 그렇게 황망히 흘러 가 버리고
서른두살에야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세 아이나 낳은 다산의 여왕.(그 시절엔 세 아이 데리고 나가면 원시인 보듯 하더구먼)
세자매 낳고 기르느라 어찌 세월이 간지도 모르게 40대 중반을 거치고...
총알같이 빠른 세월 40대를 다 훌쩍 보내고 나니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거지?
잠깐 젊은 날을 뜨겁게 보냈던 요리사 시절도 있었네.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소신을 갖고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 길을 선택했었는데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다보니
소신도 사라지고, 꿈도 아스라해지고,
허겁지겁 밥이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육아에 허덕이며 30대가 다 가버리고 40대도 그렇게 흘러 갔네.
역마살 낀 사주팔자따라 흘러 흘러 제주도까지...
고향으로 가고픈 맘 간절했지만(수구초심인지)
사는게 뭔지...내 뜻대로만 가주지 않는 운명의 방향타.
시절을 잘 만나 ...흑~...사오정 남편따라
일엽편주라...삶의 격랑에 휘둘리다가 생각해보니
내 얼마나 산다고...내 살고싶은대로 살다가 가리라...깨달음이 와서
제주도에 왔다가 농부로 눌러앉게 되었다네.
제주도의 농부라니까 낭만으로만 보시더라만
농부의 삶 또한 웬만한 내공없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삶이지만
나는 자연속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기라.
기꺼이...자연의 일부가 되어 남은 삶 살아 가기로 했다네.
나이 오십을 맞게되니..
이제...삶이 보이네.
지천명이라고...하늘의 이치를 아는 나이라더니...
지지고 볶고, 아웅다웅...다 부질없이 느껴지네.^^
삶...
따뜻하게 잘 살아야겠네.
무한대의 시간인 줄 알고 너무 너무 나를 소진한 것 같아.
이젠 누구를 만나도 담담하게 만날 수가 있을것 같네.
용기없어서...시간이 없어서...차일피일 미루던 일도 하나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아.
우리 어릴때 코흘리개 시절 잠깐 만난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인연이 이해타산없이 좋은 것 같아.
모두들 잘 살아서(삶을 잘 헤쳐 나와서)
이렇게 다시 만나서 반갑고 고마와.
너와 나.우리!
다시 만나 것도 인연이 있기에 만났으니
처음에 와서 기쁘고 들뜬 마음에 소식 올리던 친구들...
흔적만 남기고 종적들을 감춘겨?ㅎㅎㅎ...
다시 좀 안부 글 좀 올렸으면 좋겠네.
최근에 젤 마지막에 가입하여 돌풍(^^)을 일으키던
강심장 나조차 주눅 들려 하네.
그 어떤 삶이든...우리 건강하게 살아서 다시 만났으니
이 아니 기쁜가?
초등동창...그 후 40년이 흘렀습니다.
요즘 제가 초등동창,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조금씩 옛날 인연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내 모습은 어찌 했을까요.
친구들이 보던 내 모습은 어땠을까요.
과거없이 현재가 있지는 않을터.
그동안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며 다잡고 살았건만...무엇을 했지?
하는 자조감이 더러 밀려 왔었읍니다.
남은 삶이라도...내 빛깔, 내 향기 만들면서
따뜻한 인연 이어가고 싶습니다.
2009.9.18. 英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