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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 하나

농부김영란 2004. 11. 6. 03:42

봄 여름에나 보던 야생화가 피어있는 이곳 서귀포...

중산간 도로를 찾아서 올라가다가 발견했다.

왜 난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반가와서? 너무 애잔하여서? 내가 그들을 닮은것 같아서?

더구나 보랏빛이나 청색이나...그런 빛깔의 꽃들은 나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웬지 슬프게도하는 매혹적인 야생화들이다.

겨울맞이를 다하고 있는데 봄인양 피어있는 야생화가 있는 이 서귀포에

난 점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가능하면 이곳에 와서는 지천에 널린 꽃과 식물들덕에 그냥 보는것으로만 만족했는데

엉겅퀴꽃을 보자 그예...더 오래도록 보고 싶어서  꺾어와서 화병에 꽂고 말았다.

꽃들아, 용서해주렴, 이 불치병 아줌마를...

엉겅퀴꽃과 하늘색 용담꽃인가...보는 순간 너무 반가와 숨이 멎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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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온갖 잡문에 개인적인 낙서에 불과한 글들을 올리면서

정말 유익하고, 유능하고,향기나는 글들을 올리시는 칼럼지기님들 틈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몹시 나를 부끄럽게하여

이 공간을 닫을까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지만

아직도 이런 잡문을 올리고 있는 나는 다른 특별한 취미도 없고

이곳이 세상을 내다보고 교류하는 창구이기도 하기에

부끄러운줄 알면서도 서성대고 있다.

 

자신을 갈고 닦아서 반짝이는 그 무엇이 있기는커녕

핑계에 불과 하겠지만 육아와 가사에 십여년 세월을 훌쩍 넘기고나니

세상사 돌아가는 변화에도 둔감하고,젊은 치기를 부릴 나이도 지나 버리고,

실수해도 만회할수 있는 시간과 기력도 그다지 허용되지 않는

마흔 중반의 나이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면...가을이라서 쓸쓸해오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에 다가오는 가을이 그다지 풍요로운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인지

밀려오는 조바심때문에 간간히 명치끝이 심하게 아려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으면...이 허전함이 채워질까싶은 생각도 들지만

원하는 것이란 항상 가변적인 것이어서  부족한 것이 채워지고나면

또다른 그 무엇을 채우고 싶어하는 본능이 밀려오니

어쩌면 허전함은 채워도 채워도 공복감을 느끼게하는 필요악의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온 세 아이...로하여

때로 행복하고, 때로 벅차고, 때로 혼비백산하고,

때로 부모로서의 무능함에 좌절감도 느끼고(아이들은 전지전능한줄 알겠지만서도)

때로 힘을 얻고,때로 삶 전체의 의미이기도 하고...

때때로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아득하기도 하고...

그 아이들의 운명의 줄을 쥐고 있다는 벅찬 사명감이 어깨를 뻐근하게도 하고...

아이들이 전부인것 같이 나를 독려하며 살아 왔어도

어느 순간...

내 안에 깊숙히 잠재되어 갈무리 되어왔던 내 꿈 하나가 꿈틀댈 때가 있다.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닌데...우유부단하고, 늘 현실과 타협하다가

끝내 꿈만 꾸다말것 같은 내 꿈 하나.

계산도 말고, 타협도 말고,재지도 말고...우직하게 밀어붙여야만...

이룰수 있는 꿈 하나를 아직도 끈을 놓지않고 있었는지

그 꿈 하나가 간간이 나를 후벼파는 느낌을 받는다.

 

생계를 무시하고 비현실적인 꿈만 꿀수는 없는 처지임을 너무나 잘 아는지라

적당하게 타협을 가미한 내 꿈은

야생화 공원에 내가 기른 유기농산물로 차린

자연 건강식당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다.

식당은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나 생계 수단을 가미한 것이고

야생화 공원은 내가 평생을 쏟아부어서 꾸며보고 싶은 비현실(?)적인 요소의 꿈이다.

 

돈을 쏟아 부어서  급조한 그런 인위적인 공원이 아니고

십년정도 손때가 묻어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아주 아름다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는,작은 야산 하나 정도면 내가 감당할수 있을른지...

그 작은 산에 작은 개울이 하나 나 있으면 더욱 금상 첨화이겠고...

그 개울에 가재가 살고 있으면...얼마나 운치가 있을까.

군데군데 돌 무더기에는 여름이면 하얀 찔레꽃이 눈 부시게 피어나고

가을에는 빨간 앙징맞은 열매를 달고서 웃어주고

개울가 갈대숲 옆에는 보라색 산 붓꽃도 무더기로 데려다가 키우고 싶다.

크지는 않아도 한아름 갈대숲에는 빨간 잠자리와 노랑 나비가 노닐면 좋겠고...

내가 좋아하는 엉겅퀴 꽃도 무더기로 피어나면 얼마나 기품있어 보일까.

봄에는 제비꽃, 여름에는 꿀풀, 엉겅퀴,붓꽃,..

가을에 피는 꽃중에 보라색은 무엇이었더라?

이곳 서귀포에서 본 봄, 여름에 피던 하늘색의 산 수국도 아름으로 데려다 놓고 싶다.

그리고 맥문동도 보랓빛이었나?

그러고보니 보랏빛 일색이니...보랏빛 정원이 되겠네.

내 이름도 난초꽃이니...산 난초들도 데려다가 놓아야 이름값을 할려나.

작은 야산이 아니면 천평정도 땅이면 성에는 안차도 그림은 좀 그려볼수 있을래나.

그리고...텃밭 한쪽에는 온갖 야채들을 무공해로 길러내서

깊은산에서 나는 산채들과 어울린 유기농 야채 쌈밥집을 해 볼까나.

테이블 다섯개만 두고서...(그러면 너무 수입이 적어서 아이들 교육을 시킬수는 있을까)

장사좀 되면 대량화시켜서...개성도 맛도 없어지는 그런 식당 말고...

손님을 최고, 가족으로 여기는 그런 따뜻한 정성이 담긴 밥상을 차리면

나도, 손님도 행복하겠지.식사후에는 내가 만든 공원도 산책하고...

아아~~~~~~

꿈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내 꿈 하나.(꿈이라서 행복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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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낚시 갔다가 바다에 빠진 남편은 마음까지 바다에 풍덩 빠졌는지

요즘은 더욱더 바다 낚시에 열을 올린다.

누워 있으면 천정에서 물고기들이 왔다갔다 한단다.에고...

덕분에 요즘은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을 몇마리씩은 잡아 오는데

이젠 내가 심드렁하다.물고기만 낚지 마시고...미래를 설계해 보자고 옆구리 찔러본다.

혹시...현실을 다 잊고 싶어서...무념무상으로 낚시에 매진하는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인 꿈 하나를 구체화 시켜야 할 우리 나이인데

방심할까하여 남편에게 넌즈시 상기시켜 본다.

 

남편도 쉬고, 아이들도 개교 기념일이라 쉬는 날이라서

또 엉덩이들을 들 쑤셔 대었다.

한라산도,걷기 대회도...모두 내가 충동질(?)하여

편하게 지내겠다는 가족들을 내 몰아서 일부러 혹사시키는 나는

어쩌면 가족들이 날 만나서 고달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슬며시 하였다.

내가 남편 만나서 고달픈게 아니고 남편이 날 만나서 고달플지도 모른다는 생각.

서울집에서 마당을 만들때도 남편이 쉬는 틈만 보이면 뒷산으로 함께가서

흙을 퍼 나르고(손수레로) 마당을 만들고 하였더니

마누라 잘 못만나 쉬는날마다 고생한다고 푸념을 하였었는데...^^

내가 손수 하는것도 모자라 온 가족을 일을 만들어서 늘 참여 시키는 사람이 나이니...

 

오늘은 중산간 도로까지 걸어서 가보는거야.

모처럼 쉬는날 뒹굴며 노닥이고 싶은 아이들을 눈을 흘기며 바깥으로 내몬다.

사실은 아이들은 자연을 즐기라는 엄마의 말에 무덤덤한 반응인데

나만 유난히 열을 올리면서 "보라, 느끼라, 표현하라."고  야단법석이다. 

시내를 지나서...요즘 한창 무르익고있는 지천에 널린 감귤밭을 지나가다

미안하지만 길가로 나온 감귤 몇개 슬쩍해서 먹어가며...

차도 한적하고 사람은 더더욱 인적이 없는 중산간 도로를 향하여 앞으로이 갓!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즐거운데

아이들은 극기운동쯤으로 여기는 표정들이다.

남편도 낚시도 못가고 마누라 등쌀에 마지못해 따라온 뜹뜨름한 표정.

가다가 허허벌판에 정통 중국 음식점 하나를 발견.

오메~ 간 크신 분...이런데도 장사가 되나?싶어서 기웃거려보니

제법 손님이 들고난다.비쌀것 같아서...지나치자 하여도...

마지못해 따라온 동포들이 먹는 것을 공급해야만 따라올 기세라 안으로 들어가보니...

제법 격조를 갖춘 집이고 메뉴에도 고가의 코스 요리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삼선 짜장면에다가 탕수육을 먹었는데...

결론은...에고 돈 아까와...였다.

짜장면이 너무 느끼했다.탕수육은 너무 적게 나오고...(우리 가족들이 대식가들이라)

 

목표지가 그곳이 아니었으므로...

다시 중산간 도로를 향해 올라갔다.지난번 한번 그곳에 가보니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이는 풍경이 내 가슴을 확 뚫리게 해주었기에

가족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 계획한 것인데

별로 반가와하는 표정들이 아니었다.정서 안 통하는 동포들 같으니...

올라가면서 말 목장도 있고...구릉지같은 평평한 땅들이 전개 되었다.

길가에는 때아닌 민들레 꽃들과 위의 이름 모를 보랏빛 꽃들이 지천이었다.

그리고 내년봄에 길가에 필 유채꽃을 씨를 뿌려 두었는지

새싹들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었다.아이들은 방아개비도 잡고

갈대꽃도 꺾고, 아빠랑 장난도 치면서 따라오고

난 길가의 풀섶을 기웃대면서 야생화들을 찾기에 정신이 빠져 있었다.

위에 엉겅퀴나 용담꽃을 길가 숲속에서 찾은 것들이다.

 

야생화들도 무더기로 있으면 그 어떤 꽃보다도 화려한데도

대부분이 하나씩 흩어져서 피어 있어서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육지라면...스산한 바람에 낙엽이 다 지고...겨울맞이를 해야할 시기인데

이곳 제주도는 11월에 이런 야생화도 볼수 있다니 싶으니

이곳에 내 꿈 하나를 펼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아름다운 요소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중산간 도로에 도착하여 간이 휴게소처럼 꾸며놓은 곳에서

개조한 트럭에서 파는 따끈한 국물 오뎅을 사먹고...

남편에게 "이 풍경 어떻소?"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풍경.

멀리 바다가 보이고, 섬이 보이고, 시내가 보이고...

난 무엇보다도 이 가을에 발견한 야생화에 흥분하여 더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이곳 제주도 땅값이 얼만데...

역시 현실의 벽이 내 꿈을 가로막고 있으니 오늘밤은 꿈 하나 상상한것으로만으로

행복해본다.

꿈은 꾸라고 꿈이라지.^^

머리속이 만리장성을 쌓느라 새벽 세시가 넘어서는 지금까지 내 눈이 말똥 거린다.

이럴때 찾아올수 있는 이곳이 있기에 이곳을 접지 못하는것 같다.

 

언젠가는 꼭 이루어보고 싶은 내 꿈 하나...

오늘은 상상만으로도 조금 행복해지는 것 같다.

지금 바깥에는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밤 잠이 왜 안오지?

 

2004.11.6.英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