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열다섯 아이의 장례식

농부김영란 2008. 8. 21. 06:11

 

13일 아침 다섯시.이른 시간인데 전화벨이 울렸다.

세시부터 눈을 뜨고 있었기에 자다가 일어나 받는 전화는 아니었지만

이 시간에 특별한 전화 아니면 올리없는 전화였다.

새벽에 전할 기쁜 소식이 있겠나...웬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으며

혹시 암투병중이신 작은 아버님이 운명을 달리했다는 전화일까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작은 시누이...아이들 작은 고모의 목소리...

가라앉고 무거운 톤으로 "민이가 어젯밤 죽었대~" 하신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민이라니...중학교 2학년 민이라구요?"

도무지 믿을수 없는 소식을 전했다. 전혀 상상할수 없었던 이유로,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이유로...그렇게 죽었다 한다.

친구집에서 놀다가 4층 유리창턱에 걸터 앉았다가 옆친구가 장난치다가 살짝 밀어서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었다."네? 무슨 그런 일이 있어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아요"

이 무슨 날벼락같은 소식이란 말인가? 사고소식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왜 유리창 턱에 걸터 앉아? 어쩌다가 밀었어?

유리창아래 바로 침대가 있었고 아이들이 침대에 걸터 앉았는데 민이는 아마도 아무 생각없이

창틀에 걸터 앉았던 모양이라한다. 어쨌건...아이가 창에서 떨어져 죽었고...

한밤중에 그 소식을 듣고 가까운데 사는 친척들이 달려갔단다.

말이 안돼~~~` 말이 안돼~~~ 들은 소식이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 멍하니 있다가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일단 남편은 출근하고...

난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방학중에 성수기라 거의 매진이었는데

저녁비행기표가 있어서 예매를 하고 며칠동안 아이들이 먹을 반찬이랑 챙겨놓고 저녁에 비행기에 올랐다.

이미 시댁식구들은 다 모여 있었고, 멀리서 달려간 나는 빈소에 도착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잇지 못하는데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른 셋째 아주버님은 망연자실 넋을 놓고 계셨다.

 

 

 

 

민이는 셋째 아주버님께는 삶의 전부라할만큼 귀한 자식이었다.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얻은 자식인데다가 아이엠에프때 형편이 어려워진 후로

아이엄마인 셋째 형님이 집을 나간 상태라 몇년간 셋째 아주버님이 아이들(누나와 민이)을 키우며

힘든 상황을 이겨내 오셨기에 특히나 아주버님은 민이가 삶의 희망이며, 기쁨이며,삶을 지탱하는

동앗줄이었는데 그런 민이가 그렇게 어이없이 떠났다고하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고,

어이없고 황당하기만 하였다.빈소가 차려진걸 보니 사실인게야....나도 도리질하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난 더구나 예지가 민이와 같은 또래라 명절때면 함께 뛰놀던 아이라 더 애절함이 밀려왔다.

그래도 한치 건너라고 나는 제정신인데 내새끼였으면 내가 제정신일까~싶었다.

" 불쌍한 민이는 어찌하고, 실신한 아주버님은 장차 어이할꼬..."

이런 말도 안되는 죽음이 있단 말인가...싶었다.

경찰서에서는 사고경위를 조사하며 아이를 부검하자하였지만 친구들이 고의로 그런게 아니라

장난하다가 그런것이라 더 깊게 들어가면 또 한 아이의 장래가 걸린 일이라

아주버님은 그 경황중에도 부검도 원치않고 어떤 처벌도 원치 않는다 하셔서 조촐한 빈소를 마련하고

다음날 아이를 화장하여 바다장례식으로 보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가족 납골당이 있지만 어린 아이라 화장하여 뿌리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아이를 보내기로 하였다.

화장터로 가기전 염을 끝낸 아이 모습을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 주는데

아이 모습은 평온하고 약간의 미소까지 머금은 모습이 도무지 그렇게 황당하게 떠났다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마지막 보내기가 싫은 민이아빠와 누나는 대성통곡을 하는데...

큰소리내어 엉엉 우는 모습을 할수없고 눈물만 흘러 내리는 난...덜 애절하여서인가.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는게 이승길이라더만...

아이를 화장하는 시간...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아이가 이승을 떠나던 시간에도 비가 쏟아졌다한다.

어린 나이에...삶의 아픔을 알 나이도 아니었건만...엄마없이 아빠 사랑만으로는 많이 부족했을텐데...

"미안하다, 아가야, 미안하다...~~~" 말만 수없이 되뇌어졌다.

정말 한줌이 되어 나온 아이를 바다장례식을 치르기위해 인천 연안 부두로 향할때는 해가나서 화창했다.

바다장례식...셋째 아주버님은 아이와의 이별이 싫어서 가족 납골당에 안치하고 싶어했지만

부모보다 먼저 간 아이는 부모가슴에 묻는다 했던가.연안부두에서 10여분 배를 타고 나가니

바다장례식을 치르는 부표가 떠 있었다. 그곳에 민이는 뿌려졌다.

13번 부표를 몇번 돌아서 묵념을 하고...아이를 보내었다.

"미안해, 미안하다,민아~~~ 이승보다 더 좋은 저승에서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래. 잘가~~~"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고 멍하기만하다.

이게 인생이구나.

 

2008.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