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밭

자식농사

농부김영란 2008. 3. 2. 08:42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온라인상에 낱낱히 드러내는 일이 가끔씩 회의가 밀려 올때도 있지만

어제일을 까마득히 기억 못하는 건망증이 점점 심해가는 요즈음

몇년전의 기록들을 되돌려서 읽다보면 내가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하는 것을

되짚어 볼때는 이런 쓸데없는 (^^) 기록들이 그래도 흔적없이 흘러보내는 세월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상에 속내를 드러내는 일을 합리화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살아가는 일이야 어찌보면 소모적인 일상의 연속일테지만

한줌 바람처럼 이세상 왔다가 가는 날엔 그래도 내 삶에 아주 작은 향기 한점이라도

간직했으면 하고 바랄때가 있다.

 

       휴애리 매화농원에서 본 토종 아기 돼지들...돼지꿈 꾸세요~~~

 

 

목표를 향해 치달릴때의 젊은 날을 조금씩 돌아보게 되고

달리기만 하느라 간과했던 작은 소중한 것들을 조금씩 돌아보게 되는 것이

나이듦의 현상인가?  사람도...부담을 주는 사람은 피하고 싶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인연을 편하게 여기게 되었다.

지나치게 얽어매려는 사람도 싫고,

필요할때만 꼬리치며 다가와 이용하려는 사람도 피하고 싶어지고,

매사를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타인이나 현상을 비판하는 사람도 불편해지고,

살아가는 동안 일일이 속내를 다 말하지 않아도 "널 다 이해한데이~"

그렇게 무덤덤한 것 같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웃어주던 친구의 편안함이 좋아지는

 내 나이...나이듦의 넉넉함인가, 나이듦의 게으름인가...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이제 점점 부대끼는게 싫다.

고지가 저긴데하며 기어이 정상을 탈환하자며 부르짖는 열정도 사그러 들고

다 자기몫의 인생이 있겠지하며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기대치를 내기준에서 그들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는 관점이 되어 가는 것도...

이제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눈이 생기는 것도 나이듦에서 오는 지혜일까.

밤을 지새우고도 끄덕없이 매진하던 젊은 날의 열정은 사그러 들었지만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려하는 눈과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잃어 버리는 것보다 얻는것이 많아진 나이듦의 현상인가?

엄마는 학창시절에~~하며 서두를 꺼내려하면 귀부터 막으러 드는 사춘기의 딸들에게

아무리 삶의 바람을 역설해도...어찌 그들이 엄마 마음을 다 헤아리랴,

이런 자성은 한동안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나서야 터득하게 되었다.

너가 엄마를 이해해라..아무리 역설해도...그것은 공염불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어쩔수없이 널 이해할수밖에 없이 만드는구나...그런 부모의 자리도 깨닫게 되는것도

나이듦의 현상인것 같다.

 

 

 

둘째의 사춘기가 요란하다. 어릴때부터 두 아이 합쳐 놓은것보다도 더 에너지가 넘쳐서 늘

나와 대적하기를 잘하던 둘째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내 눈, 내 표현으로치면

정말 가관인 말과 행동을 일삼는데 그러다보니 나는 내 주장, 둘째는 둘째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서

훈계와 설득으로 이끌려던 내 의도는 아무런 소용도없고

외려 점점 둘째와 맞서기만하는 것을 한동안 고민해 왔다.

엄마를 어려워하기는커녕 적대시하면서 잔소리하는것을 질색을 하고 사사건건

한마디하면 두마디를 하니 내가 기가 막혀서 할말을 잃은 적이 반복되니

나도...내 방식을 바꾸어야만 한다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내 명분이야 너 잘돼라고~였지만 둘째는 무조건 간섭 말라고 맞서니

성적이 떨어져도 자기 인생이라하니...이러다간 골만 깊어지겠다싶어

할수없이 물러서서 바라 보기만 하기로 하였는데도 하는 행동 말 하나하나가

내 눈에 거슬리니 온순한 첫째, 셋째 다루듯이 했다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나겠다싶어...부모 노릇에 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요즘이었다. 

어느 길 하나라도 편하게 가는 법 없이 고달픔을 느끼고서야  모난 구석을 둥글게 만들면서

살아온지라 부모 노릇또한...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실감을 하게 한다.

 

 

 

 

나의 사춘기를 돌아보니...이해를 할만도 하지만...

나야 그때 우리집이 풍비박산이 나는 한가운데에 있었으니 타당한(^^) 방황을 하였지만

도대체가...뭐가 아쉬운게 있는 요즘 아이들인가 말이다,하고 항변하는 이 엄마는

이미 구닥다리 골동품 사고를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는 변화무쌍한 세상이다.

인테넷으로 못하는게 없는 세상이라 앉아서 요리조리 쇼핑하며 궁리하는 아이들이니

어찌 엄마가 보낸 학창시절을 대비하겠나만,그렇게 열심히 살은(^^) 이 엄마도

삶이 만만치 않은데 너희들은 어찌 이 세상을 헤쳐 나가겠느냐하면서...

즈이들은 다 컸다고 외치는데 엄마에게는 언제나 물가의 아기들 같아서

노심초사하는 것도 부모가 겪어야 할 애증인가.

그렇게 부�히고 삭히고를 반복하며...겨울방학 내내 생산적이지 못한 소모적인 싸움을

결국에 내가 아이들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때는 너희가 엄마 나이에 이르러야만 할거야...스스로 이렇게 결론 내리고...

다 자기몫의 인생이 있겠지...이렇게 마음 비우니 평화가 왔다.

(하지만 하루종일 빈둥거리면서 귀에 이어폰을 꼿고 음악만 듣는것을 보노라면

다시 혈압이 치솟는 것을 삭히려니...비운다는게 얼마나 힘이 든지를...)

 

 

 

 

항상...시행착오하면서 살아 왔지만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도 늘 시행착오인것 같다.

딸들아, 먼 훗날 이세상에 엄마가 없을때, 살아 가면서 힘든 순간을 만나면 그때서야

엄마 마음을 헤아릴수 있겠니?  엄마는 내 딸들이 행복하게, 큰 바람 만나지 않고 살았으면 해.

바람을 가르면서 살아온 엄마가 가끔은 지쳐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을 만나면서

내 딸들은  바람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삶에서 바람없는 시간이 얼마나 될라구...

바람을 지혜롭게 이겨 내면서 살아 가도록 일러 주어야 할텐데...

공부 잘 안해도 좋아, 건강만 해다오...여기까지만 바라면

우리집 평화는 지속 될텐데...에미는 여전히 겉으로는 평화를 위해 참지만

철없는 아이들이 지치도록 놀다가 언젠가는 열심히 하겠지하는 믿음이 부재한지

속으로는 여전히 노심초사하니...어이 하리요.

앞에서 끌어 당겨도 보고, 뒤에서 밀어도 보고...결국엔 자기가 스스로해야만 한다는 것을 느꼈는데

공부 말고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는 것을 엄마가 일러 주는게

지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요즘 들기는 한다.

엄마처럼 농부가 될래?   그런데 그것은 싫다고 하네!

 

 

 

 

머리를 채우지 않고, 배를 채운 엄마의 교육 탓이겠지만

돼지 가족들이 올 겨울 지켜보노라니 걸신 가족이라할만큼...먹는게 장난이 아닌 가족들.

내가 열심히 산다고 늘 스스로에게 다그쳐놓고...아뿔싸...방향을 잘못 잡은게야.

농사고 뭐고, 단칸 셋방에 살더라도 아이들 끼고서 책과 노는 일에 매진 했더라면

공부는 절로 따라 오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대학을 합격 하고도 집안이 기울어 진학을 못했던 상처를 안고 있었기에

오직 내 아이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달려 왔는데

대학 문 앞에도 못가는(내가 원하는 대학에) 불상사가 눈 앞에 와 있으니...

내가 농부로 거듭 나는 동안에 내 아이들은 수수방관의 시간 동안에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려서인지

마음이 조급해진 엄마가 울타리를 치고 채찍을 들려하니 반발 하려고만 하니...

어휴...자식농사에 또...내 머리가 쥐가나게 생겼다.

농사와 자식농사의 기로에서...또 나는 방황을 하는 한해가 될것 같다.

두가지 다 잘할수만 있다면...내 욕심이리라...

 

http://blog.daum.net/yeainmam/7322934

 

그래도 건강한 평화는 지속되고 있으니...내가 배부른 소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자성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공부만 빼면 사실...요즘 내 아이들 같은 아이들도 많지는 않을텐데도...

하루 라면 한끼로 고학을 하며 찬란한 20대를 회색빛으로 보냈던 엄마가

딸들에겐 화사한 대학생활을 누릴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데...

대학 문 앞에도 못 가보는 우를 범하게 될까봐 또 가슴이 옭재이는 요즘이다.

 

2008.3.2 英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