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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이 근질거려 못 살겠어서...

by 농부김영란 2004. 2. 17.


조용히 살겠다고 맹세한지 만 하루도 못되어
잔잔한 내 가슴에 파문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해서...
내 입이 근질거려 못 살겠어서...우째나요...
가배야븐 내 입을 봉하지도 못하고...만만한(?) 내 칼럼친구에게
아지매 수다를 떨어야 직성이 풀릴것 같아서...
(이래서 지는 죽어도 우아해질 인물이 못 됩니더.^^. ^^)


사건이란...다음주에 제 결혼 12주년이 들었답니다.
(실로 겁없는 전, 32살에 결혼 하고서도 셋씩이나 생산 했지요.)
제가 원시인이라(옛 칼럼에서도 밝힌 바) 아직도 운전 면허도 없고
내 옆지기 또한 무서워서 운전을 못 배운다는 인물과 살다보니
차없이 흥부네 식구들처럼 일렬 종대로
피난민 이삿짐 꾸리듯이 이고 지고 여행 떠나는 일이
남들처럼 시시때때 가고 싶을때 훌쩍 가는게 아니라
벼르고 별러서야 일년에 한두번 하는 행차이라...
제겐 여행이란 아주 설레고도 거창한 행사중의 하나지요.
그 여행을 다음 주에 계획 했거든요.
겨울 방학 내내...경제가 카면서...아이들 방 콕~하다보니
인내심의 한계가 오려 하는지라...
"떠나자! 다녀와서 6개월 또 허리 졸라매고 살지 뭐~"


그래서 남편에게 경주를 한바퀴 돌아오자 했지요.
요즘 들어 철없는 남편 종종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직장에 가면
요즘 젊은 후배들 참 재미나게 산다"면서~
스키에 외국 여행에...인생을 즐기며 사는데 우린 왜?
그런 혓 바늘 돋는 노래를 종종 하는지라...속으로...
"내도 이래 살고 싶어 인내 하는 줄 아능교?
맨날 내일 짤릴듯이 등신불 표정하는 당신 앞에서
밥도 못 넘기고 목구멍에 걸릴라 카는디...철 없는 이 양반아~~~"
그러면서 바람을 잠재우며 살고 있는데 내가 안되겠네요.^^


오직 세상 구경이란 요 컴퓨터로 들여다 보는 세계 뿐.


창살없는 감옥같은 아수라장 세월을 10여년을 넘기니
꿈도 총기도 흐물 흐물...형체도 없이 사그라져서...
후줄근한 중년의 아줌마만 낯설게 거울 속에 서 있으니...ㅠ.ㅠ


나도 원래부터 궁상스러운게 아니었데이.
나도 누구보다도 귀족스럽게 살고 싶었데이.
나도 그 누구보다도 멋지게 살리라 했었데이.
나도...엄마처럼 살지는 않으리라 했었데이.


세월따라 변해가는 내가 한편 다행이지만
나도 때론 무지...슬프데이, 니 내 마음 알기나 하나?


나도 요렇게 속사포처럼 남편이란 작자에게 쏘아대고 싶어도
이른 새벽부터 출근해서 밤 늦게 들어오는 걸보면
가슴이 찡하고...아려 오는데...
우째...버는대로 다 써 제켜서...내일 일을 대비 못하는
베짱이처럼 살아 가겠노~~~
더구나...저 지지배배 먹이 달라 입을 짝짝 벌려대는
제비 새끼같은 세 아이들 앞에 두고서 말이다.


둘째 낳았을 때까지만 해도 여행은 즐겁게~하면서
평소에는 아껴도 여행때는 보고 듣고,맛난 것 먹고...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요즘 사오정이니 하는 바람에 휘둘려
간이 콩알만하게 쫄아서인지, 셋째를 낳고부터는
뭐든 손익 계산부터 하게 되네요.(슬픈 내 인생.흑흑)


완행 기차 타고 가제이....베낭에 먹을 것도 잔뜩 싸 지고...
최대한 경비 줄인데이~~~~~~~~근엄하게 선포했는데...
철없는 남푠...경주까지 왕복 17만원이나 되는
새마을호 기차표를 끊어 왔네요. 허거걱~쿵!
내 계산으론 10만원은 아낄수 있는디...책 한질이 날아 갔구먼요.
(내가 요리 됐습니다요.^^)
다행이...회사에서 콘도 이용권을 주니...
그러면 먹을 것을 잔뜩 싸 가리라~~~
또 쪼잔해진 내 머리가 마구 굴러 대네요.


나도 한때는 "많이 벌어서 많이 쓰자, 폼나게 살자"가
인생관이었는데 왜 이리 궁상스러워 졌냐면요.
특별나게 잘 벌지도 못하는 그냥 근면 성실한
대한 민국 보통 남자 샐러리 맨 남편 만나
도와 주는 이 하나없이 집 장만하고 아이들 키우며 살자니
짠순 아지매 대열에서 낙오 할세라...
이리 살게 되었는데...철부지 남푠은 내가 뭐...
스키 싫어하고, 해외 여행 싫어하고, 고급 레스토랑 싫어하고
명품 싫어하는 둔한 사람인 줄 아나부네요.흑~~~~~


과거에 궁중 음식 배우고 호텔 요리 익혔으면 뭐하노~
집에서 써 먹지도 몬 하는 걸.


내 인생이 쪼잔하고 치사스러워서 성질 살려서
사회로 진출해볼까해도(받아 주기나 할른지...)
세 아이 어디다가 맡기며...번다한들...
이리저리 아이들 내 몰아서 무슨 득이 될까하여
아직은 쪼잔하게 살기로 꾹꾹 누르고 있지만서도...
이 아지매도...찬란한 젊은 날에는 치기어린 큰소리로
멋지게 살지 못하느니...구차한 삶은 살지 않겠노라 한적 있건만...
내가 어디 아직도 큰소리, 흰 소리 칠 나이인가 말입니다.


"이 땅에 태어난 게 죄"라는 사오정이라는 세대 아닙니까.


철부지 남푠이 흰 소리 할때마다
"그런 소리 하덜덜 마이소~다 내때문에(ㅎㅎㅎ...)
요만큼이라도 사는 줄 감사 하시라요~"


이리 어르고 달래고 사는 이 땅의 사오정 아내.
나도 마...기냥 철없이 살아버려~하고 싶어도...
이 아지매 정신이 가정을 살찌우고
나라를 부강케 하는 원동력이나니...


여행을 한다니...아이들보다도 더 들뜨는
실은 철없는 아지매가 엄청 철든 것처럼 살려 발버둥치다가
오늘은 헛소리 주절대며...
술도 안 먹었는데...주정을 부리네요.^^


제 심정 이해 하실런지요?
다른 사오정 아지매들은 어찌 살아들 가십니꺼?